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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실 날실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8
주강현 지음, 안정의 인형제작 / 보림 / 1995년 12월
평점 :
품절
물류센터 투어 때 건져온 중고책이다. 솔거나라 시리즈가 워낙 재밌고, 인형으로 연출한 그림이 독특해 보여서 손이 갔다.
95년 한국 어린이 도서상 특별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꽤 호평을 받았나보다. 벌써 십 년도 더 지나긴 했지만.
책의 구성이 독특하다. 목차 구성은
1. 길쌈
2. 목화 심기
3. 목화밭
4. 목화 따기
5. 티 고르기
6. 씨앗기
7. 솜 타기
8. 고치 말이
9. 실 잣기
10. 실 뽑기
11. 매기
12. 꾸리 감기
13. 베틀 짜기
14. 옷 만들기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독자의 동선은 다르게 이동시킨다.
길쌈>>티 고르기>>목화 따기>>목화 심기>>목화밭... 이런 식으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인과관계를 설명하느라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그 과정을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움직인다. 책장을 바쁘게 넘기면서 왔다갔다 하는 설정은 다소 재밌지만, 일단 정신이 없고, 안 그래도 너무도 낯선 옷감짜는 과정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단점이 있다. 이런 구성은 좀 더 익숙하고 쉬운 이야기에 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백희나 작가의 닥종이 인형이 워낙 대박을 친지라, 그 예쁘장한 인형들에 눈이 익어버린 나는, 이 개성넘치는(성깔있어 보이는) 인형들을 보며 적응하느라 애를 써야 했다. 엄마 인형은 눈이 너무 쳐졌고, 아빠 인형은 눈이 치켜 올라갔다. 그밖에 졸린 눈, 어딘가 풀린 눈... 기타 등등. 정말 다채로운 눈을 가진 인형들의 등장이 기이할 정도!
옷감을 만들기 위해서 목화 씨에서 실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고되어 저런 얼굴이 된 것이라고 나름대로 이해하기로 했다.
한복의 색깔과 설정도 각자의 나이대에 맞추어서 입혀놓은 듯하다. 다섯 살 정도의 어린아이에겐 색동저고리를 입혀주는 센스!
맨 뒤에 인형이 아닌 실제 사진을 실어서 보충 설명을 해준 부분이 더 인상적이었다.
목화싹과 목화꽃, 그리고 다래를 보여주고 있다.
목화꽃은 처음에 노란 색이지만 점차 분홍색을 띠게 된다.
꽃이 지면 열매를 맺는데 이 열매가 다래다.
한 달 정도 지나 익은 다래가 벌어지면서 목화송이가 핀다. 하얀 목화송이가 탐스럽게 피었다. 예쁘고 따스해 보인다.
역시 김홍도다. 풍속화의 한 장면이 많은 설명을 다 포함시키는 듯하다.
윗부분의 베매기는 베틀에 올릴 날실에 풀을 발라서 겻불에 말리는 과정이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감는 것인데 풀칠을 하는 까닭은 실이 빳빳하고 튼튼해지라고 하는 것이다. 풀 매긴 교복 깃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책으로는 맛보기였고, 실제 옷감 짜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좋겠다. 보림에서 나온 전통과학 시리즈의 '옷감짜기' 책을 같이 보면 좀 더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보림에서 나오는 책들은 내용이 훌륭한데 표지들이 좀 안습일 때가 많다. 촌스럽게 가자가 컨셉일까? 아마도 출간 시간이 오래된 책들이라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지금 예쁘다 싶은 책들도 시간 지나면 촌스럽다고 느끼기 쉬워질 테니까.
지은이가 민속학자 주강현 씨다. 최근 한국의 글쟁이들에서 만난 이름인데, 그래서인지 더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