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에는 '삼겹'이라는 말이 없다. 원래는 '두겹', '세겹'이란 말을 쓰지 '이겹', '삼겹'이란 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세겹보다는 삼볍이란 말이 부르기가 수월했던지 삼겹이란 말이 보편화되면서 1994년에는 국어사전에까지 등록되었다.
삼겹살을 가장 좋은 부위로 등극시킨 데에는 장사 수완이 좋은 개성상인들의 역할이 컸다는 말도 있다. 즉, 살코기 사이사이 지방이 끼게 사육한 것도 개성상인들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보쌈김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성에서는 돼지고기를 삶은 편육이 발달했다. 이는 개성 사람들이 섬유질이 적은 사료를 먹여 비계가 살 사이에 겹겹이 얇게 들어 있는 삼겹살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다. 이 삼겹살이 얼마나 유명했던지 세겹살이 삼겹살로 바뀐 데에는 이 개성 사람들의 돼지고기로부터 ㅇ ㅠ래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107쪽
-1960년대 소주값이 떨어지면서 술을 구하기 쉬워진 서민들이 값싼 돼지고기를 선호하게 되면서 삼겹살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육각쳐서' 팔던 시기에도 삼겹살을 구이로 먹었으나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보편화된 시기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라고 추정된다. 돼지고기와 관련해서 개성 사람들과 이성계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고려 말부터 개성 사람들은 이성계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개성 왕씨를 무수히 죽였으며 수도 역시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개성 사람들은 '위화도 회군'으로 죽은 최영 장군을 기리기 위해 제사를 지냈는데 이때 통돼지를 제물로 바쳤다. 이 통돼지를 '성계육'이라 했는데, 제사가 끝나고 음복을 할 때 통돼지를 칼로 마구 도려냈다. 또한 이들은 돼지고기를 썰어 국을 끓여 먹었는데 이를 '성계탕'이라 부르며 돼지고기를 질겅질겅 씹어 먹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성계가 기해생 돼지띠였기 때문이다.-108쪽
순대의 기원설은 삼국시대설과 몽고전래설이 있다. 삼국시대설은 '제민요술(563년 중국 가사협이 저작한 책)'에 양반장도라는 순대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삼국시대부터 많은 음식이 중국 영향을 받았으므로 순대 역시 삼국시대에 존재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양반장도는 양의 피와 양고기를 다른 재료와 함께 창자에 넣어 삶아 먹는 방법이다.
몽고전래설은 고려시대 원 지배하에 '게데스'라는 몽고군의 요리에서 그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게데스는 몽골의 전투식량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영양도 풍부한 음식이었다. 돼지 창자에다 쌀과 야채를 섞어 넣고 말리거나 냉동시킨 게데스는 기동전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153쪽
순대는 몽고 민족이 세운 원나라가 이 땅에 영향을 미쳤던 고려 말엽에 들어왔다고 추정할 수 있고 양이 흔치 않은 우리나라에선 소나 개, 돼지를 이용했다.-154쪽
순대는 소시지에 비해 여러 가지 육류와 채소가 골고루 혼합돼 있어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동, 식물성 식품이 균형 있게 배합된 영양식품이다. 순대 1접시의 경우 약 400kcal의 영양 성분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콩나물밥 한 그릇과 같은 영량으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찹쌀, 당면 등 탄수화물을 넣은 순대는 식사대용으로 적합한 음식이며 솔 재료로 알칼리성인 채소가 많이 들어갈수록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다. 저지방, 저칼로리이면서 비타민 A,C와 섬유질이 풍부하기 때문. 특히 비타민 B군이 들어 있어 숙취해소, 간장 보호 및 중금속 등 독성 해소에 좋다. 또 철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빈혈, 어지럼증에 좋고 어린이나 여성, 특히 임산부에게 적합한 영양식품이다. 빈혈이 있는 사람은 순대나 선짓국을 먹고 난 후 홍차나 녹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차에는 떫은 맛을 내는 타닌이 있어 철분과 결합할 경우 불용성인 타닌산 철을 만들어 철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 순대의 색을 결정짓는 선지는 섬유질과 비타민 C가 거의 없어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변비가 생기기 쉽다. -207쪽
그러나 순대에는 선지와 함께 우거지, 숙주, 배추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가 듬뿍 들어가므로 음식 궁합이 제격이라 할 수 있다.
순대국을 천일염으로 간을 맞춰 막걸리를 곁들여 먹는 것은 수은독, 납독 등 환경공해에 따른 독성의 체내 축적을 막거나 풀어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돼지 피는 빈혈, 심장 쇠약, 두통, 어지럼증에 좋으며 돼지 간은 간기능 저하, 간염, 빈혈, 야맹증, 시력 감퇴에 도움이 된다. 이렇듯 돼지 내장은 납, 수은, 부자, 유황 등에 갖가지 독을 풀어줄 뿐 아니라 비타민 F로 불리는 리놀산과 비타민 B1,B2, 아연 등이 많이 들어 있는 우수한 식품이다.
순대를 선지만으로 하는 경우는 변비가 될 염려가 있지만 비계와 채소를 섞었으므로 변비완화 효과도 있다. 소로 마늘 생강, 후추, 등 재료가 알맞게 배합되므로 비린내 제거도 잘되며, 가축의 피를 포함하고 있어, 소장에서 흡수가 용이한 철분 공급원으로 빈혈이 우려되는 여성에게 적합한 영양식품이다. -207쪽
육지 사람들이 예전에 인사로 '식사하셨습니까?' 하듯이 제주도 사람들은 '어디 감수꽈?'하고 인사를 한다. 이것은 예전 4.3 항쟁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한순간에 사라진 사람들이 많아서 이후 제주도 사람들은 자기의 행적을 가족이나 아침에 처음 본 사람들에게 남기기에 이른 것이다. 제주도 사람들의 인사는 이런 참혹한 역사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208쪽
고사는 모두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소원이 달성되고 계획하는 일이 잘되라고 신에게 소원을 비는 의식이다.
돼지머리가 고사에 쓰이게 된 배경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개업식에 쓰이는 이유는 우리말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1. 윷놀이에서 '도'는 돼지를 상징하는 동시에 '시작'을 의미한다. 시작이 반이므로 돼지머리를 차려놓고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2. 돼지는 '도야지'라고도 하는데, '도야지'는 잘되기를 바라는 뜻의 '되야지'와 발음이 비슷하다. 그리고 '돼지'라는 말 역시 잘된다는 뜻의 '되지'와 발음이 유사하다. 3. 돼지의 한자말 '돈'은 우리말 '돈'과 발음이 같다. 다산성인 돼지가 새끼를 많이 낳듯 많은 돈을 벌어 부귀영화를 누리기 바라는 마음으로 돼지 주둥이에 돈을 물린다.-243쪽
시루떡과 실을 같이 놓는 이유는 시루떡은 팥을 얹어 만든 떡으로 팥의 붉은색은 잡귀를 쫓는 의미가 있고 실타래는 건강, 장수, 길잡이 등의 의미가 있다.
암퇘지가 모양이 예쁘다. 수퇘지는 입이 길어서 예쁘지 않다. -243쪽
돼지머리를 제물로 바치는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나 그 정점에는 돼지가 하늘과 교감하는 신통력을 보유한 동물로 자리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의 신통력도 이에 못지 않으나 유독 돼지가 널리 애용되었던 이유는 경제적인 면이나 실용적인 면에서 소에 비하면 돼지의 비중이 덜 하였기 때문이라는 실질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소가 자비를 기원하며 하늘에 바치는 제왕의 제물이었다면 돼지는 보다 나은 미래를 희망하며 하늘에 기대었던 백성의 제물이 되었던 것이다. 돼지머리의 값어치는 그 미소로 결정된다고 한다. 제왕의 제물은 근엄하나 볼품없는 백성의 제물은 궁색하여 웃음이라도 만드는 묘책을 마련한 것은 아닐까? 이래서 돼지머리의 미소는 절박하지만 해학적이다.-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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