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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 나뭇잎에서 밑동까지 구석구석 사랑을 내어 놓는
셸 실버스타인 글 그림, 이재명 옮김 / 시공사 / 2006년 7월
품절
아름다운 고전이다. 당연히 오래오래 사랑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유독 요새 많이 팔린다고 느꼈는데, 초등학교 권장 도서로 지정되었단다.
확실히 매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ㅡ.ㅡ;;;)
이 책은 워낙 어릴 때 읽어서 결말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세세한 부분까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추억이 방울방울 솟고, 그리운 느낌까지 난다.
아이가 달려오는 발끝이 책의 한 모서리에 그려져 있다.
그 시선에는 그리움과 반가움이 묻어 있다.
아이는 함께 놀아줄 상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이나 형제들이나 혹은 친구들로는.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나무가 채워주었다.
아이는 나무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고 재밌었고,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다.
저 한결같은 시선은 마치 부모의 그것과 닮아 있다.
무조건적이고 조건 없고, 또 일방적이기까지 한......
모처럼 아이가 왼쪽 편에, 나무가 오른 편에 있길래 찍어봤다.
(초점이 안 맞았다ㅠ.ㅠ)
숨바꼭질도 하는 두 친구.
아이가 숨어 있으면 눈에 다 보여도, 나무는 모른 척하고 술래를 자청했을 것이다.
알고서도 속아주고, 보이는 데도 안 보이는 척 해주고...
정말, 부모님 같은 관계였구나. 이들 둘은......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나무는 혼자 있을 때가 많아졌다.
나무 기둥에는 아이가 남겨준 사랑의 표시가 새겨져 있고,
나무는 나뭇잎을 하트 모양으로 걸어 언제든 열렬히 환영하고 있음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닌 그 아이는 올 줄을 모른다.
그리고 이따금씩 찾아올 때는 꼭 뭔가 필요할 때뿐이었다.
사과를 따가서 돈을 벌고,
이번엔 나뭇 가지를 모두 베어 가서 집을 짓겠다고 한다.
나이 먹어서까지 계속해서 단물을 빼가는 모습이 어째 철없는 자식을 보는 듯하다.
알면서도 다 내주는 부모님이 또 밟히는 구나......
나무는 번번이 희생을 하면서도 그때마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도움이 되어줄 수가 있어서. 그로 인해 아이였던 그 아이가 지금 행복할 것 같아서.
그래서 늘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정말로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나무도 외로웠고, 속상했고, 그리웠고, 그리고 아팠다.
그리고 또 속절없는 기다림이 이어진다. 언제까지?
아이가 늙을 때까지.
더는 욕심부리지도 않고, 더는 무언가를 탐낼 만한 열정과 의욕마저도 사라졌을 때에야,
아이는 나무 곁에서 그저 휴식을 취한다.
그 휴식에 늙은 자신의 밑둥을 펴내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편안함을 내주는 나무.
이제 나무는 어릴 적 그때처럼 더 이상 아이가 아닌 그 아이와 오래도록 함께 있을 것이다.
비록,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또 다시 아이가 나무를 먼저 떠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데, 세상에 나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겠다던 아이는 후손을 낳지 못한 것일까?
만약, 그 아이가 자식을 낳았다면, 또 다시 나무와 친구가 되어줄 수도 있을 텐데...
아름다운 동화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데, 이렇게 일방적인 사랑과 도움을 주는 관계가, 나는 아프다. 사랑이란 그런 거라고, 이런 사랑도 있다고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프다. 오늘은 이런 사랑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딱! 마주쳤다. 그래서 좀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