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원에서 당뇨 검사를 다시 받으신 엄마는, 놀랍게도 며칠 사이에 수치가 내려가 정상 범주로 잡혀 나왔다. 만세!  

2. 큰 조카는 인라인을 타러 가서 오래된 나무 의자에 앉다가 가시에 허벅지를 찔려서 돌아왔다. 가시를 뺐다고는 하는데, 퉁퉁 부은 게 덜 빠진 것 같아서 오밤중에 응급실을 다녀왔는데 단지 부은 거였다. 세바늘 꿰맸고, 열흘 간 태권도 금지령! 

3. 둘째 조카가 내내 토하고 난리통이어서 고대 병원을 갔더니 소아과 가서 먼저 소견서 받아 오란다. 그래서 진료 기록이 있는 강북 삼성 병원에 갔더니 병실이 없어서 링겔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루 지난 오늘, 조카는 입원해 있다. 장염이다.  

4. 형부는 바빠서 집에 못 돌아오고, 큰 조카 숙제랑 학교 준비물, 내일 입고 갈 옷과 오늘 먹을 약 등등등. 오후부터의 모든 일정은 나와 함께~ 되시겠다.  

뭔 놈의 숙제가 이리 많고, 챙겨야 할 게 많은지... 엄마가 안 계시거나, 맞벌이를 하는 집 아이는 대체 어떻게 돌본단 말인가.  

갑갑... 스럽더라.  

5. 내일은 통일안보 어쩌고 그림 대회가 있단다. 어려우니까 집에서 밑그림을 그려와서 학교와서 크레파스로 그려야 한단다.  

그래서 한국전쟁과 한반도의 분단에 대해서 나름 쉽고 간략하게 설명을 해준 다음에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는데 어디 되겠는가? 

언니한테 전화 걸어서 물어보니, 그림을 엄마가 그려주란 소리란다. 호곡! 무슨 숙제를 엄마가 대신 한다냐. 

무튼, 그래서 결국 내가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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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난 주에 갑자기 불려간 학교의 교감샘은, 정말 엄마처럼 살갑게, 그리고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인근 학교(그래도 동작구에서 관악구로 넘어갔지만)에서 급하게 강사를 구하는데 기간제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가보라고 추천해 주셨다.  

때문에 월요일은 1.2.3.4교시 수업을 하고 후다닥 옆 학교로 건너가서 6교시 수업을 진행했다.  

7. 그리고 바로 그 날, 또 다른 학교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장 내일부터 나올 수 있느냐고. 이번 주 강사 뛰고 담주부터는 두 달 기간제로 계약할 수 있다고. 사실 버스를 막 타려는 순간 전화를 받아서 뒷 얘기를 잘 못 듣고는 일하고 있다고 거절했는데, 30분 뒤에 이번엔 그 학교 교감샘이 다시 전화를 주셨다. 기간제 두 달인데 정말 안 할 거냐고. 당신 생각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거절할 리가 없다고 여기셨던 듯하다. 사실, 갈등이 무지 솟았다. 달랑 13시간짜리 강사 때문에 2달 짜리 계약을 놓치는 건 너무 손해였다. 20여 만원과 400여 만원의 차이다.  

그런데, 차마 갈 수가 없었다. 그때 시간이 저녁 6시였다. 바로 한 시간 수업하고 온 학교에, 내일부터 못 갑니다! 다시 구하세요~라는 말을, 게다가 신경 써서 소개해준 앞에 학교 교감샘도 밟히고, 이건 참 거시기 한데 너무 신의를 저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지금 내가 그 사람들 생각해 주게 생겼냐마는, 그래도 그건 정말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눈물을 삼키며 사양을 했다. 

8. 그리고 그 13시간 짜리 학교 일은 오늘 끝났다. 수업은, 내내 좋았다. 학생들은 너무 예뻤고, 서로에게 즐거운 수업이었다.  

내 자리 샘은 발목 인대가 끊어지셨는데, 사실 일주일 쉬어서 다시 출근할 입장은 못 되신다. 부장 샘이 담주에 혹시 가능하냐고 운을 띄우신다. 그래서 퇴근 전에 쉬고 계신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왜 전화 했냐는 식으로 전화를 받는다. 황당~ 

보통은, 이런 식의 진행이 나온다. 내가 가서 봉사활동 하는 것 아니고 돈 받고 일하는 거지만, 그래도 자기 자리 채워주는 교사한테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주에도 혹시 가능할지요? "라고 묻는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틱틱 전화를 받더니 담주에 일 없지요? 잘 됐네요. 내일 봐서 연락할게요. 

이렇게 말한다. 옵션으로, 행정실에선 서류가 안 넘어왔다고 길길이 뛴다. 허헛, 원래 새 사람이 오면 교감샘이 언질을 주시는데, 교장 연수 받으러 가시는 통에 정신 없어서 잊고 가신 거다. 그래서 행정실에선 내가 오늘까지 근무였는데 내가 와서 일했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단다. 근데 그게 내 탓인가? 감샘과 부장샘들은 뭐하시고?  

신의고 나발이고, 오라는 데를 갔어야 했다.  

제길슨. 그럼에도 담주에 나와달라고 하면 가야지 내가 별 수 있나. 아쉬운 건 어디까지나 난데. 

9. 집에, 또 일이 생겨버렸다. 사고치는 사람도 같은 사람이고, 수습하는 사람도 늘 같은 사람이다.  

너무 화가 나는데, 이젠 화낼 기운도 없다. 내가 지은 죄가 그리 많던가? 이런 생각도 좀 들고... 

긍정의 언어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절로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박복한 것. 팔자 한 번 더럽지...  

10. 그래서, 내 속이 시끄럽다. 머리도 시끄럽다. 챙피하긴 한데, 그래도 지우진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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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5-15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들이 다들 가까이 사시나봐요.
저도 한국에 있으면 가끔 조카도 봐주고 그러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니 맨날 물건만 보내네요.
물론 실제로 챙겨야되면 짜증나겠지만 ㅋㅋ 그래도 가족들은 가까이 사는게 좋은거 같아요.
무슨 일이신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얼른 마노아님께 딱 맞는 자리가 나타나야할텐데...ㅠㅠ

마노아 2009-05-15 08:12   좋아요 0 | URL
방금 조카 학교 보내고 오는 길이에요. 스승의 날이라고 평소보다 30분 일찍 갔답니다.
근데 만나기로 한 아이 엄마가 10분이나 늦게 나온 거 있죠ㅡ.ㅜ
큰 언니는 아직 미혼이라 한 집에서 살고, 시집 간 둘째 언니가 길 건너에 살고 있어요.
나의 소원은 오매불망 독립이랍니다. 우린 좀 서로 떨어져서 살아야 덜 힘들 것 같아요.ㅎㅎㅎ
해 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히힛,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09-05-15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시는 마노아님이 너무 안쓰러워요..ㅠ_ㅠ
힘내세요~화이팅!

마노아 2009-05-15 08:13   좋아요 0 | URL
그곳은 지금 몇 시인가요? 한 14시간 차이 날까요? 서울은 아침 8시 12분인데 하늘이 좀 흐려요. 낮에는 갤 것 같지만요. 화이팅 감사해요.^^

후애(厚愛) 2009-05-15 11:10   좋아요 0 | URL
제가 쓴 댓글을 수정하는 바람에 시간까지 바뀌네요.ㅎㅎㅎ
지금 한국이 오전 11시 10분이죠? 이곳은 오후 7시 10분이랍니다. 물론 미국 지역마다 시간이 다 틀려요.^^

마노아 2009-05-15 12:54   좋아요 0 | URL
오, 역시 14시간이군요. 썸머 타임 생각해서 더 늘어난 것 아닐까 싶었어요.
리뷰나 페이퍼의 본문은 수정해도 처음 등록 시간이 바뀌지 않는데 댓글은 수정하면 나중 시간으로 바뀌더라구요.

행복희망꿈 2009-05-15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께 많은 일들이 있으시군요.
하시는 일들도 집안일도 빨리 정리되고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저도 가끔 아이고~ 내 팔자야~ 할때가 있어요.
답답할 때는 그렇게 말하게 되더라구요.
오늘은 금요일이네요. 금요일은 왠지 편한것 같은데~ 마노아님은 아니시겠네요.
그래도 힘내시고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 아자아자~~~

마노아 2009-05-15 08:14   좋아요 0 | URL
금요일이건 휴일이건 별로 의식 못하고 지낸 지 좀 되었어요. 평범한 직장인들의 하루 시간표가 아니라서요.^^;;;
꿈님은 요새 비누 만드느라 너무 진을 빼셨으니 주말을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셔요. 휴식이 필요해요.
우리 같이 재충전 해요.^^

하늘바람 2009-05-1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큰 병원 너무 하네요 장염이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하는거잖아요
5.세상에 갑자기 태은이 학교가면 어쩌나 싶네요 막막하네요. 님 그림이 밝은데요^^
8. 항상 그래요 의리지켜봐야 결국 나만 손해죠. 특히 학원이 그랬어요 아쉬울때만 잡고 아니면 바로 내치는. 학교도 비슷하겠지요. 그런데 마노아님처럼 시간강사 선생님이 많으신가요?
9.10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힘내셔요^^

마노아 2009-05-15 12:56   좋아요 0 | URL
내일 오전 퇴원 예정이었는데 잘 하면 오늘 퇴원 가능할 것 같다고 전화왔어요. 이따 병문안을 가던지 마중을 가던지 하려구요.
오늘 일주일 연장하겠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나마도 하루는 행사가 끼어서 사실상 4일 근무랍니다.
기분 너무 뭣 같아요. 제 발등 찍고 있는 중이랍니다.
10번은, 아, 너무 우울해서 기운이 없어요ㅠ.ㅠ

토토랑 2009-05-15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큰병원엔 그럴땐 비싸더라도 응급실로 달려간다는 -_-;; 응급실 가면 기본이 5만원부터 시작하지만 그래도 급한 사람 돌려보내지는 않거든요 ㅡ.ㅡ

가족은.. 저희집도 사고치는 사람 맨날 그사람이고 수습하는것도 맨날 그사람이고 그래서 그 맘 알지요.. 우짜겠습니까.. 그래도 가족인걸요 그쵸 -_-;;

마노아 2009-05-15 12:57   좋아요 0 | URL
우리 집은 사고치는 사람과 수습하는 사람이 달라서 문제랍니다. 가족이 웬수예요ㅠ.ㅠ 나몰라라 할 수도 없고, 감당은 안 되고... 참, 거시기 합니다ㅜ.ㅜ

토토랑 2009-05-15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사고치는 사람 2명, 수습하는 사람 1명, 옆에서 수습은 안하고 수습하는 사람 달래는 역할1명.. 이렇게 분담이 잘되있답니다. -_-;;;;
저는 주로 방관과 수습하는 사람을 달래는 역할을 하지요 ... 나몰라라 안되고.. 에휴..

마노아 2009-05-15 14:54   좋아요 0 | URL
아, 사고치는 사람이 둘이에요? 집집마다 다 그렇게 골치들이 있어요. 한숨 나오지요....;;;

2009-05-15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6 0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