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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돼지 세 자매 ㅣ 파랑새 그림책 31
프레데릭 스테르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1999년 3월
아기 돼지 삼형제는 패러디가 무척 많은 작품이다. 돼지와 늑대의 관계가 바뀌어 있기도 하고, 동화책을 뛰쳐나오기도 하고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가 파생되었는데, 이번엔 형제가 아니라 '자매'다.
게다가 사실은 '아기'도 아니다. 모두들 시집갈 나이가 됀 다 큰 돼지들!(어쩐지 욕같이 들려서..;;;;)
엄마 돼지는 시집갈 자금으로 금화 주머니를 한 개씩 준다. 각자 알아서 신랑 만들어오라는 미션 되시겠다.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가서 찾아오라는 주문이 꽤 마음에 드는데......
첫째 돼지는 편한 것을 좋아해서 가진 돈을 다 털어 벽돌 집을 지었다.
집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모습이 꼭 한국의 부동산을 보는 느낌이다.(ㅡ.ㅡ;;;)
그러나 등장하는 멋드러진 돼지 총각 하나!
한 눈에 봐도 좀 있어 보이는 거다.
이 돼지에게 시집 가면 평생 고생 않고 살겠다는 계산이 딱딱 끝나버리고,
바로 문 열어버리는 첫째 돼지.
그러나 저 놈은 돼지의 탈을 쓴 늑대였다는 거!!!
둘째 돼지는 가진 돈을 절반만 털어서 예쁜 나무 집을 지었다.
그리고 어김 없이 등장하는 행색 그럴싸한 돼지 한 마리.
자신을 아내로 삼아주겠다는 말에 혹해서 문을 열어주지만,
자신은 신부가 아니라 늑대 밥이 되어버린다는 거!
자세히 보면 돼지 뒤로 검은 털도 보이고 손도 검은 털에 덮여있건만.
신랑 잘 만나서 결혼할 생각만 하고 있는 두 언니 돼지들은 저 얼굴 뒤의 늑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자, 하일라이트는 언제나 세 번째에 등장한다.
마침 돼지 탈을 쓰고 있을 때 등장한 늑대(?) 한 마리!
오히려 당황하는 것은 돼지 탈을 쓴 진짜 늑대!
늑대 얼굴을 한 저 녀석의 손 발이 늑대가 아님을,
늑대 역시 알아차리지 못한다.
짐작했듯이, 저 녀석은 늑대의 탈을 쓴 세째 돼지다.
이미 언니들이 모두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세째가 선수를 친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지푸라기로 지은 집 안에 돼지 한 마리가 있으니, 가서 후딱 먹고 오면 진짜 늑대로 믿어주겠다고 미끼를 던진다.
냉큼 한 마리를 낼름 잡아먹을 생각에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늑대 양반!
그러나 거기는 함정이라는 거!
꽁꽁 잡혀 버린 늑대 녀석, 꼴이 말이 아닐세.
늑대 탈을 벗어버린 돼지 아가씨의 푸짐하고 넉넉한 얼굴을 보시라.
'의기양양'이라고 쓰여 있다.
넌 나한테 안 돼~라는 메시지도 폴폴 풍긴다.
이렇게 똑똑한 돼지 아가씨, 구혼자가 넘쳐난다.
그래서 그 중 하나를 골라 잡았느냐고?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저 똑똑한 아가씨를 사로잡을 더 큰 매력을 가진 돼지 총각이 쉽게 나타날 것 같지가 않다.
뭐, 그것조차도 즐기면서 살 것 같은 똑부러지는 돼지 언니 되시겠다!
여자든 남자든,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하고 대처해 나가는 지혜는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재미도 주면서 생각할 거리도 던져 주는 패러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