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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스캔들 - Insadong Scanda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언니랑 영화를 보기로 하고 예매를 하면, 꼭 어쩌다 보니 늦어져서 영화 앞부분을 놓칠 때가 많았다. 오늘도 30분 전부터 준비했는데 도착해보니 이미 10분 지나가 있고...ㅜ.ㅜ
무튼, 내가 놓친 장면들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닐거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본다...흑흑...;;;;
내가 입장해서 본 부분은 엄정화가 '벽안도'를 미끼로 김래원을 붙잡는 장면이었다. 벽안도가 대체 뭐길래?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그린 그림 '몽유도원도'. 그 그림에 대한 화답으로 안견 자신의 꿈을 그린 그림이 '벽안도'다.
일본의 고미술상에게서 엄정화가 그림을 업어오고, 그것을 최초의 동양인 복원가이자 신의 손을 가졌다는 복제 기술자 김래원이 맡게 되는 것이다.
엄정화가 맡은 배태진 회장은 '비문'이라는 갤러리의 회장인데 미술계의 큰손이다. 돈 되는 그림, 도자기 등을 닥치는 대로 매매하고 밀수도 하며 필요하면 온갖 범죄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질러버린다. 당연히 이 검은 돈에 엮인 무수한 사업가, 정치가, 그리고 복제 기술자 등등이 있어 주시겠다.
복원에 성공하면 부르는 게 값일 이 그림을 1년 동안 철저하게 복원하는 김래원. 그에겐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어 보인다. 출신부터 성장, 그리고 복원가로 성장했다가 좌절하고 다시 복귀하기까지의. 그리고 그 사연이 엄정화의 손을 잡는 진짜 이유를 갖게 한다.
영화는 무척 흥미롭고 재밌게 진행된다. 전문 용어가 남발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을 때도 있지만 대강 눈치로 때려잡을 만하다. 그런데 과도한 카메라 돌리기와 난무하는 촬영 기법으로 스토리를 좀 방해할 때가 있다. 정공으로 찔러야 할 부분들을 현란한 눈속임으로 스을쩍 지나가는 느낌을 주는.
감독님은 이번 작품이 두번째 작품인 듯한데 첫번째 작품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제목이다. 흐음. 뭐 그럴 수도 있지.
김래원은 복원 작업하고 있을 때가 제일 멋졌다. 분명 내가 좋아하는 마스크가 아닌데도, 또 쌍커풀이 어색하게 진 눈이 부담스러운 데도 은근 간지가 나고 멋있더란 말이지...
김래원과 엄정화를 계속 추격하는 여형사는 익숙한 얼굴인데 누군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끝나고 물어보니 홍수현이었는데, 열혈 여형사를 소화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오버해 주셨는데, 마치 '아내의 유혹'에서 진짜 민소희가 눈 희번덕이며 목소리 높여 히스테리컬한 연기를 보였던 그 느낌이었다. 아직 완숙미가 부족하네요.
그리고 김래원의 동생겸 동료로 나오는 멋진 스타일의 여배우는 신인인가 했더니만 아나운서였던 최송현이었다. 우와, 배역 잘 맡은 듯!
엄정화는 대놓고 섹시하게 입었을 때보다 오히려 죄수복 입고 나왔을 때가 더 예뻤다..;;;;
밀거래 현장에서 잡혀온 이빨에 보철 끼운 밀수꾼을 맡은 단역 배우는 오래도록 이승환 밴드에서 퍼커션과 코러스를 맡았던 강성호였다. 어느 날 갑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연기를 하겠다고 사표(?)를 낸 그는 이렇게 차분히 하고 싶었던 일을 해내고 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더라. ^^
마지막 즈음에 완성된 벽안도를 창덕궁에서 공개하는데, 벽안도의 탄생 과정과 의미 등을 설명하는 장면이 멋졌다. 일단 주변 풍경이 제대로 각 잡아주신 거다. 정말 창덕궁에서 찍었을까? 그 조명들이 건축물들에게 해로웠을 텐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의 줄거리들은, 사실 관중들에게 조금 익숙한 패턴이다. 이런 식의 영화는 '범죄의 재구성'에서, '타짜'에서 그리고 '작전'에서 이미 보아왔던 스타일이다. 그래서 재미가 없냐고? 그건 또 아니다. 그럼에도, 재밌다. 신선하지는 않지만.
한 두어건 정도 잔인한 장면이 있는데 알아서 걸러서 보시고~
영화를 보고 나니 인사동 쌈지길이 가보고 싶어졌다. 날도 좋은데 이런 때에 나들이하면 좋을듯!
사진을 넣고 싶은데 에러가 있다. 사진이 안 올라간다. 나중에 추가해야지.
김래원이 희생한 건 이름, 그리고 되찾은 건 명예일까. 영화의 카피는 '통쾌한 그림복제 사기활극'이라고 써 있는데, 나는 '통쾌한 그림복제 복수활극'이라고 읽겠다.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