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금이 온다 - 서해 염전에서 나는 소금 ㅣ 어린이 갯살림 4
도토리 기획 엮음, 백남호 그림 / 보리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믿음직한 보리의 도토리 시리즈다.
책 표지의 앞 뒷장에 그려진 스케치 그림이다. '압해도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적혀 있는데 작가님이 직접 마주친 현지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우리 마을에는 밭이 있어.
아주 짠 소금밭이야.(그래서 '염전'이구나!)
소금은 바닷물로 만들어.
여기는 바닷물이 맨 먼저 들어오는 곳이야.
소금밭은 칸칸이 나누어져 있어.
소금밭에 바닷물을 채워 두면
물이 마르면서 점점 짜지거든.
그러면 물꼬를 터서 아래 칸으로 흘려보내.
맨 아래 칸에서 소금이 나와.
소금이 생기는 걸 소금이 온다고 해.(문학적인 표현이로구나!)
우리 마을 사람들은 비가 오면
자다가도 소금밭으로 달려나와.
소금물을 함수에 담아야 하거든.
함수에는 지붕이 있어서 비를 안 맞아.(기껏 작업해둔 소금이 다시 묽어지면 곤란하겠지.)
날이 개면 짠물을 다시 소금밭으로 내보내.
이야, 소금꽃이 많이 피었네.
바닷물이 마르면서 소금 알갱이가 엉겨붙었어.
소금꽃이라고 해.(이 단어의 어감은 좀 슬프다. 고된 노동이 느껴지는 단어다.)
소금이 오기 시작한 거야.
소금꽃이 점점 커지는 걸 소금이 살찐다고 해.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밭도 살찌겠지.)
소금은 햇볕이 좋고 바람이 잘 불어야 많이 나.
(아핫, 햇볕뿐 아니라 바람도 중요하구나!)
그래서 우리 마을 사람들은 여름에 바빠.
소금도 여름 소금이 가장 좋아.
소금을 손수레에 퍼 담고 있어.
소금 창고로 나를 거야. (아이들도 부족함 없는 일꾼이구나!)
창고의 소금은 물기가 빠지라고 보름쯤 그냥 둘 거야.
우리 마을 소금은 맛나서 쓴맛이 안 나. 어른들은 끝맛이 달대.
(중국산과 비교되지!)
(양쪽으로 책을 펼칠 수 있게 제본되어 있다.)
우리 마을 소금밭. 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고 밥줄이다.
창고야 그렇다 쳐도 집들이 너무 엉성하게 보인다. 가난한 살림살이가 어쩐지 밟히는구나.
소금 내는 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공동작업을 한다. 이러니 더불어 사는 미학이 살아남겠지.
옛날에 소금이 귀할 때는 소금 한 말 값이 쌀 한 가마니랑 같을 때도 있었단다. 어이쿠. 엄청 비쌌구나.
임금님의 셋째 딸이 소금에 견주어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했다가 쫓겨났던 옛 이야기가 생각난다.
엄마는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아이들은 뻘에서도 노는데, 저 갯벌을 메꿔서 대체 뭘 만드는 것일까. 자연을 해쳐서 취할 이득이 얼마나 크겠다고......
소금을 낸 날, 마을 사람들 모두 불러 조개도 구워 먹고, 고기도 구워 먹으면서 함께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밴댕이 구워 먹었다는데, 저 길죽한 소시지처럼 생긴게 설마 밴댕이? (이렇게 생긴 게냐!)
살림살이는 곤궁해 보여도 더불어 사는 사람 내음은 진하고 따스하구나.
책의 맨 뒤에는 우리가 날마다 섭취하는 무수한 종류의 소금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죽염은 굵은 소금을 대나무 통 속에 넣고 구운 것이로구나!
소금에 절여서 말린 조기가 굴비고. 아, 굴비 먹고 잡다!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를 자반고등어라고 한다. 아, 홍수맘님 고등어 참말로 맛있었는데......!
교육적으로도 훌륭한 책이지만, 재미 면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표지만 보면 지극히 교과서스럽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