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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빠 구함! ㅣ 온세상 그림책
다비드 칼리 지음, 안나 라우라 칸토네 그림, 허지연 옮김 / 미세기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참 좋아하는 다비드 칼리. 처음 만난 '나는 기다립니다.' 이후 '적'도 무척 좋은 조합이었다. 그림 작가 세르즈 블로크와 단짝이었으면 했지만, 다비드 칼리는 매우 다양한 그림 작가들과 작업을 해왔다. 이 책도 그래서 같은 작가임에도 낯선 분위기를 보여준다.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 스타일의 그림이기는 하지만.
엄마는 다른 엄마들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고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고 아주아주 멋진 분이시다. 하지만 주인공 아이는 엄마만 있고 아빠가 없어서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엄마에게 어울리는 멋진 아빠가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광고를 냈다. 이 조건에 꼭 들어맞는 사람만 연락하라고. 하지만 어디 그렇게 되던가?
광고에서 원하는 것과 정반대인 사람들이 엄청 몰려들었다. 키도 작고, 잘 생기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고, 힘도 세지 않은 그런 사람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다 제하다 보니 딱 한 사람만 남아버렸다.
이 아저씨는 키도 안 크고, 영화배우처럼 멋지지도 않고, 운동도 잘 못하고 슈퍼맨처럼 힘도 세지 않았지만,
대신 자상한 사람이었다.
엄마와 아이는 이 아저씨가 마음에 들었다.
새 아빠는 계산을 잘 못하지만, 시를 많이 알았고,
동물을 좋아하며, 요리도 잘 하신다.
게다가 자상한 새 아빠는 잠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신다.
친 아빠라도 좀처럼 보기 힘든 자상한 면모들이 아닌가!
이렇게 자상한 새아빠라면 엄마에게도 좋은 남편이 되어줄 것이다.
아이는 새 아빠가 너무 좋다. 롤러스케이트도 못 타시고 퍼즐도 잘 못 맞추시지만, 아이는 아낌 없이, 사심 없이 새 아빠를 사랑하게 된다.
다비드 칼리는 새부모 가족, 다부모 가족들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의 맨 뒤에는 한국 독자들을 향한 따뜻한 질문답변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가족들을 향한 그의 따뜻한 시선이 참 좋았다.
언젠가 미수다에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컴플렉스 1위가 이혼한 부모 얘기였다는 차트를 본 적이 있다. 외국에서 온 여성들은 모두 한국의 이런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네들 중에도 이혼한 부모님은 많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자아를 망가뜨리거나 절대로 밝히고 싶지 않은 수치심으로 자리매김 되어 있지는 않았다. 이혼하지 않고 금슬 좋게 잘 살면 말할 것도 없이 좋지만, 어떠한 사연이든 간에 헤어져 남이 되어버리는 가족들은 무수히 많다. 그런 가족들이 모두 다 이러한 사정을 상처로만 여긴다면 그 또한 불행일 것이다.
이 책의 아이처럼, 새 아빠가 이러이러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하는 바람은 있겠지만, 그 조건들을 다 충족시키지 못해도 충분히 훌륭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얼마든지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은 열심히 말하고 있다. 정말이지, 이런 이야기들이 이제는 음지가 아니라 밝고 당당한 양지에서 거론되고 인정되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고맙고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