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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를 먹는 불가사리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
정하섭 지음, 임연기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1월
평점 :
익숙한 이름 정하섭. 난 그림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글 작가다. 그런데 정하섭 작가님의 책을 떠올리면 같은 분위기의 그림들이 연상된다. 글쓰는 스타일이나 옛 이야기를 배경으로 해서 그림도 그렇게 따라가는 것일까? (설마 내가 전부 같은 그림 작가님 작품만 본 것은???)
하여간, 이 책 쇠를 먹는 불가사리는 오래 전부터 내려온 옛 이야기라고 하는데 나로선 새로운 이야기였다. 고려시대 말 조선 초, 이 때쯤 생긴 이야기라고 하는데 와우, 오래 된 이야기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444902.jpg)
전쟁으로 남편과 아이를 잃은 아주머니는 쇠를 무척 싫어하셨다. 칼이나 창은 모두 쇠로 만드니까.
외로울 때면 인형을 만들던 아주머니는 어느 날 밥풀을 뭉쳐서 작은 인형을 만들고 이름을 불가사리라고 지었다.
사진엔 잘렸지만, 왼쪽 모서리에 기존에 만든 인형들이 나오는데 대체로 도깨비 상이다. 그러니 마치 강아지처럼 생긴 밥풀떼기 불가사리는 아주머니로서는 미모에 신경을 쓴 편이다. 그런데 이 미모의 불가사리 앞 얼굴을 한 번 보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444903.jpg)
두둥! 얼굴에 심술이 잔뜩 붙은 것 같은데 하여간 악동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주머니는 불가사리에게 자신의 염원을 담아 노래를 불러주었다.
밥풀떼기 불가사리야
너는 너는 자라서
쇠를 먹고 자라서
죽지 말고 자라서
모든 쇠를 먹어라
다 먹어 치워라.
그러자, 정말로 불가사리는 쇠를 먹는 것이 아닌가! 첫번째 먹이는 바늘이었다. 냉큼 바늘을 다 먹어치우는 불가사리.
(어린이는 절대로 따라하면 안 됩니다!!!)
말랑말랑하던 불가사리 몸이 순식간에 단단해진다. (자석을 대보면 철썩! 달라 붙지 않을까???)
이제 쇠맛을 알아버린 불가사리, 방 안을 기어다니며 닥치는 대로 쇠를 접수하신다.
못, 가위, 칼, 망치, 인두...(방 안에도 은근히 무기가 될 법한 쇠붙이가 많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444905.jpg)
하루만에 불가사리는 쥐만큼 커졌다. 방안에는 더 이상 소화시킬 쇳조각이 없다. 불가사리는 집 안을 돌아다니며 쇠를 먹기 시작한다. 문고리, 자물쇠, 쇠꼬챙이, 괭이, 삽, 낫, 톱......
아, 전쟁용이 아니라 일상 생활용, 게다가 농사용 도구까지 다 먹어버리다니...ㅜ.ㅜ
이건 좀 슬프지만, 좀 더 지켜보자. 불가사리가 어디까지 먹어버릴 지?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444907.jpg)
일주일 만에 불가사리는 개만큼 커졌다. 아, 개라고 하기엔 좀 크구나. 상근이 정도 크기???
이제 집 안에는 쇳조각이 하나도 없다. 저 정도 식성을 자랑하는데 일주일을 버틸 만큼 쇠붙이가 있었다니, 아주머니네 집에 솥단지가 좀 많았나보다!
"누가 나에게 쇠를 줄까?"
를 외치며, 불가사리는 동네로 뛰쳐나간다. 그 다음엔?
눈에 보이는대로 닥치는 대로 쇠를 먹어치웠다. 동네 사람들이 항의하지 않았는지, 놀라지는 않았는지, 이 재산 침해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했는 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착한 사람들 같으니!)
불가사리는 도끼, 가마솥, 쇠말뚝, 쇠스랑, 쇠종......
이쯤 되니 불가사리가 더 커졌음은 물론이다. 이젠 소만 해졌다. 동네에도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그렇다면?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며 먹을 차례.
쇠문, 쇠창살, 쇠몽둥이, 쇠바퀴, 쇠기둥......
불가시라는 이제 집채만해졌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에 출연해도 좋을 만한 크기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444909.jpg)
하룻길에 다녀올 거리에 쇠붙이가 없으니 불가사리의 여정은 점점 길어진다. 하루, 이틀, 사흘, 열흘...
그리고 그때마다 불가사리는 더 커져서 돌아왔다. 이제 더는 아주머니 집으로 돌아오는 일은 무리가 되어버린 불가사리.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불가사리를 배웅하지만, 어머니처럼 여기는 불가사리는 꼭 돌아오겠노라고 약속한다.
(혹 돌아오는 게 더 무서운 거라면??? =3=3=3=3)
자, 이제 극적인 이야기 돌입이다.
그 무렵, 나라에 큰 걱정거리가 생겼으니, 오랑캐가 쳐들어온 것이다. 누가 있어 오랑캐를 무찌를 것인가 임금님 걱정은 산만해졌고, 신하들은 입을 모아 불가사리를 외쳤다.
오옷, 이제 드디어 제대로 힘을 쓸 때가 왔구나!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444910.jpg)
아, 우리의 불가사리! 제대로 장을 만났다. 오랑캐들이 제 아무리 활을 쏘고 창을 던지고 칼로 찔러도 끄떡도 않을 우리 불가사리.
게다가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쇠를 먹어버리니, 오랑캐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칼도 창도, 대포도 다 먹어치웠다.
전쟁 끝!
그런데 이렇게 한꺼번에 포식을 하고 나면 더 쇠가 땡기는 것이 아닐까? 불가사리가 혹시 포악해지지나 않을까 나는 걱정이 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불가사리를 환영할 뿐이다.
하기사, 전쟁을 끝나게 해주었으니 그 공이 오죽 클까. 생활의 불편함 정도는 감수해야지. 쇠 쟁기 말고 나무 쟁기 쓰면서????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444911.jpg)
그런데 저렇게 즐거워하고 고마워하는 백성들과 달리 나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임금님이다.
왕도 해내지 못한 적군을 무찌른 영웅 불가사리, 왕이 되겠다고 나서면 어쩔 것인가 걱정이 생겨버렸다. 선조 임금님 같다.ㅎㅎㅎ
하지만 이렇게 불안한 임금님 마음을 읽고서 그 마음을 더 부추기는 사람이 꼭 등장하기 마련이다. 바로 이 사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444912.jpg)
뭔가 얍삽하고, 뭔가 심술맞고, 뭔가 간신같은 이미지를 주려고 사용한 방법이 혹시 '애꾸 눈?'
점쟁이는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써서 임금님의 걱정거리를 없애줄 것인가?
불가사리는 무사할 것인가?
나라 안의 쇠붙이는 남아날 것인가?
궁금하신 분은 지금 바로 도서관으로, 서점으로 고고씽!
책의 맨 마지막 장에 약간의 해설이 덧붙어 있는데 무척 재밌다. 불가사리를 한자로 쓰면 '죽일 수 없는 동물'이라고 해석이 가능한데, 이 이름자에 불가사리를 죽일 수 있는 의미도 숨어 있다고 하니 아리송송 재밌지 않은가!
온종일 북한의 로켓 발사에 관한 뉴스만 틀어대는 TV를 끄니 세상이 좀 조용해진 듯하다. 틀면 다시 나오겠지만.
마치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 역사 이래 저것 밖에 없었다는 듯 오버하는 모습이 기막히다.
이 세상의 이로운 쇠붙이까지 모두 집어 삼키면 전쟁을 그치게 한 불가사리라도 사람들은 분명 그 불가사리를 원망할 것만 같다. 나조차도 안 그럴 자신이 솔직히 없다. 기왕에 상상의 동물을 재현해낼 수 있다면, 전쟁에 쓰이려고 하는, 나쁘고 위험한, 무서운 일에 쓰이려고 하는 쇠붙이만 다 집어삼키는 불가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옵션으로 거짓말하고 나쁜 짓 하려고 하는 정치인들의 입만 꿰매주는 바늘같은 것도 생기면 좋겠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