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뷰] <먼지깨비><구름빵> 등 마음씨앗 그림책 리뷰를 써 주세요~ 5분께 2만원 적립금을 드립니다!!
딸기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9
신구 스스무 글.그림, 김루희 옮김 / 한솔수북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월요일에는 지역 도서관을 처음 갔는데 1인당 4권 밖에 못 빌린다는 거다. 가족 대출증도 없다고 한다. 무조건 본인이 와야 만들 수 있고, 본인이 와야 책을 빌릴 수 있다. 체, 노인분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은 혼자 책 빌리러 올 수도 없단 말인가?  

이 책을 찾아서 보고는 아연 질색했다. 책이 너무 지저분한 것이다ㅠ.ㅠ 중고샵에서 이 정도 품질로 책이 왔다면 난 반품했다. 학교 도서관 책 중에는 이 정도로 지저분한 책을 본 적이 없다. 사람 손을 많이 타서 그만큼 사랑 받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내 책 아니라고 험하게 본 건 아닐까 인상이 구겨졌다.  

1인당 4권 한정이니 덜 지저분한 책으로 고르느라 내려놓은 책을, 화요일에 다시 갔다가 발견했다. 전날 내가 찾아 보고 트레이 위에 올려놓은 것이 아직도 정리가 안 된 것이다. 음, 읽어달라는 뜻인가? 그렇지만 빌려가긴 거시기 해서 도서관에서 읽고 사진 찍었다. 유아실 방에 불 좀 넣어주지, 엉덩이 시려서 혼났다ㅠ.ㅠ 

차분하게 다시 살펴보니, 책이 근사하다. 딸기가 자연의 은총으로 익어가는 모습을 마치 태아가 엄마 뱃 속에서 자라는 모습처럼 신비롭고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짧게 등장하는 문구들은 꼭 시처럼 묘사되었는데, 그 옆으로 영어, 불어, 독일어, 이태리어로 번역된 문구를 같이 실었다. 일본 원서에는 한글 대신 일본어가 자리했으리라.



딸기는 모두 사라지고, 어스름 속에 딸기의 향기만 땅에서 풍겨오네.

윤기 도는 초록 잎 안에 딸기의 생명이 담겨 있지.
빨간 덩굴이 땅을 뻗어가며 어린 잎들을 만드네.
어린 잎들은 새로운 땅에서 줄을 맞춰 자라지.

어린 잎들은 눈 속에 숨어, 평화롭게 잠을 잔다네.
차가운 밤 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을 보면서 
바람이 햇빛을 실어오고,



태양이 황금빛 소나기를 내려주네.
꽃이 피면 벌들이 몰려오지.
꽃잎이 떨어지고 그 자리엔 작은 초록 별을 남기네.
별은 하얀 딸기로 변하지.
딸기는 아름다운 저녁 놀을 보았네.
타는 듯한 빨간 빛에 마음이 설레네. 



딸기 밭에는 색깔이 가득 향기가 가득
딸기에는 북극이 있네.
딸기에는 남극이 있네.
그 사이에는 황금빛 못이 박혀 있네.



빨간 열매 속은 차갑고, 하얀 세계.
햇빛은 결코 비칠 수 없지.
딸기에는 끝없는 풍경이 펼쳐진다네.

딸기는 모두 사라지고, 어스름 속에 딸기의 향기만 땅에서 풍겨 오네. 


이 책이 4-6세 책이라는 게 놀랍다. 몹시 철학적이고 함축적이고 시적인데 말이다.
자그마한 딸기 알을 온 우주, 온 세상, 온 자연으로 묘사한 구절들이 절묘하다.
딸기 안에 구축된 세계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황금빛 못이라니... 기막힌 표현이 아닌가.
시작과 마지막의 대구도 눈길이 간다. 내가 좋아하는 기법이다.
보고 있자니. 딸기 생각이 난다. 딸기 철인데, 농민을 생각하면 마음이 또 아파지지...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애(厚愛) 2009-04-0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이 지저분하면 손이 잘 안 간답니다.^^ 빌린 책을 더 깨끗하게 읽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딸기 안의 우주라는 책 제목도 재미있고 4~6세의 책이라니 정말 믿기지가 않네요. 저는 과일중에 딸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딸기를 안 먹어 본지가 12년이 되네요ㅠㅠ 고생하시는 농민들께 화이팅!!

마노아 2009-04-01 13:04   좋아요 0 | URL
공공의식이 결여된 것을 볼 때가 많아요. 여전히 극복 못하는 후진성이지요.
이 책은 글이 적어서 그림만 보면 나름대로 즐거울 것도 같아요.
저렇게 각 나라 말로 다 적어주면 그 나라 번역자들은 어쩌라구요.ㅋㅋㅋ
미국 딸기는 우리나라 딸기랑 맛이 어떻게 다를까요? 당도가 좀 다를까요?
농민이 살아남을 수 없는 나라에 어떤 미래가 있을까 싶어요. 학생도 마찬가지구요ㅠ.ㅠ

후애(厚愛) 2009-04-01 13:39   좋아요 0 | URL
미국 딸기는 겉이 부드럽지가 않고 까칠까칠해요.^^
그리고 당도가 별로 없어서 먹을 수가 없답니다. 그런데 향기는 참 좋은데...미국 딸기 참 이상해요.^^;;
그래도 먹을 만 한게 있다면 딸기 케익이랍니다.~ㅋ

마노아 2009-04-01 15:27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다면 미국 딸기는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딸기 케이크나 딸기잼 등의 원료가 되는 걸까요.^^;;;

후애(厚愛) 2009-04-02 07:08   좋아요 0 | URL
딸기를 살 때 카스테라 비슷한 빵(빵이름이 생각이 안 나요ㅠㅠ)을 함께 구입을 해서 딸기와 같이 먹는다고 제 옆지기한테 들었습니다. 그리고 딸기 케이크도 맛이 있지만 그 중에 치즈 케이크는 맛이 일품이지요. 설탕에 절인 딸기를 치즈 케이크 위에 올려져 있으면 치즈 케이크 전체를 생크림으로 발라져 있답니다. 입안에 군침이 도네요.~ㅋㅋㅋ 그리고 딸기잼도 많고요.^^;;

마노아 2009-04-02 11:52   좋아요 0 | URL
치즈 케이크와 딸기의 궁합은 맛뿐 아니라 색깔도 일품일 거예요. 아, 정말 군침 도네요. ^^

mooni 2009-04-0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서관 헌책들 보면 심사가 안좋아져요. 어른책도 그렇지만, 애들책은 더 심한거 같아요. 애들이 책 험하게 보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엄마들이 좀 말려주고, 아껴보는 습관 들여주게 좀 신경을 써줘야할텐데...; 그게 쉽지 않은가봐요. ^^ 아니면 도서관에서 낙후된 책들은 좀 새걸로 바꿔줘도 좋을텐데 말예요. 유가환급금 찔끔찔끔 되돌려주느니, 그런거 도서관에 지원해주면 좋았을 걸 말예요.

음, 그나저나, 딸기! 먹고 싶습니다. :)

마노아 2009-04-01 15:28   좋아요 0 | URL
유가환급금이 아니라 부자들 감세해준 돈이면 낙도마다 도서관을 세워줄 수 있지 않을까요. 킁!
저 책이 딸기 중추신경(?)을 건드리네요. ^^
저는 문득 딸기맛 요플레가 생각납니다.^^

L.SHIN 2009-04-02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예뻐요!!
전 과일 중에서 '가장 이쁜 과일'을 고르라면 딸기를 고를 거랍니다.
먹는 것은 그다지..좋아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_-)

마노아 2009-04-02 11:52   좋아요 0 | URL
오, 보기에 '이쁜 과일' 말입니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자두도 예쁘고 앵두도 예쁘지만 역시 딸기도 훌륭해요.^^

바람돌이 2009-04-03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의 아이들 그림책은 상태가 심각한 책들이 정말 많아요. 아무리 좋은 책도 상태가 너무 심각하면 포기하게 된달까요? 근데 이 책은 이렇게 시적인 책인지 몰랐네요. 갑자기 보고싶어지는 책. 멋진 리뷰예요. ^^

마노아 2009-04-03 00:17   좋아요 0 | URL
상태가 깨끗한 책은 덜 보아서 덜 망가진 책인 것 같았어요. ^^;;;
저도 이 책을 열어보고 깜딱 놀랐답니다. 책이 너무 지저분해서 열어보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