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 : 화가들의 천국 - 천국의 이미지
디디에 오탱제 외 지음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램브란트와 서양 미술 거장전을 보러 가기 전에 도록을 먼저 보았더니, 전시품 관람할 때 훨씬 눈에 잘 들어오고 감상도 즐거웠었다. 그 기억에 의존해서 퐁피두 전도 도록을 먼저 구입했다. 그 안에 들어있는 평일 관람 티켓도 요긴하니 더 안성맞춤.
도록의 구성은 램브란트 전 때의 도록보다 좀 못했다. 서두에 해설이 어찌나 길고 지루한지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압박. 무조건 첨부터 읽는 성미를 버리고 그림 장으로 넘어갔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아르카디아' 아르카디아를 내 언어로 설명하기는 너무 힘이 드니 검색을 이용하자...;;;
실제 전시장에서도
제1장 황금시대
제2장 전령사
제3장 낙원
제4장 되찾은 낙원
제5장 풍요
제6장 허무
제7장 쾌락
제8장 조화
제9장 암흑
제10장 풀밭 위의 점심식사
요런 구성인데, 책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푸생의 저 그림 안에 이 주제가 모두 부분별로 녹아 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전시장에서 멀티미디어로 설명해주던 것이 귀에 쏙쏙 들어오니 쉽게 다가왔다.
책에서는 해당 전시 그림이 어떤 배경으로 그려졌는지, 관련 그림과 참고 그림은 어떤 것인지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더 많은 그림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그렇게까지는 안 나오지만 도록을 먼저 감상하면 그런 뒷 이야기들이 있어서 그림 보는 재미가 더 크다.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 뒷짐 지고 그림을 보시는 모습,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 한 분이 느릿하게 그림을 감상하시는 모습이 참 좋았더랬다. 다른 누구랑 같이 하지 않고 혼자서 그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근사했던 것이다.
멀티 룸에서 감상하던 수 메이 체의 "메아리" 4분 55초 짜리 동영상이다. 화가는 음악과 미술을 같이 공부했는데 절벽 위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그 울림을 녹화해왔다. 연주를 중간중간 쉬는데 그때마다 메아리쳐서 돌아오는 첼로의 낮고도 육중한 소리가 좋았다. 4분 55초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분들이 많았는데 느긋이 앉아서 관람하는 기분이 고즈넉하니 좋았다.
호앙 미로의 "블루 II" 저 푸른 색과 붉은 기둥, 검은 점까지. 그림이 꽤 컸는데 도록에 그림 크기가 적혀 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볼 때 확실히 양감이 느껴진다. 이 그림은 비어있어서 채워진 듯한 느낌을 주어서 오래오래 바라봤었다.
이 그림은 아마도 사진 위에 채색을 한 것 같았다. 게다가 저 얇은 요와 밀짚 모자는 그림이 아니라 실제 물건을 그림 앞에 갖다 놓았다. 앞에 돗자리 깔아놓고. 다양한 시도가 신선했다.
앙리 마티스의 그림이 여러 점이었는데 이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실제 전시장에선 따로 걸려 있지만 도록에는 한 페이지에 실려 있다. '폴리네시아, 하늘'과 '폴리네시아, 바다'다. 색종이를 오려 만든 꼴라쥬 작품.
색깔도 그림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도 별로 빈틈이 없는데도 자유롭게 느껴진다. 마음이 탁 트이는 그런 기분.
마시모 비탈리의 '피크닉 거리'
무려 7미터 높이에 특수 삼각대를 세워놓고 찍었다. 그런 까닭에 저렇게 깊이 저 많은 사람들이 화면에 다 잡혀 버렸다. 의도된 연출이어서인지 같은 모양 이불이 보인다. 주최측(?)에서 나눠줬나보다. 이런 저런 카메라 의식 않고 낮잠을 자고 무언가를 먹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 그야말로 피크닉 그 자체다. 1.5m x 1.81 크기인데 눈이 즐거워서 한참 보았더랬다. 전시관 거의 끄트머리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 바람에 나로서는 피크닉이 끝나가는 기분도 느껴야 했지만.
방학이 끝난 까닭에 사람도 너무 많지 않아서 좋았고, 중간중간 쉬어갈 틈이 있는 의자와 전시장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교통편이 불편한 것만 빼면 시립미술관 전시는 늘 좋은 편이다.
퐁피두 미술관 개관에 대한 영상물도 보았는데 지루할 줄 알았건만 뜻밖에 그것도 재밌었다. 아픈 다리를 쉬어서만은 절대 아니다. 6^^
실제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에 비하면 이번 전시회에 가져온 것들은 새발의 피일 터지만, 한 주제 아래 묶여진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 기회를 더 의미있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도록이었고.
또 다시 이런 전시회가 눈에 띄면 도록부터 보고 다녀오는 걸 잊지 않으련다. 그리고 기를 쓰고 혼자 다녀온 건 아니지만, 혼자 다녀오는 미술관, 참 낭만적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