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풍선의 세계 여행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5
샤를로테 데마톤스 지음 / 마루벌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재밌는 책이다. 이렇게 글 없이 그림만 있는 책을 유독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는 글로서 설명할 수 있는 몇 배의 이야기를 그림 속에 모두 담았다. 빠르게 휙휙 넘어가선 묘미를 찾을 수 없다. 천천히 읽어야 한다. 찬찬히 그림들을 뜯어보며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찾아보자. 숨바꼭질하는 기분으로. 

노란 풍선이 둥둥 떠 있는 길가에 있는 집에서 파란 차가 출발한다. 손을 흔드는 가족들. 그리고 가로등 아래에 산책하는 사람과 개가 보인다. 뒷장에는 파란 차가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을 넣고, 도로에는 경찰차가 지나가며 기린 두 마리를 싣고 가는 트럭이 보인다. 이 패턴은 어떤 장소로 가도 거의 반복된다. 이 사람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한 공간에 여러 시간대의 상황이 함께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외계인이 지구를 내려다 보는 장면과 전투기가 하늘을 비행하는 장면, 그리고 천사들이 구름 위를 노니는 장면, 라이트 형제쯤 되어보이는 비행기 타는 사람이 보이고 우산 타고 내려오는 메리 포핀스, 풍선 기구 타고 내려오는 허풍선이 남작,도 얼마든지 같은 화면에 있다는 것이다.  

경찰차 앞에 줄무늬 죄수복을 입은 사람이 체포되고 있다. 저 죄수가 끝까지 나온다. 그리고 아랍 복장을 한 사람도. 그 앞으로 파란 차와 기린 실은 트럭 두 대가 지나가고 있다.



 전체 그림의 한 부분만 바짝 당겨서 찍었는데 사진이 저 모양이다ㅠ.ㅠ 

교통 사고가 났고 그 옆 감옥에선 죄수 한 명이 탈옥을 한다. 토마토를 실은 트럭이 전복되었는데 그 토마토를 훔쳐서 달아나는 아이, 한쪽 빌딩 위에선 배트맨이 하강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도둑 둘이 복면을 쓴 채 보따리 들고 튀고 있고, 어느 건물엔 불이 나서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물론 불구경하는 사람도 있다!) 파란 차와 기린 실은 트럭도 여전히 있고, 한쪽 동물원에는 코끼리와 낙타가 보이고 우산 들고 서 있는 메리 포핀스도 여전히 보인다.



 시골로 가보았다. 기계로 농사짓는 사람들과 직접 밭가는 중세 사람들, 영주에게 충성하는 기사들도 보이고 풀장에서 노니는 아이들도 한 공간에 있다. 머리에 깃털 꽂은 아메리카 원주민과 보안관스런 녀석도 한 명 눈에 띈다. 노란 풍선은 유유히 다음 곳으로 이동을 한다. 이번엔 겨울 풍경이다!



왼쪽 모서리 끝에는 만리장성이, 그 오른쪽에는 티벳의 승려들이, 양탄자 타고 날아가는 알리바바도 보이고, 헬리콥터는 조난객을 구조해서 안전지대로 대피 중. 도망친 죄수는 유유히 스키를 타고 있다.  

화산은 쾅쾅 터지고 있고, 양들은 평화로이 풀을 뜯는다. 곰에게 좇기는 어느 사람도 보이고 자전거로 벼랑길을 달리는 모험가도 보인다. 파란 차와 노란 풍선, 아직도 눈에 잡히는가?
 



 사막과 초원을 지나 이번엔 바다다. 항공 모함과 바이킹 시절의 배, 유람선과 훌라 춤 추는 원주민을 다 함께 만날 수 있다. 뿐인가. 작아서 잘 눈에 안 띄지만 바다 한 가운데에 돌고래랑 노니는 인어공주도 있다. 삼지창을 든 저 하얀 머리 노인은 바다의 신 포세인돈? 

뗏목 타고 홀로 바다를 건너는 저 사람은 혹 로빈슨 크루소? 이 와중에도 태평하게 하늘을 나는 노란 풍선 하나. 자, 다음 장으로 넘아가 보자.




 이번엔 북극이다. 빙산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침몰하는 저 배는 타이타닉!, 이글루 옆에 이누이트 족이 보이고, 순록이 끄는 마차에 선물 싣고 계시는 산타 할아버지와 여전히 양탄자 타고 가는 아랍 사나이도 보인다. 줄무늬 죄수복 입은 저 탈옥수는 춥지도 않나, 여전히 단벌 신세일세. 북극 흰곰에게 쫓기는 한 무리의 사람들, 조심하세요! 한줄로 종종 걷는 펭귄 떼가 귀엽기 그지 없다.



 꾸불꾸불 강이 흐르는 저 깊은 정글. 타잔과 제인도 보이고 추락한 비행기에서 조난 신호를 보내는 사람들, 그리고 한쪽에선 개발 바람이 불어 나무를 모두 베어 없애고 있다. 숲을 헤매고 있는 죄수 양반, 절대 잡히진 않는다. 곳곳에 숨어 있는 유적지를 확인하는 것도 큰 재미.  또 다시 노란 풍선의 뒤를 따라가 보자.




해안가와 놀이공원을 지나 다시금 만난 깊은 숲 속. 사진이 제일 안습인데, 하얗게 나와 보이지 않는 저 곳에 마녀들이 불을 피워놓고 회의 중이다. 불이 켜진 집에는 드디어 집을 찾아온 죄수가 사랑하는 사람과 꼬옥 포옹하고 있고, 기린 두 마리도 트럭에서 내려 숲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백설공주를 만났을 법한 일곱 난장이들이 줄지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헨젤과 그레텔은 숲에서 길을 잃었고, 유령이 나올 것 같은 성에는 진짜 유령과 박쥐가 둥둥 떠 있고, 가면 쓴 조로는 열심히 말을 달린다. 그럼에도 파란 차는 노란 풍선을 매달고 열심히 길을 달린다. 어디로 가고 있을까?
 



(또 다시 사진이 안습이다. 아, 형광등을 끄고 찍을 수도 없고..ㅠ.ㅠ) 

파란 차는 다시 집에 도착했다. 아랍 사람이 노란 풍선을 가로등 아래에서 들고 있고, 아침에 시작할 때와 반대 방향으로 개를 데리고 산책 나가는 사나이, 그리고 기린 두 마리 싣고 트럭은 여전히 갈 길을 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간 죄수가 다시 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노란 풍선은 또 다시 사연 담고 어느 멋진 세계를 유랑하고 다닐까.  

노란 풍선과 함께 한 모험이 가득한 세계 여행. 그 안에 자연이, 역사가, 사람이, 동물이, 온 세상이 담겨 있다.  

멋진 그림책이다. 반할 수 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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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9-02-1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게, 마노아님은 리뷰 올리는 그림책들 전부 구입하시는거예요?

마노아 2009-02-10 10:19   좋아요 0 | URL
대체로 구입하는 편이에요. 작년 1년 동안 중고샵 죽순이 노릇한 결과랍니다ㅠ.ㅠ

꿈꾸는섬 2009-02-1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봤는데 정말 좋아요. 그림도 멋지고 내용도 좋구요. 아이들도 좋아라하죠.

마노아 2009-02-11 01:12   좋아요 0 | URL
이런 구성 신선하고 좋아요. 무척 마음에 드는 책이에요. ^^

순오기 2009-02-1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 멋지네요.^^

마노아 2009-02-11 01:38   좋아요 0 | URL
완전 심봤다!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