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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의 아이들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7
김재홍 지음 / 길벗어린이 / 2000년 6월
평점 :
많이 유명한 것에 비해서 리뷰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좀 놀랐다.
김재홍 작가님의 그림은 사진을 보는 것처럼 섬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동강의 풍취를 한껏 옮겨 놓은 이 책도 실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유화인 듯 수채화인 듯한 다양한 느낌을 전달한다.
장날이 되어 깨도 팔고 콩도 팔러 장터에 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순이 동이 남매.
동생 순이는 어머니가 돌아오시면서 색연필하고 운동화도 사오신다고 해서 잔뜩 기다리는 중이다.
칭얼대는 동생을 달래느라 도착한 강가. 즉 동강.
순이는 큰새한테 엄마가 어디쯤 오셨나 물어보겠다고 한다. 아니, 큰 새라니???
저 바위를 보시라. '큰 새'가 물 위에 미끄러지듯 누워있는 듯 보이지 않는가. 바위 한 번 절묘하다.
동이는 큰 새가 대답하는 것처럼 순이가 듣고 싶은 대답을 대신 해준다.
"큰새가 그러는데, 지금 내 운동화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시는 길이래~"
센스 만점인 오빠!
순이가 다시 묻는다.
"아기 곰아, 그럼 우리 엄마가 내 색연필요 사셨니?"
이런, 아기 곰도 등장할까?
물 위에 바짝 엎드려 있는 모습이 아기 곰을 연상시키는가?
잘 모르겠다면 좀 더 열심히 들여다 보시라. 불빛 반사된 것은 패-쓰!
엄마가 순이 색연필도 사오시는 중이라고 대답하니 좋다고 팔짝 뛰는 순이.
아기 곰이 조용히 잘 수 있게 우리도 집에 가서 낮잠 자자고 하지만 엄마 마중 가겠다고 떼 쓰는 순이.
맘씨 좋은 오빠는 동생을 놀리다가도 달래기에 여념이 없다. 물수제비 뜨는 것도 보여주는 멋쟁이 오빠!
그러다가 발견한 바위 위에 박힌 빈 병 하나. 울퉁불퉁한 등허리와 사나운 저 눈까지!
아이들은 그만 공룡이 쫓아온다고 느끼고 만다. 으아아아악!
힘들다고 떨썩 주저앉은 순이를 덥썩 업어주는 상냥한 오빠. 마냥 좋아하는 순이의 표정이 참으로 맑고 행복해 보인다.
오빠의 사심 없는 표정도 해맑음 그 자체!
그리고 아이들 뒤의 저 바위를 보시라. 왼쪽으로 고개를 90도 꺾어서 보면 마치 순이를 업고 있는 동이처럼 보이지 않던가?
초록빛 풀들이 꼭 순이의 땋은 머리를 닮아 있다. 감각쟁이 작가님!
크고 넓고 단단한 바위를 보면서는 아빠를 떠올리고,
살며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저 바위는 꼭 엄마를 닮은 것만 같다.
이렇게 물 맑고 바위 단단한 곳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 그리고 마침내 장터에서 돌아오는 엄마와의 만남.
아이들의 기다림의 시간이 저 바위와 푸른 강물로 인해 하나의 동화가, 전설이 되고 말았다.
책 뒤에는 실제 동강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보니 진짜 그림 속에 등장했던 곰이며 큰 새며 엄마 아빠 모습인 것처럼 느껴졌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의 정서에 어울릴 소재를 찾아내고, 또 비밀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 솜씨와 마음씀이 예쁘고 고맙다.
겨울에 읽기엔 좀 추워 보이지만, 아이들이 읽기에 너무도 좋을 멋진 우리 그림책. 길벗어린이 책도 실망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만족스런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