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 물구나무 그림책 71 파랑새 그림책 71
송창일 지음, 이승은.허헌선 인형, 이상혁 사진 / 파랑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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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 예뻐서 구입했다. 중국 갈 때 조카 녀석에게 줄 선물이다. 한국적 정취가 묻어나는 걸로 고른 결과이기도 하다. 웹상으로는 사진이 잘 보이지 않아서 백희나 작가처럼 닥종이 인형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헝겊 인형이다.
게다가 작가의 어머니도 인형을 수십 년간 만드신 분이었다. 본의 아니게 엄마의 뒤를 이어 인형 작가가 된 작가의 고백이 짠했다.
원작 글은 무려 70년도 더 전에 쓰여진 글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동심은 비슷하게 표현되니 예쁘고 반가운 일이다.

눈사람의 얼굴을 무엇으로 완성시킬까 고민하는 두 형제.
숯덩이로 눈과 입을 표현하고, 코는 나무 막대.
그리고 뭐가 빠졌나 살펴보니 귀가 없다.
그래서 모아둔 조개 껍데기 두 개로 귀도 완성. 재치가 훌륭하다!
인형 외의 소품은 남편 작가님이 만든다고 했는데 디테일에 감탄한다. 다듬이, 요강, 고드름, 호박, 땔감에 마루의 나무 결까지! 실제 재료를 갖다가 축소해서 만드는 듯.

방에선 이불 호청 꿰매는 엄마와 아직 아장아장 걸을 나이인 어린 동생.
(아마도 여동생?)
바깥의 추울 공기와 대조적으로 환한 조명 아래의 방안은 몹시 아늑하고 따뜻해 보인다.
게다가 정겨움이 사진 바깥으로 느껴진다.
인형 작가들과 사진 작가의 멋진 조합이다.

앞집 할아버지의 꼬부라진 허리까지 표현하는 섬세함.
나뭇가지 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
저 눈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아쉽게도 눈자체로 차가워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인물들의 옷 차림새에서 겨울 추위를 느낄 수 있다.
오늘 날씨처럼 추웠나 보다.

혹시라도 눈사람이 추울까 봐, 두르고 있던 제 목도리까지 벗어 내주는 작은 아이의 예쁜 마음.
마법 같은 일이 벌어져 저 눈사람이 밤사이 사람은 되는 것은 아닐까.
레이먼드 브릭스의 눈사람 아저씨처럼 말이다.

밤새 뒤척이며 잠 못 이루던 작은 아이가 창 밖을 내다보는 장면이다.
저 붉은 빛은 달빛일 것이고, 키 작은 아이가 밟은 둥근 베개까지. 살며시 미소지어지게 만드는 장면이다.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와, 그 눈에 들어오는 눈사람의 모습을 양쪽 페이지에 같이 실었다.
꽉 찬 소품과 또 여백의 미를 보여준 사진이 잘 어우러져 있다.

작가의 작업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저렇게 다 만드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소요될까. 그야말로 '명품'이다.
이런 작업을 하려면 보관 때문에라도 작업실이 크지 않을 수가 없겠다.
서울보다 시골에서 더 어울릴 것만 같다.
작가가 10년 걸려 준비한 "엄마 어렸을 적엔..."은 어떤 작품인지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이 작가의 작품. 전에 어디선가 본 게 아닐까. 전시장에 있던 인형 중 하나는 아니었을까. 자꾸 친숙한 느낌이다. 그 눈에 익숙하고 선한 인상의 인형들을 재현해 내는 게 작가의 목표이기도 했을 터, 충분히 성공한 그림책이다. 너무 아름답다. 조카 녀석이 아직 많이 어리지만 이 책을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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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1-1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 하나 있다면 사은품으로 준 귀이개가 너무 날카로워서 어린이들이 함부로 사용하면 귀를 다칠 것 같은 염려가 든다. (ㅡㅡ;;)

꿈꾸는섬 2009-01-1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정겨운 책이에요. 헝겊 인형으로 만든 것, 저도 전시장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현준이가 좋아할 것 같아 장바구니로 직행합니다.

마노아 2009-01-11 01:51   좋아요 0 | URL
책이 참 곱지요. 저 사진 안에 있는 인형 통째로 갖고 싶어요.(>_<)

순오기 2009-01-1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형제작과 소품~~ 공이 많이 든 작품이군요.
베개를 밟고 올라가 눈사람이 잘 있는지 살피는 아이~ 사랑스런 풍경이네요.^^

마노아 2009-01-11 01:51   좋아요 0 | URL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멋진 인형들이에요. 정말, 너무 사랑스러워요!

바람돌이 2009-01-11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얼마전에 아이들한테 사주었는데 굉장히 좋아했어요. 아마 조카도 좋아할거예요. ^^

마노아 2009-01-11 13:07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좋아한다니 다행이에요. 용기 백배예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