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中庸)』에 보면 '誠者는 天之道요, 誠之者는 人之道'라는 말이 나옵니다. 성(誠)스러운 것은 하늘의 도(道)요, 성(誠)스러워지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라는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완전한 것은 하늘의 도요, 완전해지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곧 인간의 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태 복음』에는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참사랑이란 한계를 두지 않는 것입니다. 용서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요 너그럽고 관대해지는 마음입니다.

용서야말로 인간의 근본적인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태도요, 인간으로서 완전에 가까워지기 위한 어려운 걸음의 첫발을 디디는 마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용서하는 마음에는 꼭 인내를 필요로 하도록 배려하신 것입니다.

『사랑의 기도』의 저자 J. 갈로는 ?용서?에서 이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우리를 용서해 주시듯 우리도 이웃을 용서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잠시라도 마음에 원한을 품는 일 없이 즉시 용서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입으로만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모든 것을 용서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조건을 붙이거나 제한을 두지 않고 온전히 용서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 …… )
저 자신도 많은 잘못을 저질러 이웃의 용서를 받아야만 했으니 (…… ) 모쪼록 겸허한 마음으로 용서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중 발췌-

****

마음에 폭풍이 일어 분노를 채워 잠이 들고, 분노에 잠이 깨던 새벽이었다. 그 아침에, 도종환의 편지는 '용서'를 말하고 있다.

용서하지 못해 폭풍이 이는 내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바로 오늘 이 시간, 이런 글을 나로 하여금 읽게 한다.

나 자신이 연약한 마음을 지닌지라, 늘 넘지 못하는 고개가 있다.

어찌해야 용서할 수 있을까. 어찌해야 잊을 수 있을까. 어찌해야 자유로울 수 있을까.

매해, 매달, 매일, 나는 내 마음과 싸우는데.

나는 그가 미안함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왜 미안함을 늘 그렇게 몰염치로 표현하는 것일까.

용서하는 것이 이토록 힘들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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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일로 그 자신이 직접 고통당하지 않으니 말뿐인 미안이지요.
자기가 직접 죽을만치 고통스러워봐야 미안함도 생기겠죠.
대책 없는 사람을 어찌할까요?ㅜㅜ
나도 용서하지 못할 사람이 있어서 수년간 힘들게 살았는데
나는 직접 당하도록 응징하는 방법을 썼어요. 그러고나니까 용서가 되더라고요~ ㅜㅜ
용서하지 못해서 괴로웠던 시간을 생각하면 되돌리고 싶지 않지만, 용서도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니까~
용서 못하는 거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말아요.

몰염치로 표현하는 미안함, 진정성이 없다고 봐요. 직접 고통을 당해봐야 안다니까요!!

2008-12-22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2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2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8-12-2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을 용서하지 못할 사람들이 저에게 있습니다. 지난 간 일이라서 잊으려고 노력도 하고 용서를 해 주어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되네요. 너무나 큰 고통을 안겨 준 이들이라서 그런지도 모르지요. 저의 마음이 닫힌 이상 이들에게 아무래도 용서는 불가능할 것 같아요. 고통을 주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고통을 받은 사람은 마음의 상처가 깊다는 것을 평생 모를 겁니다.

마노아 2008-12-22 13:25   좋아요 0 | URL
고통의 현재성을 생각해요. 고통이 현재 당면한 문제가 아니라면 상처도 조금 옅어지고 어쩌면 용서에 가까이 다가갈 것도 같은데, 지금 당장 고통스러운데 용서까지 하라고 하면 인간의 마음으로서는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상처를 주고 받는 세상이 슬퍼요.

노이에자이트 2008-12-22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수할 용기가 없는 자는 용서할 용기도 없다.용서는 복수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니까...제가 자주 하는 말이에요.그런데 다들 복수할 용기는 없고 그렇다고 비겁하다는 말은 듣기 싫고 해서 나는 그 친구를 용서했어...하고 큰소리치지만 속으로는 끙끙 앓죠.아이고 그 놈을 두들겨 팼어야 하는데...하면서...

마노아 2008-12-22 21:02   좋아요 0 | URL
중학교 1학년 때 한문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관용'이란 복수할 용기가 없는 자들이 핑계 삼아 내세우는 말이라고. 난 복수까진 바라지 않으니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말아주었음 좋겠어요.ㅜ.ㅜ

꿈꾸는섬 2008-12-2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라는 건 정말 보통사람들에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괴로워하지 않으셨으면......

마노아 2008-12-22 23:35   좋아요 0 | URL
절반의 포기와 절반의 체념을 채우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노력으로 안 되는 부분들이 분명 있는 거니까요. 꿈꾸는섬님 고마워요.

2008-12-23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3 0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08-12-24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없는 용서~ 종교인이라도 쉽지 않지요. 누구나 용서되지 않는 마음의 어떤 부분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은 선량한 사람들의 몫이기도 한 것 같고요. 힘내셔요~

마노아 2008-12-24 06:59   좋아요 0 | URL
용서가 되어야 내 마음에 자유가 올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되어요. 잊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격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