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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6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구판절판
고 녀석 맛있겠다!로 내 맘에 쏙 들어와주었던 미야니시 타츠야의 책이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동화책을 고르고 있었는데 때마침 섬사이님의 페이퍼에서 미야니시 타츠야이 작품들을 모아서 볼 수 있었다. 두 번 생각할 사이도 없이 바로 주문!
여전히 재치있는 그림들이다. 이번 작품의 특징은 꽉 찬 배경인데, 그럼에도 답답하지 않고 대조적인 색들을 썼는데도 모나지 않게 두드러지며, 바탕색이 밝아서 눈 내리는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따뜻하게 느껴진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아기 돼지 열두 마리가 트리와 화한을 예쁘게 꾸미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에, 배고픈 늑대 한 마리가 그네들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
한 번에 열 두 마리를 모두 잡아먹으면 얼마나 배부를까.
늑대의 입엔 군침이 가득 고였다.
나름 카리스마 있게 등장해놓고는 크리스마스 화환과 트리를 마구 망가뜨리는 모습은 솔직히 유치했다. 그렇지만 저 그림에는 지나칠 만큼 어울리는 행동이 아니던가!
늑대의 팔다리는 꼭 선인장 같다. 거친 털이 숭숭 나 있는 모습을 작가 특유의 스타일로 그려낸 것일 터!
놀란 돼지들은 마구 도망가야 마땅한데, 이건 마치 눈을 맞으며 율동락커가 되어버린 모습이다.
훗, 귀엽다!
그러나, 자기가 부러뜨린 크리스마스 트리에 발이 걸려 기껏 잡은 열 두 마리 돼지를 모두 놓쳤을 뿐만 아니라 심히 민망한 모습으로 부상을 입은 늑대 한 마리!
그래서, 이렇게 몸져 누웠다.
그러나 친절한 열 두 마리 아기 돼지들은 늑대를 침대에 눕혀서 극진히 간호를 하는데...
입이 붕대에 칭칭 감겨 있어서 늑대와 돼지들의 대화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일방적인 울부짖음과 해석만이 가능했다.
"너희들을 모두 잡아 먹겠다아아아!"
가 돼지들에게는 "우우우우우우"
로 들릴 뿐이고,
그 말은 마치 사과하는 말로도, 그리고 고맙다는 말로도 들리는 착한 아기 돼지들!
복장이 터져서 분한 마음에 눈물까지 찔끔 흘리는 늑대!
스타일 제대로 구겼다.
그렇지만 착한 돼지들은 눈물 흘리는 늑대 아저씨를 안쓰러워하기까지!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의 말을 전하는 돼지들.
아, 저 눈물은 진정 화딱지 났다는 뜻이련가, 아님 감동의 눈물이련가???
게다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며 늑대에게 주는 빨간 장갑 선물.
아, 이 돼지들 왜 이리 사랑스러운가!
우리의 늑대 아저씨 고민이 적잖게 될 게다.
몸이 회복되면 바로 다 잡아 먹어버릴 것인가?
아님 다른 반전이 있을 것인가?
뒷 내용은 다른 독자분들을 위해 사진을 찍었지만 자체 삭제했다. 아무래도 조금은 궁금하게 남겨두는 게 좋을 듯해서 말이다.
작가는 유머와 위트를 섞으며 감동을 함께 주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다른 작품들도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만든다.
참 많이 어려운 이번 크리스마스에 찡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나의 선택에 무척 뿌듯함을 느낀다.
그런데, 새 책으로 주문한 건데 안에 책장이 많이 구겨져 있었다.
대체 이 책을 누가 넘겨보면서 그렇게 손자국을 내며 구긴 것일까?
알라딘 도서 담당 직원분? 알 수 없는 일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