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화요일마다 외출한다. 손님(?)이 많은 날이기 땜시롱 집에 있는 나를 엄마가 불편해 하신다.

허헛, 재택근무라니까!라고 해도 엄마가 거시기 하다고 하고, 나도 집에 있기 싫어서 꼬박꼬박 외출해 주신다.

한달에 두번은 박물관 수업 들으러 갔고, 아닌 날은 영화를 봤다.

지난 주는 박물관 수업이 있는 날이었지만 눈 싸매고 데굴데굴 구르느라 시체놀이를 했고, 오늘은 '미스 홍당무'를 보았다.

사이보그라도 괜찮아....를 보진 못했지만, 그 영화를 최고로 꼽았다는 감독답게 지극히 4차원적이고 엽기적이었다.

그럼에도 실컷 웃고 나왔다는 이야기. 딸 역을 맡은 서우가 인상적이었다. 유리 선생 황우슬혜는 성이 '황'인가 '황우'인가? 황우씨도 있던가????

 

또 하나, 지난 주, 그러니까 수술 한시간 전까지 붙잡고 있던 일의 결과에 대한 코멘트를 듣고 왔다.

그러니까 갑쪽의 얘기는 엎고서 다시 하란 얘기인데, 맥이 확 빠진다.

더 기운 빠지는 건 페이 문제인데, 11월이나 되어야 입금이 가능할 듯. 허헛, 굶으란 소리인가. 버럭!

빨리 끝내고 싶어서 다시금 컴앞에 붙어 있지만 자꾸 딴데 기웃거리게 된다.  심난하여라.

 

그리고 하나. 적자 통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금요일에는 피아노 학원에 상담을 다녀왔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같은 (근사해 보이는) 악기를 배워보고 싶지만, 그건 로망이고,

중학교 때 짧게 배웠던 피아노를 좀 더 배우고파서 조카 학원 샘을 만나고 온 거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개인 레슨으로 한달 4회 8만원 강습료다.

마음은 당장 시작할 기세였는데, 묵묵부답 페이를 생각하며 11월부터 시작하겠노라고 했다.

눈 수술할 때도 그리 생각했는데, '언젠가' 하고 말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은 '바로 지금' 해야 된다는 일종의 오기같은 게 생긴 탓이다.

지금 당장 이번주부터 레슨을 못 들어간 건 다소 아쉽지만, 2주 후에는 반드시 시작하고 말리!

 

정말로 하나. 어제 가구 대이동에 집안 대청소를 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방안에 있는 옷장 한세트와 거실(?)에 있는 옷장 한 세트가 짝이었던 것이다.  모두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다.

게다가 이 옷장이 언제부터 우리 집에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거다. 이사 올 때 샀다니까 아마 8년쯤 됐나 보다. 정말, 기억이 안 난다니까..;;;

새마을금고 발행 수표 한장을 현금으로 바꿔야 했는데, 새마을 금고가 어디있는지 모르겠더라. 우리집 맞은편 언니네 아파트 입구에 있었는데 말이다.(그러니까 나는 이 동네 8년을 살았는데 말이지...) 생각해 보니 간판을 본 기억이 나는 것도 같고...

그런 예들은 좀 많다. 늘 지나다니는 길목, 버스 창밖을 내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산이 통째로 사라지고 없다던지,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서 있다던지, 나 모르게 언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무심해서 너는 세상을 어떻게 사니? 엄마가 말씀하신다. 덜컹, 나도 걱정이 되었다.

길을 못 찾는 것도 설마 무심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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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10-2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랑에게 종종 길을 물어봅니다.
운전경력 5년차지만 여전히 길치...
신랑-이마트가는 삼거리 알지?
나-거기가 삼거리야?
신랑-!!!어,삼거리야.거기 옆에 보면 조그만 다리있거덩...
나-거기에 다리가 있어?
뭐...대충 이런 대화의 연속이죠.^^
저 요즘 휴직중이라 돈이 궁해요.영어 공부하고 싶은데 ...집에서 열심히 하려고해도 안되네요.^^

마노아 2008-10-22 01:12   좋아요 0 | URL
아, 우리의 공통점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군요. 급 반갑습니다! 게다가 위로가 되기까지 해요^^ㅎㅎㅎ
전 실직 중이라 돌아갈 직장이 없어요. 그게 차이군요. 흑..ㅠ.ㅠ

순오기 2008-10-22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동분모를 갖는다는 건 친근함을 넘어 친구로 급승격하죠.ㅎㅎㅎ
휴직과 실직의 차이라~~ 하지만 마노아님도 일시적이니까 맘으론 휴직으로 해주자고요.^^
무심과 세심의 차이가 기억과 망각을 넘나드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마노아 2008-10-22 13:14   좋아요 0 | URL
무심의 반대편에 세심이 있군요. 맘에 드는 단어예요. 세심한 인간으로 거듭나야겠는데 말입지요^^

무스탕 2008-10-2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현이가 하늘바람님네 태은이랑 비슷한 분위기에요 ^^

미스 홍당무가 그 감독이 만든것이었군요.. 보고 싶기도 하고 그저 그렇기도 한데 요즘 같아선 시간이 읎슈~ ㅠ.ㅠ
저도 바이올린 배우고 싶어요. 피아노도 배운적 없고 악보도 읽을줄 모르지만;; 그래도 바이올린이 로망이에요~

마노아 2008-10-22 13:16   좋아요 0 | URL
듣고 보니 정말 태은이 분위기가 좀 나네요^^
미스 홍당무 감독이 여자분인데 박찬욱 감독하고 같이 일했던가??? 그랬던 것도 같고, 암튼 러시아어를 전공한 독특한 인물이었어요. 감각이 21세기에만 먹힐 경계였죠^^
공짜표가 생겨서 고고70을 보려고 했더만 멀리서 친구가 와서 영화는 힘들 것 같아요.
바이올린을 더 나이 먹어서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악기에 대한 로망은 여전히 무궁무진해요^^

무스탕 2008-10-22 15:02   좋아요 0 | URL
갑자기 생각났어요. 왜 바이올린이 그렇게 그리운가 했더니 크라우스 영향이에요. ㅎㅎㅎ

마노아 2008-10-22 15:13   좋아요 0 | URL
건반이 무거운 피아노를 만나도 올훼스의 창이 꼭 생각나요^^ㅎㅎㅎ

BRINY 2008-10-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요즘 경제가 경제라...10년전에는 젊음 하나로 밀고 나갔는데, 이젠 몸 사리게 되네요.

마노아 2008-10-22 13:17   좋아요 0 | URL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이지아가 '핑계'가 많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뜨끔했어요. 나한텐 타당한 이유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냉정히 얘기하면 핑계가 될 게 너무 많아서요. 아후, 강마에를 만나면 달라질까요^^;;;

비로그인 2008-10-2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거금 들여 미술학원에 다녀요. 피아노를 사고 싶단 생각만 굴뚝같이 하고 있어요 ㅋ 피아노 학원 꼭 다니시길 바래요.

마노아 2008-10-22 20:47   좋아요 0 | URL
저 작년에 미술부에서 잠깐 있느라 화구 세트도 장만했는데, 담당샘이 너무 바쁘셔서 수업 몇 번 못 들었어요ㅠ.ㅠ 흑흑... 지금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지요^^;;;
피아노는 교회 피아노 쓰면 됩니다. 학원 꼭 다니고 말 거야요. 우리 화이팅이라죠^^

2008-10-23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23 0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