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 목요일에 좀 먼 곳으로 시강을 다녀왔다. 6개월 자리에, 그것도 공립에서 시강을 요구하는 것은 첨이라 좀 당황!
가보니까, 정말 멀긴 멀었다. 버스 한번에 지하철 두번에 내려서 10분 헤매기. 총 한시간 반 소요.
나와 같이 온 어느 면접자는 바로 근처에 살더만...
교감 선생님 두분과 면접을 보는데, 얼굴에 딱 써 있다. '권.위.'
너무 멀었던 것은 불편사항이지만 그래도 되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결정적인 어떤 질문 하나에서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기간제 교사의 기본 생활권에 대해서 아무 배려 없는 그 말솜씨에 허허허...
그래서 다음날 같이 일 못하게 되어 유감이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시원 막막했다.
서로 아니다 생각했으니 시원하지만 다시 또 학교 구할 생각엔 막막.
2. 지난 주 금요일에 엄마의 건강 검진 결과 뜻밖에도 장에는 별 탈이 없었고 위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수술까지 준비하고 간 거였는데 무사히 돌아나오심. 그래서 그 바람에 같이 '볼쇼이 아이스 쇼'를 보러 갔다. 인팍에 공연 기대평 당첨 티켓 두장 덕분에.
울 집에서 목동을 가자니, 또 멀었다. 버스 한번에 지하철 두번, 그리고 내려서 15분 걷기. 그리고 지난 금요일은 비가 억수로 왔던 날이고, 관장하느라 밤새 설사를 하신 어무이 체력이 바닥이었다.
1부 백설공주는 어린이 용이었고, 2부 백조의 호수가 어른 관객을 위한 편성인 듯했는데, 우린 결국 1부만 감상하고 나와야 했다. 너무 추웠고, 솔직히 재미가 없더라. 우리처럼 돌아나오는 많은 관객들은 설마 다 초대권?
이 날 느낀 건데, 문화생활도 기본 편의는 있어야 한다는 것. 자가용 타고 편히 갔음 중간에 나올 만큼 체력이 달렸을까.
그리고 '볼쇼이'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었는데 기대에 좀 못 미쳤다. '예술'을 기대하고 갔는데 '쇼'만 보고 온 느낌. 열심히 하신 그분들껜 죄송한 일. 하긴, 이름부터 '쇼'를 표방했는데 다른 걸 기대한 내가 지나친 거겠지.
3. 일요일엔 토익 감독을 다녀왔는데 확실히 대한민국에선 '영어'를 꽉 잡고 있으면 앉아서 돈 벌 것 같다. 한 달 전에 감독할 때 봤던 학생을 또 본 것 같은데 내 기억이 확실할까?
한 청년이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마킹을 하길래 좀 걱정이 됐는데, 역시 틀리고 말았다. OMR카드 바꿔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무려 문제 200개에 체크해야 할게 많아서 차라리 한 문제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은 분위기. 근데 이 청년 나중에 또 마킹 실수. 결국 답안지 바꿨다. 내가 다 안스럽더라...
4. 언니가 뒤늦게 휴가를 갔다. 월화수, 2박 3일. 변산반도로. 그래서 덕분에 오랜만에 가게를 맡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랜만에 와보니 역시나 가관이다. 옷 두장 팔아서 마진 천원 남기는 시스템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니! 이렇게 싸서 어떻게 장사해! 하며 호들갑을 떠는 손님들, 결국엔 천원만 깎아달라며 실랑이 하기 일쑤. 이 꼴 보기 싫어서 가게 오는 게 참 싫었다.
5. 월요일,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선생님? 하는 어린 목소리.
아, 첫해 가르쳤던 졸업생이다. 내 전화번호를 모교에 찾아가 수소문해 알아냈다고 한다. 재잘재잘 즐겁게 떠든다.
녀석들도 당시 내가 계약직 교사였다는 것을 알았나보다. 학교에 계속 계실 수 있게 나름대로 '로비'에 열심이었다고.
그러나 어쩌나. 지.못.미. 너희들 참 예뻐서 이듬해 말도 안 되는 조건에 계약을 연장했던 속쓰린 과거가 스쳐간다.
어느 학교에 계시냐고, 찾아가겠다는 말에 '탑 씨크리트!'를 외친다. 미안, 찾아올 학교가 현재 없단다ㅠㅜ.
고맙고, 또 많이 미안했던 마음.
6. 화요일, 그러니까 어제. 강남에 있는 모 사립 중학교 면접이 있었다.
버스 한번에 지하철 두번 타고 다시 내려서 15분을 걸어가는 길. 도중에 모 중학교에서 연락을 받았다. 새로 생기는 신설 중학교인데 올 수 있냐고. 나야 당근 오케이지(>_<). 확답을 받고는 다시 확인 전화 주겠다고 하고는 끊었다. 면접 보러 가는 길이 좀 더 가벼워지는 순간.
헌데, 내려서 이정표 있다더니 못 찾겠다. 길 가는 어느 아저씨게 여쭈니, 그쪽 길 가는 길이라고 따라오라신다. 아니, 저기 저는 뛰어야 하는데...;;;;
이분이 알고 보니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님이셨단다. 어느 대학에서 공부했냐고 묻길래 말씀드렸더니, 모교 교수님 잘 안다고 막 반색하신다. (저기, 저는 지금 빨리 가야하..;;;;)
암튼, 그렇게 도움을 얻어 무사히 도착. 명문 학교라 소문 자자하더니 확실히 땟깔이 다르더라.
면접자는 세명이었다. 서류 30장 중에서 간추린 거니 10대1은 뚫었다고 자부심을 가지라 하신다. 으하핫, 전화 와서 사실은 저도 의외였어요.;;;
면접 질문관이 6명이었다. 우린 세명 앉아 있는데..;;;
질문이 많았다. 대체로 무난하게 대답했는데, '건국 60주년'에 대한 질문에선 좀 흥분한 편. '뉴라이트 또라이'란 말을 대체한답시고 건국 60주년을 강조하는 '세력'이라고 말했다. 아이 참....ㅋㅋ
당연하게도, 참 보수적인 분들이셨다. 모범답안을 원하셨을 텐데 죄송.
내 옆의 남자 샘은 체벌을 하겠다고 말해서 교장샘께 일장 연설 듣고, 또 내 옆의 어느 분은 베이징 올림픽 기간 내에 반한 감정에 대한 질문을 이해 못해서 어리버리 헤매다가 급 당황 모드.
그래서 난 잠깐 생각했다. 만약 내가 이 학교에 나오게 된다면 4가지 없다는 강남 학생들과 그 무시무시하다는 학부형들을 어찌 감당할까 멋대로 상상. 아마도, 다른 학교 오라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어줍잖은 여유를 부렸던 게지.
그래도 이 학교, 수고했다고 교통비로 봉투에 담아 만원 주더라. 좀 있어보이는 회사 면접 본 느낌이었다. 화장실에 비데 있는 강남 중학교. 참으로 놀랍구나.
7. 돌아오는 길에, 같이 면접 본 선생님들과 좀 얘기를 했는데, 기부금으로 정교사 되는 사람들 얘기에 잠깐 당황. 요새는 일년 기간제 월급 안 받고 일하고, 이듬해 정교사 발령받기도 한다면서요?라는 내 얘기에 두 사람 펄쩍 뛴다.
벌써벌써 비일비재하죠. 그래도 그건 2500만원 선에서 끝나잖아요? 제 선배는 5천만원 내고서 들어갔어요!
꺼억! 5, 5천?
근데 두 사람 반응이 더 놀랍다. 그 정도로 정교사 시켜준다면 당연히 가야죠!
아......
서글프구나. 내가 면접관이라면 우리 셋 모두 안 쓴다.
결과는 모르겠다. 나한테는 전화 안 왔으니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갔거나, 아니면 새로 면접을 보거나.
근데, 저 맨 위에 권위 중학교에서 불합격 통보는 전화로 알려줬는데 이 학교, 마지막에 예의를 좀 안 차리네!
8. 그리고 오늘, 어제 나더러 오라고 한 그 학교에 전화해 봤는데 교감샘 출장 중. 뭔가 가타부타 말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 답답하게 한다. 담주 개교하는 학교인지라 엄청 눈코 뜰새 없이 바쁠 테지. 그래도 그렇지.. 버럭이다!(ㅡㅡ;;;)
9. 가게에 있는데, 건물 주인 아들이 와서 얘기한다. 건물 헐고서 새 건물 지을 예정이니 12월까지 가게 정리하라고.
2000년도부터 시작된 이 가게. 그 동안 정리해야 할 이유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언니는 권리금을 고집하며 계속 영업할 것을 굽히지 않았다. 근데 말이다. 가게세가 월 100만원인데, 거기에 경비와 세금과 기타 잡비가 엄청 들어가고, 영업 실적으로는 절대로 본전치기도 할 수 없으므로 가게를 유지하는 것은 삽질이라고 벌써부터 얘기했었다. 권리금을 1200만원 받아도 일년 세가 그만큼이고 + 알파니까 빨리 정리하는 게 오히려 남는다는 게 내 생각.
이 경제 난국에 권리금을 고집하며 2주 전에 전체 도배까지 새단장으로 마쳤던 울 언니. 결국 그게 다 삽질이 되어버렸다. 9월 세라도 아끼려면 당장 이번 주 내에 폐업정리를 해야 마땅하지만,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라는 데에 백원 걸겠다. 근 십 년 세월. 참 쓰라리구나.
10.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분들이 내 서재를 보고 계셨다. 급 당황! 그래서 10번은 여기서 쫑. 부끄럽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