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요새 내가 엄한 짓 하고 다닌다고 심하게 타박이시다.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고작인데, 날을 새고 오는 것도 아니고 신데렐라 귀가 꼬박 하고 있음에도 당신 눈에 나는 아주 위험한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리는 거라고 굳게 믿고 계시는 엄마. 사울 왕도 하나님이 세우셨지만 하나님이 결국 끌어내렸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을 하면 잠시 입을 다무시지만, 그래도 생각의 변화는 갖지 못함을 잘 알고 있다.

엄마와 함께 '일지매'를 시청했다. 오늘 내용이 아주 재밌게 흘러갔다. 청국 사신의 망나니 아들이 음주 승마를 즐기다가 어린애를 치어 죽이고는 토꼈다. 분노한 백성들이 달려들어 농성을 벌였고, 판의금부사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이들을 때려잡는다. 분노한 시민들은 더 똘똘 뭉치고,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죄없이 떠밀려 대치하고 있는 포졸들에게 주먹밥을 내민다.

보라고, 지금 저기 모인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과 한 마음이라고, 저기 서 있는 포졸들이 전경들이라고 생각해 보고, 저기 죄없이 매맞고 있는 백성들이 시청에, 광화문에 모인 우리 시민이라고 말을 하니, 어무이 잠자코 계신다. 달리 반박할 말씀이 없으셨겠지만, 그래도 역시 생각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거라고 짐작한다. 반격의 크기는 조금 줄어들지라도.

시국 미사 때 들었던 노래 하나가 계속 맴돌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그랬던 것처럼 당분간은 이 노래에 빠져들 것 같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속에 동지모아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어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어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최근에 계속 피아노로 쳤더니 일곱살 조카도 악보 보고서 따라 친다. 조만간 녀석이 이 노래를 따라 칠 것이다.  악보가 더 쉬우니 좋다.

김남주 시인의 시를 가사로 만들었구나. 어쩐지 더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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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3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이 계속 떨리며 나와서 잘 못 알아 들었지만...마음으로 느껴요!
5일날 민주가 성주를 데리고 올라가고 싶다는데...진보신당에서 참가비(교통비)3만원...보내야겠죠?

마노아 2008-07-03 08:47   좋아요 0 | URL
어젯밤엔 저도 너무 끊겨서 듣기 힘들었는데 지금 들어보니 잘 나오네요.
어젠 접속자가 많았나봐요.
5일 날은 오히려 사람이 많이 모이니까 더 안전할 것 같아요.
왕복 교통비가 3만원인가요? 성주에게 산 교육이 될 거예요. 민주가 참 대견해요.

코코죠 2008-07-03 0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듣고 싶어요 마노아님의 피아노. 마노아님이 같이 가주니까 나도 그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 거 같애요. 어쩐지 눈물이 날 거 같아요. 밤이라서 그럴 거예요 아마.

마노아 2008-07-03 08:48   좋아요 0 | URL
내 피아노 소리는 음을 짚어주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런 노래를 함께 부르면 서로에게 힘이 될 것 같아요.
살면서'민주주의'란 말이 이렇게 가슴에 사무쳤던 적이 없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2008년은 고마운 해가 될 거예요. 우리 같이 달려요.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서요.

bookJourney 2008-07-03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는 이 노래를 아픈 마음으로 부를 일이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러길 바랬었는데요 ....

마노아 2008-07-03 08:49   좋아요 0 | URL
모든 투쟁가가 그저 고전이 되길 바랐지만, 그런 날은 쉽게 오질 않았어요.
앞으로의 우리 갈 길도 멀 거예요. 그래도 이 노래들을 잊지 않는 우리가 되어요. 우리의 다음 세대는 꼭 달라질 수 있게요.

무스탕 2008-07-0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일지매를 보면서 요즘 시국을 반영했군.. 했더래요.
같이 참여 못하는 맘은 늘 안타깝고 화딱지가 납니다.
부디 집회 현장에 계시는 모든 님들 다치지 않으시기만 바랄뿐이지요.

마노아 2008-07-03 09:38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마음을 보태시잖아요. 저도 울 엄니의 마음을 좀 받아봤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일은 참 힘들어요. 명백히 그르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