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정시 출근을 해야 했으므로 어제는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긴장했는지 한 시간 단위로 계속 깼다.
심지어 알람 맞춰놓은 시간에서 정확히 10초 전에 일어나는 기염을 토하기도.
2. 너무 일찍 출발했나보다. 예상 시간보다 30분 이상 일찍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책을 좀 더 보다가 학교를 찾아갔다.
3. 자전거 등하교를 장려하나 보다. 자전거 보관대에 수십 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학교는 아주 자그마했지만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깨끗했다.
4. 다행히 시간표를 오전 4시간으로 바꿔놓으셨다. 중3 1시간에 중2 3시간 이렇게 네시간 연강이다.
중3은 퍼즐문제 두장을 프린트 해 두셨는데, 문제를 급히 내셨는지 칸이랑 문제랑 정렬이 맞지 않는다. 칸이 적거나 한쪽으로 밀려 있고, 문제 번호랑도 안 맞고...;;; 뭐, 그래도 대충 보수 공사해서 퍼즐 문제 풀고 관련 이야기들 들려주고 한 시간을 보냈다. 물백묵을 처음 써봤는데 옷에 안 묻게 조심하면서 색깔별로 다 써봤다. 신기해라!
중2는 프린트 해두신 걸 가지고 수업을 했는데 학생들 반응도 좋았고, 나도 기분 좋았고 여러모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정확히 한 달만에 수업이란 걸 해본 건데 역시 학교가 좋구나... 이런 생각.
5. 하루짜리 시간 강사. 시간당 노동력 투자 대비 소득은 좀 민망했다. 이것저것 다 계산하면 한시간에 오천원이 안 되는 소득. 그래도, 어쩐지 오늘은 나오고 싶었던 곳. 근데 행정실은 역시 불친절하다. 행정실 친절한 학교를 아직까지 보질 못했다. 왜들 그러실까나. 오늘 일당은 언제 들어올 지 미지수라는...;;;;
6. 전에 2년 동안 일한 곳은 강북구였고, 오늘 다녀온 곳은 바로 그 윗동네 노원구였는데, 그 둘의 학군 차이가 크다. 노원구는 강북의 8학군 취급받고, 강북구는 가장 변두리 취급을 받는다. 단 하루, 네시간을 같이 있다 온 것 뿐인데, 학생들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다. 좀 더 밝고, 좀 더 예의바르고, 좀 더 안정적인 무엇... 요새는 잘 사는 집 아이들이 성격도 더 좋다고 하던데, 꼭 그런 느낌? 안쓰럽고 미안한 기분. 그건 너희들 탓이 아닌데 말이지.
7. 옆자리 선생님이 자기도 일 있으면 부르겠노라고 농담조로 얘기하신다. 그 옆에 샘이 자기도 자기도 하며 맞장구를 치신다. 저기요. 그거 나한테는 욕이거든요?
8. 언니의 가게 매장은 경복궁역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연일 닭장차가 길을 막고 통제를 해서 버스도 잘 안 다니고 사람들도 걸어서 귀가하는 풍경을 곧잘 보게 된다. 당연히 장사하는 입장으로서는 매출폭락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것을 시위대 탓이라 하지 않고 귀 틀어막고 사는 2메가 탓이라고 말한다. 뭐, 사실이니까.
9. 몸 담고 있는 카페에서 해마다 석가탄신일이나 혹은 현충일에 꼭 소풍을 가곤 했다. 우리의 소풍은 남산 한옥 마을 등에 모여서 도시락 먹고 수다 떨다가 헤어지는 게 전부인데, 이번 현충일에 뭉쳐서 소풍을 즐기고 저녁에 촛불집회를 가는 게 어떠냐고 의견을 내놓았다. 글 올라온 지 좀 됐는데 찬성댓글 두개가 끝이고 더 이상 말이 없다. 그래서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10. 그쪽 카페 사람들과 함께든, 혹은 알라딘 식구들과 함께든 이번 주도 고고씽을 지키려 한다. 월요일, 어무이께서 경찰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다고 절대 나가면 안 된다고 펄쩍펄쩍 뛰셨는데 요 며칠 2메가의 상상초월 극악죄를 계속 나열하니 좀 누그러진 인상이다. 그래도 반대하실 가능성이 크니 역시 소풍 핑계가 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