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4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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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뇌를 스캔하여 그가 보았던 영상들을 수사하여 범죄의 실마리를 찾아주는 법의 제9 연구소.

피해자의 사생활 침해와 인격모독이라는 이유로 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비난도 많이 받지만, 사건 해결에 있어서 치명적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보았던 영상을 되짚어 보며 수사하는 사람들에게도 고충은 있으니, 그로 인해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나거나 정신 이상을 보이는 수사관들이 상당수였다.  그런 와중에 마키 경감은 아름다운 얼굴만큼이나 차갑고 냉철하게 팀을 이끌어나간다.  초반 신입 연구원으로 어리버리했던 아오키도 이제 제법 중견 수사관의 느낌을 풍기게 되었다.

이번 편에서는 하나의 사건만을 길게 다루고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놀랍고 신선하지만 동시에 싸아한 아픔을 느끼게 했다.

지하철 안에서 한 여성이 피살을 당했는데, 그 많은 목격자 중 누구도 범인을 제보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그 열차가 지나가는 구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피살당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거주지가 가깝다는 것과 사체의 손톱에서 반점이 나타난다는 것.  아오키가 손톱의 변색을 알아차리고 이것이 바이러스 테러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사체를 부검하는 일은 제1연구소 몫인데 이곳에 여자 '마키'라고 불리는 수사관이 있다. 오래 전 연인을 잃고 독신으로 살아오던 그녀는 사체 옆에서도 천덕스럽게 잠을 이룰 수 있는 강심장이 되어 있었지만 일을 함에 있어서의 철두철미함은 마키 경감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녀의 손톱에서도 같은 증상을 알아차린 아오키!

피해자는 점점 늘어가고 사건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로 그 마각을 드러낸다.

출근 길 열차 한 칸에 탑승하고 있는 그 많은 승객들 중에서 단 한 사람도 피해자를 보호하려고 하지 않았고, 범인을 신고하지도 않았다.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되었던 또 다른 인물은 고마움도 미안함도 모른 채 제일 먼저 자리를 떠났다.  너무도 서글픈 풍경이다. 그러나 그들이 방조자가 되어 살인의 동조자처럼 되었다고 해서 그들 역시 억울하게 죽을 이유는 없다.  범인들은 항변하지만, 저마다의 이유가 없는 사람은 없다.  마키 경감이, 아오키가, 또 유키코는 뜨거운 심장을 안은 채 가장 필요로 하는 이성적 판단을 내렸다.(물론 아오키는 좀 반대 방향이었지만.)

아오키가 붙잡은 유키코, 또 유키코가 붙잡은 아오키의 씬이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그림체는 너무 고운 편이어서 지식인의 그림은 어울려도 노동자의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 작가로 친다면 한승원 같은 느낌? (물론 시미즈 레이코 그림이 더 정교하다고 생각한다.)

끄트머리 특별편에서 잠 못 이루는 마키 경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직업상 남들의 '비밀'을 모두 떠안고 살아야 하는 그가, 정작 자기 자신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통 받는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눈은 가린다 할지라도, 자기도 모르는 무의식 중에 혹시 무슨 '소리'라도 낼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 그를 살리고 죽어간 다른 동지들의 희생으로 살아진 목숨에 대한 대가라 할지라도 가혹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대단한 상상력을 펼친 작품인데, 이거 진짜 영화로 안 만드나? 시리즈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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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5-1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밀! 저는 1권까지 봤었어요 ㅎㅎ

마노아 2008-05-16 11:27   좋아요 0 | URL
엄훠! 지각이에요. 4권까지 나왔다구요^^ㅎㅎㅎ

무스탕 2008-05-1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권까지 중고샵에서 샀는데 1권만 봤어요 -_-;

마노아 2008-05-16 14:56   좋아요 0 | URL
4권은 무려 6000원이었어요. 완소 작품이지만 너무 비싸요..ㅜ.ㅜ
무스탕님 어여 달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