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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아이덴티티 - 아웃케이스 없음
덕 라이먼 감독, 맷 데이먼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한 남자가 등에 두발의 총알을 맞고 바다에 표류하던 중 이탈리아의 어부들에게 구출된다. 잠자는 엉덩이 피부 밑에 스위스 은행 계좌 번호를 감추고 있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지만, 깨어난 이후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죽다가 살아났는지...
스위스 은행에서 비밀 금고를 열어본 주인공은 깜짝 놀란다. 모두 자신의 얼굴이 박힌 각 나라의 여권들이었지만 이름은 모두 다르다. 어느 게 그의 진짜 이름인지, 아니 그의 이름이 있기나 한건지 알 수 없다. 거기에 엄청난 금액의 현금과 총까지.
혼란스런 머리를 한 채 은행을 나오자마자 그의 뒤로 미행이 따라 붙는다.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본능적인 감각으로 위험을 느낀 그는 미대사관으로 들어가지만 그 안에서도 신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경찰과 군인들과의 추격전을 겨우 따돌린 사내. 이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무술 실력은 놀라웠다. 쿵푸 같기도 하고 가라데 같기도 한... 그것들이 모두 합쳐진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음향과 촬영 기법의 도움으로 이때의 액션씬은 상당히 근사했다.
아무튼 탈출 과정에서 여주인공 마리를 만나고 자신의 주소지 파리를 향해 가지만.... 그곳에 가는 길도, 도착해서의 일도 역시 순탄치 않다.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그의 과거처럼.
사실 난 이 영화를 "쏘우"랑 헷갈려 하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끔찍한' 영화라 생각하고 절대 보지 않으리~했는데, 이번에 3탄이 개봉하면서 엄청난 호평에 마음이 끌려버렸다. 그리고 내가 포스터를 착각했다는 사실을 알자 궁금증이 마구 일었다. 사실, 많이 기대가 되기도 했다. 멧 데이먼 나온 영화 중에 재미 없었던 영화는 없었다는 기억도 한 몫 함.
남자는 평범하지 않았다. 음식점에 들어가도 눈에 띄지 않는 자리를 먼저 찾고 비상구를 눈으로 확인한다. 한 번에 자동차 번호 여섯 개를 기억하고, 웨이트리스가 왼손잡이라는 것을 단번에 파악하며, 다른 손님의 주머니에 총이 있다는 것도 알아차린다. 세계 여러나라의 언어가 다 들리고, 지문을 없애는 데에도 용의주도하며, 몸에 익은 무술실력도 녹록치 않다. 이 남자, 얼마나 위험한 사람이었을까.
자신을 죽이려고 덤벼드는 사람만큼이나 자신의 과거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람과의 격투에 있어서는 기계처럼 움직이며 정확히 상대의 급소를 강타한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놀라지 않는다. 동정도 없다.
그를 쫓는 CIA나 그밖의 스파이 단체들의 정보 장악력도 무섭다. 동행인 마리가 포착되자 그녀의 과거 행적이 단시간에 모두 파헤쳐진다. 어디서 살았는지, 가족들이 무엇을 하는지, 심지어 최근 6년 동안의 통화기록까지 낱낱이 밝혀지며, 주변 나라들의 경찰 무선까지 모두 도청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영화니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언론을 날마다 화려하게 장식하는 신정아 사건을 보더라도 삭제된 이메일이 다 노출되는 등 무서운 세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여권에 쓰여진 이름 제이슨 본을 이름으로 여기며 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남자. 한순간엔 그저 그 돈을 갖고 평생 숨어살까도 생각했지만, 그의 주변에서 그를 그런 선택 속에 안주하게 만들지 않는다.
영화는 초반에 이 베일에 싸인 수수께끼 사내의 무궁한 능력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관객의 눈을 사로잡지만, 뒤로갈수록 그 능력의 재현에 인색해진다. 누군가 미행이 붙고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어떤 단서로 가능했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마치 만화 시티 헌터에서 주인공은 놀라운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지만, 추리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 1과 3의 재미에는 못 미쳤다. 그리고 그건 주인공의 도덕성에 대한 미심쩍음도 한 몫 한다. 그가 암살명령을 받은 사람의 아이들 때문에 암살에 실패하고 죽을 위기에 빠진 단서는 마지막에 보여주지만, 미 정부에서 3천만 달러나 들인 인간 병기의 고뇌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또 여주인공 마리와의 연애 전선도 세심한 멋이 없어 큰 공감이 가질 않는다.
주인공의 이름 찾기와 정체성 찾기는 2탄과 3탄에서도 이어질 테니 속단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너무 큰 기대를 가졌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탄을 극장에서 보기 위해서 부지런히 2탄도 봐야지. 영화는 별 셋 반 정도의 재미였지만, 반점은 없으므로 반올림해서 별넷이다.
덧글)액션 영화에서도 제법 지적인 느낌을 주는 멧 데이먼은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