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 Ⅲ 종극무간 [dts]
유위강 외 감독, 유덕화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생각해 보면, 무간도 씨리즈는 매번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보게 되었다. 오늘도 딱 그런 셈!

1편과 2편 사이에 간극도 컸지만, 2편을 보고 나서 3편 보기까지 또 오래 걸렸다. (앞 내용이 잘 생각 안 났다는 얘기다..;;;)

그래도 다행히 보면서 조금씩 생각이 났다.  3편은 1편의 내용과 현재 시점이 교차해서 진행된다.  2편의 내용은 끝에 가서 조금 겹치는데 영화의 재미를 따진다면 1편이 가장 재밌었고, 다음에 3편, 그리고 2편이지만, 1.2.3 이렇게 순서대로 다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상대적인 재미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수작으로 느껴진다.  사실 처음 이 영화 나왔을 때 홍콩에서 이런 영화를? 하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한참 홍콩영화가 한국 영화 시장을 제패했을 때가 있었지만, 그 후 오랫동안 너무 지지부진했던 것도 사실이니까.(그리고 무간도 이후 또 이렇다 할 만한 작품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

1편에서 양조위(진영인)가 너무 허무하게 죽는 바람에 동정심의 극치를 달렸다.  제목이 왜 무간도인지, 누가 무간지옥에 빠진 건지 혼란이 왔다.  가장 불쌍하고 가장 피해자인 녀석이 제일 먼저 죽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2편을 본다고 해서 그 동정심의 수위가 바뀌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3편을 보고 나니 유덕화(유건명)를 향해서도 동정을 금할 수가 없다.

1편에서 그는 삼합회 조직원으로서 경찰에 스파이로 들어온 자신의 인생을 바꿀 결심을 했다.  때마침 자신의 보스였던 한침도 제거했고, 이제 모든 게 잘 돌아갈 거라고 여긴 시점에 양조위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겉은 경찰이지만 속은 조직원이었던 그는 빛의 세계로 당당하게 나가고 싶어했다.  가짜 경찰이 아닌 진짜 경찰로 태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양조위가 경찰이면서 조직원 행세를 하며 스파이로 불안하게 산 세월만큼이나 그 역시 불안하고 갑갑한 시간을 보내왔던 것이다. 

미안한 마음은 있었을 테지만, 아무튼 양조위는 죽었고, 유덕화는 다시금 새출발을 꾀하지만 여의치 않다.  새로운 복병이 생긴 것.  그게 바로 여명의 존재다.  여명은 초반부터 수상하게 나온다.  그가 경찰인지, 스파이인지 진짜 정체는 거의 끄트머리에 갈 때까지 헷갈리게 나온다.  그리고 이 완벽한 덫에 유덕화가 걸린다.  사실,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걸렸다고 해도 틀리지 않겠다. 

그는 점차 강박증에 시달리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유건명(유덕화)이 아닌 진영인(양조위)으로 착각하기 시작한다.  그의 습관을 따라가고 그의 말을 되풀이하고, 거울 속에서는 자신이 아닌 그의 모습을 확인한다.  그래서 여명을 체포한답시고 그가 제시한 증거물은, 자신이 경찰에 잠입한 스파이임을 알려주는 녹음테잎이었다.  그는 진영인으로서 유건명을 체포한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한 것이다. 

진영인의 고독하고 불안했던 시간만이 안타까웠던 것이 아니라, 경찰로서 당당하게 살았을 것 같았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그의 불안이 그대로 증폭되어 드러난 순간이었다.  워낙에 쟁쟁한 배우들을 쓰긴 했지만 확실히 연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에 비하면 디파티드에서 멧 데이먼의 연기는 상대적으로 참 별로였다.  동정심을 느낄 여지가 없었다.  연출을 그렇게 하기도 했지만...;;;;)

한바탕의 총격전.  유건명(유덕화)은 자살을 시도하지만 미수에 그치고 그는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다.  뇌기능도 일정 부분 손상이 되었고, 그는 자신의 아기가 아빠라는 말을 배웠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메리에게 총격을 입는 환각을 본다.(이때의 메리는 자신의 와이프가 아니라 2편에서 그가 사랑했던 한침의 여자다. 이미 죽은 사람이다.)

그리고 카메라는 천천히 그의 오른손을 보여주는데, 무의식 속에서 그는 진영인(양조위)의 손버릇처럼 모르스 부호를 까딱거린다.  그는 여전히 유건명이 아닌 진영인으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면서 '무간지옥'에 대한 말이 나온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거기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억겁을 이어가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라는 무서운 내용의....

양조위나 여명은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경찰로서 명예롭게 죽을 수 있었으나, 유덕화는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어둠의 자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이름 앞에 경찰 뱃지는 이미 날아간 상태이고, 그는 자신마저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았다.  자식도 의식하지 못하는 그의 무간지옥은 그가 살아있는 동안 내내 그를 뜨겁게 달굴 것이다.  자신에게 씌어진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그 안에서 침잠한 그도, 결국엔 하나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영화가 엄청 왔다갔다 해서 대단히 헷갈렸는데, 이제 내용을 다 파악하고 나니 다시 보면 무지 재밌을 것 같다.  이를 테면, 1편에서 진영인은 깁스를 하고 나왔는데, 3편에서 심등과의 대치에서 총상을 입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한침이 영인을 의심해서 깁스를 깨부스는 장면 등이 이제는 모두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여명은 늘 부드러운 인상의 배우였는데 이번에 모처럼 차가운 이미지를 제대로 소화한 듯 보인다.  심지어 킬러로 나올 때보다 더 차갑고 무서운 느낌이었달까.

진혜림도 1편에서는 꼽사리 느낌이었는데 3편에선 양조위와의 러브 라인도 조금 설득력 있게 그려져서 좋았다. 

혹 헐리우드에서는 무간도 2.3편도 리메이크 할 마음이 있을까나?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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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08-05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잌후, 컴퓨터 고치시고 오늘 삘 받으셨나보네요. 리뷰가 좌르르~ ^^

마노아 2007-08-05 00:52   좋아요 0 | URL
밀린 것 채우느라구요^^;;;; 숙제하는 기분이었어요^^;;

비로그인 2007-08-05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간도 시리즈 대단하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중에 하나입니다. 이어지는 세편의 시리즈를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양조위와 유덕화, 여명의 매력을 생생하게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간날때 이 시리즈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는 군요.^^
그런데 디파티드에서는 마지막에 두 주인고을 모두 죽여버리면서 후속편 시리즈 제작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지 않았었나요? 무간도 시리즈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어서 그랬는지 잘 기억이..^^;

마노아 2007-08-05 01:12   좋아요 0 | URL
시나리오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한침 배우가 미스 캐스팅이었다고 봐요.(오히려 디파티드의 잭 니콜슨이 더 어울리는 느낌이었어요^^;;)
디파티드를 검색해 보니 2편이 2007년도 개봉한다고 나오던데 진짜인지 모르겠어요. 무간도가 아닌, 그냥 다른 내용으로 가는 건지도 모르겠구요. 그래도 디파티드도 저는 재밌게 보았답니다. (디카프리오를 좋아해요^^;;)
무간도만큼의 무게는 아니었지만 '오락'면에선 더 앞선듯해요.(감독이 또 그쪽으로 발군의 능력을 가진 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