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도 그런 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침 일찍 뭔가 안 좋은 일로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종일 일진이 사나울 때가 많다. 그래서 부러 조심하려고도 하지만, 그럴 수록 뭔가 더 일이 꼬인다.
오늘 아침은 그넘의 연금 전화로 시작했다. 행정실의 업무 착오로 호봉 계산이 잘못 됐고, 그 때문에 푼돈으로 받아 목돈으로 갚은 일화는 지난 4월의 이야기.
그리고 작년의 잘못 계산된 호봉으로 책정된 국민연금 부족분을 더 입금하란 얘기가 오늘 나왔다.
과연 나 늙어서 제대로 받을 지 알수도 없는 그 돈보다 지금의 내게 더 긴하게 쓰일 이십 여 만원. 미안타 소리도 않고 오히려 학교 측이 손해라는 식으로 말한 그 사람 참 얄미워서 더 열받아 버렸다. (솔직히 학교 돈을 내는 것도 아니면서 학교가 뭔 손해란 말이냐, 버럭!)
암튼, 그리고 고추 사건으로 안 그래도 엄마한테 깨짐. 청양 고추 기껏 말려놓은 것 잃어버렸다고... 흑흑... 할 말이 없음.
여기까지가 외출 전의 일이다.
맡겨놓은 속옷 찾으러 백화점 가면서도 난 정말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아뿔싸! 백화점에 도착하니 오늘 휴일이란다. 헉... 원래 '월요일'은 쉬는 날인가???
허무했다. 오늘따라 발 아픈 샌들 신고 나와서 걷는 것도 힘들었고, 가방에 선물할 책이 들어 있어서 얼마나 무거웠는지 모른다. 날 더운 것도 물론이고.
두려웠다. 오늘의 삽질이 여기서 끝이 아닐까 봐. 뭔가 한 건 더 남았을까 봐 나는 정말 두려웠다.
아무튼... 남대문에 들러 심부름할 물건을 받아서 가게로 직행. 가게에서 물 두컵 마시고 다시 사당 역으로 향했다.
총신대입구에 도착했을 때 전화가 왔다. 나와 만날 K언니의 전화. 저 다음에 내려요~ 하고 끊었는데, 표를 내고 역 위로 올라가는데, 도무지 출구를 못 찾게는거다.
여기서 자주 만났는데 왜 이렇게 낯설까.... 도저히 안되겠어서 다시 전화를 했다. 몇 번 출구인지 물으려고...
근데... 언니가 전화를 받는 순간 떠올랐다. 우리의 약속 장소는 사당이 아니라, 총신대 입구 태평백화점 앞이라는 것을....
나... 또 삽질했구나... 흑흑...
난 그냥 길치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가 너무 나쁜 게 아닐까 라는 자학 모드로 변신.
총신대 입구에선 태평백화점 반대편으로 나가주는 센스하고는...ㅜ.ㅜ
정말, 힘든 하루였다. 발도 퉁퉁 부었고....
언니 만나고 나서 보니, 가지고 가려고 맘 먹었던 "안녕 데이빗"도 안 들고 나가고...ㅠ.ㅠ
엉엉... 내일은 반성의 의미로 집순이 해야겠다. 집 나가는 게 두렵다. 터얼썩.....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