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좋다
채인선 지음, 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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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남아 선호사상이 팽배했던 시절에는 딸 낳은 것이 죄였고, 딸 셋을 낳으면 미개인 소리를 들었고, 줄줄이 딸이면 아들 낳으려고 그랬구나! 소리 듣고, 막내가 아들이면 아들만 이뻐하겠네~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금도 그런 태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출산율이 떨어지는 시대에는 "하나"라도 '제대로' 낳아서 기르자가 대세가 되어버렸고, 하나밖에 낳지 않을 바에는 기왕이면 '딸'을 선호하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다가 어느 시점에 가서는 남아가 더 많은 것이 아니라 여초현상이 벌어질 지도...

하여간, 딸을 선호하는 마음은 나로서도 마찬가지다.  큰조카가 아들인데, 첫조카인지라 온 집안의 보배가 되었던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둘째를 언니가 임신하자 막달까지 그 아이가 딸이 되기를 계속 기도한 것은 나밖에 없었다.  언니는, "있잖아, 이미 성별은 결정되었거든?  바뀌지 않아!"라고 했는데,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둘째가 딸이기를 바랬다.  그리고 정말 여자 조카가 태어났을 때 정작 축하를 받은 것은 나였다. "여자 조카 생긴 것 축하해~"라고.

그래서, 나처럼 여자 아이를 더 이뻐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의 구구절절 딸이 좋은 이유는 사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책은 참으로 포근한 마음을 갖게 해 준다.

딸이 출생하고, 그 아이가 성장하고, 결혼을 하여 다시 출산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쭈르륵 보여준다.  같은 얼굴의 꼬맹이가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보고 있으면 뭔가 묘한 기분이 든다.

어른들은 종종 "너도 자식 낳아 길러봐라"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딸이 출산을 경험하고 '엄마'가 되었을 때 진정 부모를 이해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엄마의 가장 좋은 동지가 될 수 있고, 또 친구가 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딸이 아닐까. 

엄마가 될 수 있어 딸이 좋다는 작가의 말이 이 책에서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였다.  부모로서도 그렇지만, '인간'으로서도 가장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열매'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갓 엄마가된, 혹은 엄마가 될 이에게 주고 싶은 예쁜 책이다.  생명의 숭고함과 오묘함을 느끼길 원하는 모든 이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

혹, 아들들이 섭섭함을 느낄까?  아버지와 아들을 위한 이런 책도 있는지 모르겠다.  마찬가지의 반응을 얻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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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2-0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막내딸 3학년 선물로,,,,당첨입니다,,추천 & 땡스투 ㅋㅋㅋ

딸기 2007-02-0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으로! 추천 꾸욱~
리뷰 잘 읽었어요, 마노아님. :)

마노아 2007-02-0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따님도 기뻐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딸기님, 부끄럽사와요. 감사해요^^

비로그인 2008-07-17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마노아 2008-07-18 07:11   좋아요 0 | URL
아핫,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