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헬스메디]초등학교 4학년인 박인혁(가명, 11세)군은 요즘 안경 때문에 고민이다.
칠판 글씨가 좀처럼 잘 보이지 않아 자신도 시력이 나빠졌다는 핑계로 이참에 멋스런 까만 뿔테 한번 써보고자 엄마에게 여쭸더니, 엄마는 “지금은 안 되고 중학교 입학할 때 맞춰주겠다”며 거절한 것.
◇안경에 관한 몇가지 속설과 진실
박 군이 잘 안보인다 호소 하는데도 굳이 안경을 맞춰 주지 않으려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아직 어린데 벌써부터 안경 쓰면 나중에 시력도 더 나빠지고, 눈이 작아지고 튀어나올 수도 있다”는게 박 군 엄마의 항변이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안경 쓰는 것을 우려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어릴 때부터 쓰는 안경이 아이들의 시력을 더 악화시키고, 얼굴 생김새에 변화를 준다는 인식이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
하지만 서울 시내 모 안경점 지점장은 “처음 아이의 안경을 맞춰 주기 위해 함께 오는 부모들은 거의 한번 씩 ‘얼굴이 달라지느냐,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한다”며 “어른들의 잘못된 상식이 아이의 시력을 더 나빠지게 놔두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안경에 대한 상식이 대부분 잘못된 속설”이라 전한다.
◇눈 나빠서 착용한 안경, 시력 더 나빠지게 해?
안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시력이 심하게 나쁘지 않은 경우는 안경을 쓰지 않고도 먼 곳의 사물을 보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시력이 크게 약화된 때에는 올바르게 렌즈를 선정해 착용하되 심각한 근시가 아닌 이상 가까운 물체는 잘 보이므로 가능한 한 벗는 습관을 익히도록 권장한다.
그렇다면 박 군의 엄마가 염려하는 것 처럼 실제로 안경 착용이 시력을 더 나빠지게 하는 것일까?
건양의대 김 안과 김성주 원장은 “안경을 쓰면 안경 쓰기 전보다 원거리 사물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지만 다시 안경을 벗으면 사물이 흐려 보인다”며 “안경을 쓰다가 벗으면 불편을 느끼므로 안경 때문에 눈이 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잘못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실제로 안경을 쓴다 해서 시력이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것.
또한 안경을 썼다 뺏다 자주 하게 되도 시력이 더 나빠진다는 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속설이라 전한다. 따라서 썼다 뺏다 해도 시력이 감퇴되는 일은 없으며 생활함에 큰 불편함이 없을 경우 안경은 꼭 필요할 때만 착용해도 무방하다.
김 원장은 “특별히 보는데 불편함을 느낄 때 이외에는 근시의 진행이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될 수 있는 한 안경을 벗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눈은 안경의 도수에 의지하게 되므로 자주 벗었다 썼다 하면 눈이 피로해 질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시력이 나쁘지 않더라도 원시나 난시, 짝눈 등은 가급적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안과 전문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다.
◇얼굴이 바뀐다고? 일시적인 착시일 뿐
안경 착용 후 눈이 작아졌다느니, 튀어나왔다느니 광대뼈가 튀어나왔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안경은 요술쟁이가 아니다. 눈을 작게 만들거나, 튀어나오게 만들지 않는 다는 것. 이러한 속설의 대부분은 오랫동안 안경에 적응 된 얼굴이 안경을 벗었을 때 순간 달라 보이는 일시적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천삼성안과 김광범 원장에 따르면 근시는 안구가 너무 길거나 각막의 곡률이 너무 강하면 눈에 입사한 광선이 적절히 초점을 맺지 못해 생기는데 이는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진행된다. 이에 일반적으로 눈이 튀어나왔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근시 환자들이 대부분 안구가 크기 때문에 튀어 나온 것처럼 보인것이다.
또한 “근시 안경은 오목렌즈를 사용하는데 이로 인해 평소에는 눈이 작고 들어가 보이다가 안경을 벗으면 상대적으로 눈이 튀어나와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간혹 안경의 코 받침으로 인해 코가 낮아진다느니, 얼굴형이 변한다느니 하는 애기도 들을 수 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안경의 코 받침으로 인해 코가 낮아진다는 말은 전혀 근거 없는 속설로 안경의 코 받침은 코뼈의 변형에 영향을 줄만큼은 무겁지 않다. 얼굴형이 변한다는 말 또한 맞지 않는 속설로 안경이 꼭 맞는 사람일 경우 안경 테가 광대뼈를 압박 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직접적으로 얼굴형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이같은 현상들은 안경을 벗는 습관에 길들여지면 자연스레 없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안과 전문의들은 안경은 “먼 곳이나 가까운 곳의 사물을 보기 위한 일시적 방편일 뿐 이미 나빠진 시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안경에 전적으로 의지하거나 또는 잘못된 인식들로 눈의 시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바른 안경 선택법은
대한안경사협회에서는 착용감이 편하고 안정성이 보장되야 하며 원형이 유지된 안경을 선택할 것을 권장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는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미성숙 단계이므로 시력검사 당시의 얼굴에 맞는 안경이 좋은 안경이다.
안경 렌즈는 종류가 다양한만큼 투과율이 높으면서 첨단 소재로 가볍고 견고한 것이 좋다. 또한 유리로 된 렌즈는 자칫 깨져 눈에 직접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으므로 플라스틱 렌즈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경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눈의 피로가 빨리 오는 것은 물론 두통, 어깨 결림, 집중력 결여 그리고 신경통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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