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 교과서가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고등학교로 보이는 교정에 교과서와 참고서가 수북이 쌓였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창문 밖으로 내던진 책들이다. 대부분 고3 교과서와 수능교재다. 던져진 책 중 쓸만한 것을 고르고 있는 학생들은 1,2학년쯤으로 보인다. 무심히 책을 밟고 지나가는 학생도 눈에 띈다.
지난 1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런 장면이 담긴 사진 4장이 게재됐다. 사진에는 ‘수능 끝난 고3의 마지막 발악…학생들 책 던지고 난리났어요’란 설명이 붙어 있다. 기나 긴 ‘입시터널’을 지나온 고3 학생들이 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이런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어느 학교에서 벌어진 일인지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진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후배들에게 곱게 물려주면 될 교과서와 문제집을 함부로 버린다” “종이도 자원인데 돈 아까운 줄 모른다”는 비판과 “입시문화가 오죽 고달팠으면 학생들이 저렇게 스트레스를 풀겠냐” “나도 수능 뒤 친구들과 교과서 집어던졌다”며 공감하는 의견이 엇갈렸다.
책을 내던지는 수능 뒤 고3 교실 실태는 어느 정도일까. 수능시험이 끝나면 교과서 참고서 문제지 등 폐지가 학교마다 쏟아져 나온다. 서울 서초구와 양천구 일대 고교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고물상 2곳은 21일 “정확히 양을 따질 수는 없지만 수능 이후 고교에서 배출되는 책과 폐지가 상당히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H고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책을 마구잡이로 버리는 모습은 본 적이 없고 폐지량도 얼마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노량진 대성학원 관계자는 “학교와 달리 학원 수강생들은 재수, 삼수를 하기 때문에 문제지 등 교재를 잘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간다”며 “이번 수능이 끝난 뒤 걷힌 폐지는 쓰레기차 1대 분량도 안됐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현원일 학생생활부장은 “고3 교실에서 책을 버리는 행위가 결코 보편화된 행태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공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어서 이런 행동의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우리 교육 현실을 돌이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정에 널린 교과서 사진이 우리 학생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성 기자 me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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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수능 끝나고 교과서 거의 버렸다. 다시 볼 일이 없다고 여겼으니까. 국사 교과서랑 문학 교과서는 남겨두었다. 좋아했었던 과목이니까.
특별히 무리해서 원서 쓰지 않았고, 그래서 다시 볼 일 없다고 여겼는데, 재수를 하게 될 줄이야... 정말 몰랐지... ㅡ.ㅡ;;; 친구한테 교과서 급조하긴 했는데, 재수하면서 교과서를 많이 보진 못했다. 벌써 십여 년 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