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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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화이트 홀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물리학의 연구와 발견 과정 속에 가려진 과학적 진리 탐구가 가지는 가치와 인류에게 미치는 의미를 조명하는 교양과학도서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3부분으로 나누어 블랙 홀 화이트 홀에 관한 아이디어와 이론 연구 내용과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블랙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블랙홀이 생성되고 나서 블랙홀 내부에서 벌어지는 현상, 블랙홀과 화이트홀의 변환 과정과 화이트홀의 생성 등을 총 21개 단원에 걸쳐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교 이론물리학 센터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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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홀이란 이름만 들으면 주로 SF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단어로 친숙하지만 구체적인 실체나 현상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블랙홀은 비교적 최근이지만 관측되어 실제 존재가 입증된 바가 있지만, 화이트홀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어서 단지 추측과 상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이트홀과 관련되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론 주장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논란거리가 많은 화이트 홀이고 저자 자신의 연구 내용과 성과에 기반하여 화이트 홀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화이트 홀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근래 들어 SF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타임머신이나 공간이동의 워프 개념처럼, 스티븐 호킹과 쏜 킵손의 연구 내용들에 기반한 아이디어들에서 많이 차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모래시계처럼 한데 붙어 이어져 있어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물체는 화이트홀 밖으로 전혀 다른 시공간의 세계로 탈출한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런 상상이 터무니없는 허황된 이야기만이 아닌 것임을 구체적으로 사고실험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저자의 생각이 기존의 아이디어와 다른 점이라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물체가 매우 짧은 시간 후에 양자도약으로 인해 화이트홀로 변해버린 블랙홀을 거꾸로 튕겨져 나가게 되지만 실제 화이트홀 외부에서 소요된 시간은 매우 긴 시간이 흐른 상태라는 것이다.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은 우주의 질서, 시간, 에너지의 흐름과 관련된 부분이다: 우주에서 비가역현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에너지 평형 상태가 이루지면 더 이상의 시간의 발생과 인식이 없어지고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열역학 법칙이 지켜진다면 에너지의 이동은 어쨌든 계속해서 일어나야 하고, 암흑물질이나 블랙홀의 증가와 감소가 일방적으로 급격하게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소위 우주 공간에서 격벽의 역할을 하는 것들의 우주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작동 메커니즘이 임의적인지 어떤 임계 장치에 의해서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화이트홀이라는 흥미로운 개념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면서도 이론 물리학이 가지는 과학적 탐구 과정의 모습도 함께 소개하는 교양과학도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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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20
혜봉 지음 / 가람기획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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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 불교의 역사를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불교의 유래부터, 전파과정, 번성과 탄압, 쇠락, 영광과 굴욕까지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한국 불교사에서 주요한 사건들과 인물, 스님들을 시대 별로 묶어서 100개의 단원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전직 승려출신 임해봉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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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3개국(한국, 중국/대만, 일본)은 불교 문화를 공유하지만, 각 나라마다 고수하는 불교 종파의 이념이랄까 전통이 무엇인가 다르다는 점을 각국의 사찰을 방문해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과연 동아시아의 불교 전파, 특히 한국의 불교 역사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졌을까?

이 책에서는 한국 불교사를 중심으로 불교라는 종교와 종파의 특징에 대해 간략하지만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동아시아 3국의 불교의 전래와 수용 과정에서 드러나는 국가마다의 도입 목적과 결과의 큰 차이점이 흥미롭다: 중국의 경우 전한 말기 시대에 서역 국가들과의 상업적 무역과 교역으로 인한 외래 종교의 유입이 발생하지만 후한시기 내란 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동요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도교의 일종처럼 기복신앙의 한 형태로 수용된다. 한국의 경우 4세기 초중반부터 기존의 재래 무속 신앙을 대체시키며 왕권을 강화하는 지배 이념 수단으로 불교를 수용했다. 일본은 6세기 후반 백제와 신라로부터 선진 문화 수입의 개념으로 수용했지만 7세기 후반이 되자 불교를 정치적 목적에서 중앙집중 정권 수립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소위 해골 바가지 고사로 유명한 의상과 원효 대사의 활약은 한국 불교의 독특한 전통을 설립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의천이나 지눌의 고승으로 이어지는 고려시대까지 한국 불교는 조선시대를 맞아 불교탄압의 암흑기를 맞이하게 된다. 한국 불교 핍박의 역사는 조선시대 말기 일본의 조선 침략의 일환으로 시행된 일련종과 정토종 같은 일본 불교 종파의 침투와 확대로 인해 계속된다. 문제는 한일합방 이후에도 일본 불교 종파의 확장으로 친일불교세력의 형성으로 이어지고, 더 큰 문제는 해방이후에도 일본 불교 종파의 잔재가 여전히 청산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도 많다: 예를 들자면, 한국 불교계에서 비구니의 비중 확대나 북한에 명목상으로나마 존재할지언정 북한불교계와의 교류 활동도 있어왔다는 사실도 인상적이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외세의 침략에 맞선 불교의 저항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알게 된 것도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부분이다: 왜란과 호란의 승병 활약상이나 동학 운동의 참여 사실도 흥미롭다.

오늘날 한국 불교계가 처한 현실의 문제점이 아이러니하게도 불교 정화운동의 결과에 기인한 현상들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내용이다: 기독교에도 비슷한 문제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면, 아마도 종교계 차원에서 보면 현실 세계와 종교 세계가 겹칠 때 발생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황들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한국 불교의 유래와 전파의 역사, 종교적 교리와 종파적 특징들에 관해 간략하게 핵심적으로 소개하고 설명하는 불교역사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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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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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영국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시골 마을 슈루즈베리에서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을 무대로 발생하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캐드펠 수도사의 활약상을 담은 역사 추리 소설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나환자를 위한 세인트 자일스 병원이 있는 슈루즈베리 마을을 배경으로 나이든 부자 귀족과 청춘 상속 귀족녀 사이의 비정상적인 결혼이 결혼식 전날밤에 신랑인 휴언 드 돔빌의 살해 사건이 발생한다. 평소에 원한이 있던 부자 귀족이었지만 결혼식 전날밤에 발생하지만 우연하게도 허브가 발견되어 캐드펠 수도사가 연루되게 된다. 범인의 단서들을 추적하는 캐드펠 수도사는 불길하지만 연민의 느낌을 받게 된다.

과연 살인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저자는 영국의 추리 소설가 엘리스 피터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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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50대 후반의 수도사 캐드펠의 활약상을 담은 캐드펠 시리즈는 유럽과 미국에서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캐드펠 수도사의 젊은 시절 십자군 전쟁 참전 시절에 관한 추억과 당시 시절의 인연으로 관계된 인물들의 등장과 모습이 이번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요 모티브이자 원동력이 된다. 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지만 죽어도 될 만큼의 죄는 분명히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캐드펠 수사의 매력은 차갑도록 합리적인 이성을 지녔지만 따듯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지닌 경험많은 현자 스타일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캐드펠 수사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는 묘사가 많아서 인상적이다: 설마하면서도 존경하던 인물을 마지막까지 곱게 보내준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듬뿍 드러난다.



단순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소설보다는 12세기 초중반의 영국 교회와 영국 사회의 생활상을 묘사하는 역사 소설이라는 특징도 독자로 하여금 작품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캐드펠 수사의 활약상을 보고 있자면, 항상 캐드펠 시리즈의 다음 편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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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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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영국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슈루즈베리 마을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캐드펠 수도사의 활약상을 그린 역사 추리 소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12세기 초중반 1138년 잉글랜드 왕위 계승 사건 시기에 모드 왕후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킨 스티븐 왕의 대립 속에 스티븐 왕의 공격으로 슈루즈베리 마을을 점령하던 날 발생한 비저항군 민간인의 살인 사건을 두고 캐드펠 수사는 범인 찾기에 나서게 된다. 정통 왕권 계승자인 모드 왕후를 지원하는 슈루즈베리 마을의 귀족 세력과 쿠데타 세력인 스티븐 왕의 편에 서서 권력을 추종하는 슈루즈베리 마을의 귀족 세력 사이의 대립으로 보이던 살인 사건이 사망자의 신원이 친왕후파의 인물인 것이 드러나자 지지 귀족 세력 내부에 배신자의 존재를 알게 된다. 과연 사랑과 권력 다툼과 이익 사이에서 협력하고 배신하는 귀족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는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저자는 영국의 역사 추리 소설가 엘리스 피터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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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50대 후반의 수도사 캐드펠의 활약상을 담은 캐드펠 시리즈는 유럽과 미국에서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잉글랜드 왕위 계승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삼고 있고, 특히 권력과 사랑 사이에 충성과 배신이 난무하는 사건의 주제는 늘 인기가 있게 마련이다.


정통파와 역성파, 둘 중 그 어느 편도 아닌 중립적인 입장에서 성직자의 본분을 최대한 지키는 캐드펠 수사의 모습은 이번 작품에서 균형자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독자의 시각을 이끌어 가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합리적 이성을 강조하는 수도사 윌리엄의 위치와는 구별되는 캐릭터이다.




단순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소설보다는 12세기 초중반의 영국 교회와 영국 사회의 생활상을 묘사하는 역사 소설이라는 특징도 독자로 하여금 작품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캐드펠 수사의 활약상을 보고 있자면, 항상 캐드펠 시리즈의 다음 편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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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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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영국의 명탐정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남긴 단편 추리 소설 10편을 모아서 펴낸 모음 소설집이다: 배가 등장하거나 배와 관련된 미스터리 소설 6편과 4편의 샤키 선장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서양에서 표류되어 발견된 화물범선 마리 셀레스트호를 배경으로 실종된 승무원들의 모험을 다룬 [조셉 하바쿡 재프슨의 성명서]; 비둘기 경주 게임을 둘러싼 소동을 다룬 [작은 정사각형 상자]; 낭만적인 젊은 귀족의 투자 실패가 일으킨 일탈 행위를 그린 [육지의 해적]; 북극항로에서 얼음에 갇혔다가 풀려나는 동안의 기괴한 현상들을 다룬 [폴스타호의 선장]; 아프리카 섬의 술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을 그린 [협력의 끝]; 줄무늬 보물 상자를 둘러싼 살인 사건의 비밀을 다룬 [줄무늬 상자]; 난폭하고 무도한 해적들을 이끄는 잔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해적선 해피 딜리버리호의 선장 샤키의 모험과 활약을 그린 4편의 샤키 선장 시리즈가 있다.

저자는 20세기 초반 활동했던 영국의 위대한 추리 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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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의 단편 소설의 유일한 공통점은 배가 등장한다는 것 말고는 제각각 다른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다. 미스터리한 사건의 전개나 주인공의 활약의 구성이 단순함과 우연성의 개입으로 겉으로 복잡해 보이는 현상들이 실제로는 간단하게 해결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샤키 선장이 등장하는 4편의 작품은 해적들의 모험과 활약상을 다룬 작품으로 앞의 6편의 단편 작품과는 전혀 다르게 액션영화에서나 느낄 법한 박진감과 생동감과 긴장감이 들게 한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마치 해적이 주인공인 영화 [커스로트 아일랜드][카리비안 해적의 비밀] 시리즈의 내용들을 합쳐놓은 듯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서 코난 도일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이 들게 만드는, 한마디로 소설을 읽으면서도 전혀 소설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인 번역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몇 군데 치명적인 오역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코난 도일만의 평범하지만 디테일을 포함시키는 독창적인 문장 스타일을 무시하고 말 그대로 직역하느라 번역된 문장의 구성이 산만해지는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코난 도일의 번역본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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