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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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물들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동일한 의미와 맥락에서 작동되는 10가지 의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인간의 관점에서 10가지 의례(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들의 형식과 절차, 상징적 의미, 현실적 사례들에 대해 동물의 경우와 비교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삶 속에서 의례가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주 사소하고 간단하지만 공동체 전체에 유대감과 정신적 건강을 높여주는 인사 의례; 적극적인 참여자이든 단순한 방관자이든 참여자 전체에 신체와 정신적으로 일체감과 행복감을 높여주는 집단 의례; 생물학적 관점에서도 수컷과 암컷이 수행하는 절차와 방법이 필요하고 정해져 있는 구애 의례; 받는 측보다 주는 측이 정신적 행복감을 느끼고 의미가 존재하는 선물 의례; 언어 말고도 메시지와 감정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소리 의례; 소리없이 감정을 공유하는 몸짓이나 행동인 무언의 의례; 생존기술과 신체의 운동 능력 뿐 아니라 창의성이 발휘되는 놀이 의례;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상실과 슬픔, 기억을 기념하는 의례; 자연적 생태 환경의 변화에 맞게 육신과 정신적 건강을 되찾기 위한 회복 의례; 생태계의 변화에 따른 동물의 거주지의 이동과 달리 정신적 치유를 목적으로 거주지를 떠나는 인간의 여행 의례.

저자는 코끼리 연구학자 케이틀린 오코넬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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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고양이처럼 인간과 가까이 지내는 가축 동물이나 야생에서 무리 지어 사회적 생활하는 늑대나 사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볼 때마다, 대부분 인간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인간과 유사한 행동들이 눈에 띄어 깜짝 놀라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신기해 하곤 했다:

예를 들면, 늑대 무리를 이끌고 먹이를 찾아 좋은 서식지로 이동하던 알파 늑대가 강을 건너던 중에 후발대로 남아 있던 늑대의 경고를 알리는 소리를 듣자 마자 강을 건너다 말고 유턴해서 다시 늑대 무리로 되돌아 간다 거나 사자무리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성년 암컷 코끼리들끼리 스크럼을 짜듯이 둥그렇게 붙어 서서 보호하는 모습을 보면 놀라게 된다.



이 책에는 놀라고 감탄할 만한 내용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꽉 차 있다: 인간의 눈에는 특이하게 보일지라도 그런 행동을 직접 수행하는 동물들에게는 중요성과 의미가 크다는 사실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예를 들면, 인사를 하지 않는 행위가 동물들에게 얼마나 큰 일인지, 구애는 생물학적으로 수컷이 암컷으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목숨을 걸고 외모나 능력을 보여주는 행위인 것이고, 가족이나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고 잊지 못해 울부짖는 행동은 스스로에게도 위안이 되는 사실상 생존본능적 행동이라는 점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강아지나 고양이는 갓 태어난 지 불과 2주가 지나서부터 엉겨 붙고 깨물고, 더군다나 다 큰 성체 동물들도 놀이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전반적으로 한마디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귀중하고 흥미로운 관찰과 과학적 사실을 담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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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기차 타고 즐기는 일본 온천 50 - 일본 온천 여행, 패키지로 가지 마라!
박승우 지음 / 덕주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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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철도 회사의 지역 패스 승차권을 이용하는 기차 여행과 일본의 유명 온천 여행에 대한 일정과 코스를 안내하는 여행 안내서이다.


글의 내용과 구성은 일본을 12개 철도 패스가 통용되는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마다 저자가 추천하는 온천 50개를 선별하여, 각 온천지마다 주변 관광지와 함께 여행 정보와 접근가능한 교통정보를 소개한다.


저자는 트래블 마스터 박승우 컨설턴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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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서 한국, 일본, 중국이 공유하는 목욕문화는 대체로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평소에 자연 온천을 자주 접할 수 없어 인공적인 공동 목욕탕이 발달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자연 온천의 활용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자연 온천의 지리적 특성을 활용하여 단순히 목욕만이 아니라 숙박, 인근 명소로의 관광, 식도락까지 종합적인 휴식과 휴양 시설과 프로그램이 오랜 세월을 거쳐 발달하였다. 3천개가 넘는 일본 온천들 가운데 어디를 방문해야 좋을까? 유명하다는 일본 온천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할까? 온천지에 가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온천이 끝나고 나서 다음에는 뭘 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는 일본 온천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여행자 입장에서 각자 방문할 일본 온천을 결정하게 되면, 교통편을 어떻게 결정할 지, 막상 온천만 즐기다 올게 아니라면 온천지 주변에 가볼만한 관광지가 어떤 것들 것 있는지, 또 전체적인 대략의 이동 거리와 일정을 파악하게 해주는 정보가 제공된다.




이 책이 가지는 가장 좋은 장점은 저렴한 교통 수단인 일본 철도 패스를 활용한 온천 여행을 소개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교통 요금은 철도, 비행기, 자동차 모두 생활비 기준에서 매우 비싸기로 유명한데, 일본 정부에서 일본 관광 장려를 위해 단기 여행 외국인들에게 특별히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 외국인용 철도 패스 덕택이기도 하다.



특히, 저자가 엄선한 50개의 온천은 저마다 다양한 특색이 있어서 방문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매력이 소개된다: 예를 들면 일본 3대 온천처럼 전통적으로 유명한 온천 이외에도, 물의 성분이 독특한 시로카네 온천이나 아리마 온천, 온천과 온천 주변의 자연 풍광이 매우 뛰어난 게로 온천이나 신지코 온천 등이 있다.



또한 일본의 온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본 문화와 일본의 전통에 대해서도 책에서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일본 여행의 묘미를 더해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비용과 내용 면에서 가성비 높은 일본의 온천 여행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안내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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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흔들린다 - 경제, 정책, 산업, 인구로 살펴본 일본의 현재와 미래,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정영효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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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는 동안 드러난 일본 경제 위기의 실체와 배경 원인에 대해 경제 통계 자료와 일본 사회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 일본 경제의 위상 변화의 실제 사례를 열거하고 여기에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아베노믹스라는 정부 정책의 결과를 설명하고, 또다른 경제 주체인 일본의 기업과 기업인, 국민들의 경제 활동의 현황과 근본적인 활동 심리 배경을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인구 구성 구조에서 기인하는 향후 일본 경제와 사회의 미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경제신문 정영효 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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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 경제가 위기이고 망해가고 있으며 일본 기업으로부터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라는 반일적 주장이나 일본이 아무리 위기라고 한들 여전히 부자 나라이니 일본 경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한국은 일본을 배워 뒤쫓아 가야 한다라는 친일적 주장들은 이미 2011년 동일본지진 이후 10여년 넘게 이어져 왔지만 근래 들어서 주요 언론사에서 다룰 만한 주제거리가 되고 있다: 

혐일과 친일을 떠나, 경제 지표상으로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도 일본 경제의 GDP 규모는 세계 3위권이며 대략 한국 GDP3배 정도 차이가 나는 상위 선진국에 속하는데, 위기라니 무슨 소리인가?

얼핏 과장되고 일방적인 비방처럼 들리는 주장들의 실체를 밝히는 내용이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이며, 구체적인 경제와 사회적 통계 자료를 통해 일본 경제의 거시적 관점의 산업 구조와 일본 사회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91년 이후 정체되어 버린 경제성장률과 물가, 임금 상승률, 과도한 예금율과 국채 보유율과 대비되는 꺼져 버린 금융 투자 시장, 국제 경쟁력을 잃은 갈라파고스 완제품 시장에 대비되어 여전히 굳건한 기반 기술, 소극적인 기업의 투자와 일본인들의 소비 심리, 인위적인 엔저 정책과 뜻밖의 유가 급등의 외부적 요인들이 만나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는 일본 거시 경제의 적자와 미시적 산업 구조의 후진성으로 최근 1~2년 동안 나타난다.

일본 경제의 문제점과 원인,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일본 내에서 거론되고 분석되고 있고, 심지어 정부 정책도 만들어 시행 중에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상이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경제 활동의 3주체(정부, 기업, 소비자)의 문제점만이 아니라 일본 사회와 문화의 집단적 심리와 산업의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뿐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하게 된 계기가 코로나19 팬데믹 시점인 2020년 이후부터인데,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지 못한 일본의 아날로그 방식의 행정처리나 기업 문화가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한국과 일본 모두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문제인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지금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예정되어 있으면서 국가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치명적인 국가적 차원의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앞에서 제기되었던 다소 자극적인 주장들 모두 전혀 틀린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사실에 부합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특히, 저자가 제시하는 결론으로 향후 미국과 중국의 대립 정세 속에서 동아시아에 위치한 한국과 일본 모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협력이 최선의 방어라는 주장은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이 대외적 경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 똑같이 예정된 인구 문제를 겪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경쟁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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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 - 통치자는 어떻게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이정은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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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저서 [군주론]을 이해하기 위해, 마키아벨리의 인생과 저서들, 당시 시대적 상황 등의 맥락과 배경의 종합적이고 통시적 근거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마키아벨리의 인생과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의 시대적 배경을 기술하고, [군주론]을 포함한 마키아벨리가 저술한 저서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군주론]의 내용에 담긴 의미에 대해 서술하고 [군주론]과 관련된 도서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정은 철학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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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은 적이 한참 전이라 세세한 내용의 전부까지는 아니지만, 주요 내용은 기억하고 있다:

-초기 군주제를 설립하기 위해서 군주가 수행해야 하는 일에는 무자비한 권력 침탈과 정적 제거, 온갖 야비한 권모술수의 활용, 사실과 당위를 구분하여 국익을 위한 간교한 처세나 배반 행위도 포함된다.

-놀랍게도 법과 제도의 구축을 목표로 삼지만, 정작 법과 제도 아래에서 해당 지위의 올바르지 못한 인물에 의해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 경우에는 폭력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 공화정 초기 건국 과정의 사례에서처럼 짐승같은 군주의 잔인한 통치 행위도 기꺼이 용납될 수 있고 시민 공화정으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군주가 갖추어야 할 품성에는 관대함과 치밀함, 담대함과 모략적 기질 등의 모순적인 이중적 양상들이 포함된다. 결국 군주가 국내외의 반항과 억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물리적 힘인 군대를 특히 모병제가 아닌 징집제도를 시행할 것을 주장한다.

[군주론]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한마디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한 다음에 비로소 법과 질서로써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식의 한마디로 현대적 관점에서 목적 달성을 위한 절차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뭔가 상충되는 모순적인 주장을 담은 내용이라는 기억이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런 단순한 평가를 쉽게 내릴 수도 있겠지만,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작성했던 15세기 초반의 시대적 상황과 배경까지 고려한다면, 매우 복잡한 문제라는 점을 이 책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군주론]의 내용에서 다루는 정치 제도적 관점에서의 통치체제의 의미와 작가가 의도했던 본래 의미를 시대적 역사 배경과 마키아벨리가 남긴 저작들과의 내용적 연관성 속에서 파악하고 있다.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와 오류가 시대를 달리해서 반복해서 재현되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역사적 원칙을 마키아벨리가 깨닫고 자신의 저작을 남겼다는 사실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결국, 강력하고 균형 잡힌 통치체제를 갖춘 국가나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역사학이나 경영학에서 말하는 소위 창업수성의 작업이 필요한데, 마키아벨리도 이 점을 파악하고 묘사한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에도 정확히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마키아벨리가 왜 논란거리가 되는 [군주론]을 작성했는지에 관해서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전 정부 공무원이 새로운 정부 공무원으로 취직하기 위한 개인적인 바램이라는 일차원적 목적 이외에도 훨씬 담대하고 거시적인 공적인 목적도 포함되어 있음을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다른 저작들의 내용을 통해 밝혀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입체적으로 깊이 있고 거시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해설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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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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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견유학파인 에피쿠로스의 철학 사상을 그가 남긴 그리스어 저서를 통해 번역하고 해설한 완역본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에피쿠로스가 남긴 저서들을 중심으로 에피쿠로스의 생애와 3편의 서신, 주요 가르침들과 어록, 단편들을 총 8개 단원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번역은 서양 고전 전문 번역가 박문재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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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에피쿠로스 학파의 주요 사상은 이성에 의한 쾌락주의정도로만 매우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여러가지 사실들이 많다:

우선, 기본적으로 에피쿠로스의 철학 사상의 핵심 내용에 관해서이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3가지로 구분된다: 자연론, 규범론(인식론), 윤리학. 자연의 원리보다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간의 감각과 지성에 의한 1차적인 인식과 추론과 종합의 2차적인 인식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차적 인식 과정에서는 반복적으로 축적되어 형성된 프롤렙시스(선개념)으로 인해 지성의 인식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에 대한 인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은 아타락시아라는 인간이 욕망과 탐욕에서 기인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난 평온한 상태이며, ‘아포니아라는 육체의 고통이 없는 지속 가능한 상태(쾌락)을 유지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에피쿠로스가 주장한 선개념은 후대 인식론 철학의 2가지 사상이 연상된다: 칸트가 주장한 선험론과 헤겔의 변증법이 떠오른다. 신이 주신 지성에 의해 존재하는 선험적 요소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지성의 작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교해볼 만하고, 인간의 감각만을 믿지 않고 부정하여 경험적 사실과 부합하게 도출하여 인식하는 종합적 사고 작용은 유사한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역시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철학사상가이면서 동시에 자연과학자이기도 하다라는 사실이다: 단순히 인간 지성의 인식이론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의 근원적인 구성 원리에 대해서도 탐구했다는 사실에서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 왜 이런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었는 지의 배경에는 당시의 고대 그리스의 시대적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에피쿠로스가 활동한 기원전 4세기 후반과 3세기 초반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이 분열되어 내분으로 혼란해지며 쇠퇴해가는 과정으로,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직접적이고 개인적 경험이 중요해지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알토란 같은 본문에 관한 주석과 부록으로 실린 역자의 해설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 설명 없이는 단 한 줄도 이해할 수 없는 본문을 너무나도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역자의 설명 때문에 에피쿠로스 철학 사상에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고대 그리스 에피쿠로스 철학과 당시의 철학 사상에 대해 개괄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철학해설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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