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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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견유학파인 에피쿠로스의 철학 사상을 그가 남긴 그리스어 저서를 통해 번역하고 해설한 완역본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에피쿠로스가 남긴 저서들을 중심으로 에피쿠로스의 생애와 3편의 서신, 주요 가르침들과 어록, 단편들을 총 8개 단원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번역은 서양 고전 전문 번역가 박문재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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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에피쿠로스 학파의 주요 사상은 이성에 의한 쾌락주의정도로만 매우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여러가지 사실들이 많다:

우선, 기본적으로 에피쿠로스의 철학 사상의 핵심 내용에 관해서이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3가지로 구분된다: 자연론, 규범론(인식론), 윤리학. 자연의 원리보다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간의 감각과 지성에 의한 1차적인 인식과 추론과 종합의 2차적인 인식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차적 인식 과정에서는 반복적으로 축적되어 형성된 프롤렙시스(선개념)으로 인해 지성의 인식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에 대한 인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은 아타락시아라는 인간이 욕망과 탐욕에서 기인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난 평온한 상태이며, ‘아포니아라는 육체의 고통이 없는 지속 가능한 상태(쾌락)을 유지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에피쿠로스가 주장한 선개념은 후대 인식론 철학의 2가지 사상이 연상된다: 칸트가 주장한 선험론과 헤겔의 변증법이 떠오른다. 신이 주신 지성에 의해 존재하는 선험적 요소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지성의 작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교해볼 만하고, 인간의 감각만을 믿지 않고 부정하여 경험적 사실과 부합하게 도출하여 인식하는 종합적 사고 작용은 유사한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역시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철학사상가이면서 동시에 자연과학자이기도 하다라는 사실이다: 단순히 인간 지성의 인식이론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의 근원적인 구성 원리에 대해서도 탐구했다는 사실에서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 왜 이런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었는 지의 배경에는 당시의 고대 그리스의 시대적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에피쿠로스가 활동한 기원전 4세기 후반과 3세기 초반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이 분열되어 내분으로 혼란해지며 쇠퇴해가는 과정으로,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직접적이고 개인적 경험이 중요해지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알토란 같은 본문에 관한 주석과 부록으로 실린 역자의 해설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 설명 없이는 단 한 줄도 이해할 수 없는 본문을 너무나도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역자의 설명 때문에 에피쿠로스 철학 사상에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고대 그리스 에피쿠로스 철학과 당시의 철학 사상에 대해 개괄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철학해설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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