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9
막스 베버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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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발표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제목으로 발표한 2편의 논문을 완역한 책이다. 책의 구성은 2편의 논문과 부록으로 카를 피셔의 비판에 대한 2차례 반박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첫 번째 논문에서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의 기원과 자본주의 정신에 관한 주장을 담고 있다. 베버는 유럽과 미국에서 개신교도들의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 경제적으로 발달한 20세기 초반의 사회적 현상에 대해 기존의 사회학적인 이론들의 무용함을 지적하며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베르너 좀바르트가 발표한 [개신교의 윤리가 근대 자본주의적 사고에 의해 야기된 결과]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베버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세웠다: 근대 자본주의 기업가의 행동과 윤리는 개신교의 특히 청교도의 행동 윤리와 유사하며, 종교적인 지향 대신에 공리적인 목표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업가로서 18세기 활동했던 미국의 철학자이자 발명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경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베버는 공리주의자인 벤저민이 주장하는 돈을 합법적인 한도 내에서 최대한 많이 버는 것은 경제 질서 안에서 표현되는 직업적 유능함의 결과라고 하는 근대 자본주의 기업가의 행동과 윤리의 기준이 공리주의에 기초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칼뱅주의의 금욕주의에 기초한 합리적인 생활 태도와 윤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두번째 논문에서는, 4개의 개신교(칼뱅주의, 경건주의, 감리교, 재세례파 계열)의 각 종파별로 역사적 배경과 교리의 특징을 살펴 보고, 교리적 해석이 신도들의 삶의 태도와 윤리에 끼친 영향과 자본주의로의 연결로 이어지는 관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베버는 개신교의 교리에서 직업소명설구원예정설에 대한 해석을 통해 금욕적인 삶의 태도와 부정한 방식이 아닌 합리적인 생활 양식을 유지하면서 직업에 충실한 노동을 추구하여 부를 저축하고 축적된 부를 낭비하지 말고 합리적이고 공리적인 일에 사용함으로써 하느님의 영예를 높이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고, 이것이 구원에 대한 증거이자 보상으로 간주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베버는 청교도의 금욕주의적 태도와 직업의식에서 출발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종교적 목적에서 공리적인 목적으로 대체되면서 근대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근면과 경쟁, 건전한 영리적 활동이 마련되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역사적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발표된 지 100년도 지났지만 베버의 원본 논문을 완역한 책이라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역자의 친절한 주석의 설명과 해설이 아니었다면, 페이지를 쉽게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개신교의 교리와 중세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해, 욕심 내지 않는 금욕적인 생활자세와 정당하게 최선을 다해 돈을 벌라는 어찌 보면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원칙들이 평화롭게 결합되는 순간을 깨닫게 되는 신기한 체험을 맛볼 수 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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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기술 - 나쁜 감정을 용기로 바꾸는 힘
크리스틴 울머 지음, 한정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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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정체를 파헤치고 대응하는 방법에 관하여 기술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진다고 볼 수 있고, 12개의 단원에 걸쳐 구성되어 있다: ‘두려움이란 감정의 정체; ‘두려움에 관한 진실, ‘두려움에 대응하는 방법. 책의 형식은 저자도 밝혔듯이, 중간마다 두려움과 관련된 심리적 현상에 대해 저자 자신의 경험담을 일기처럼 삽입하여 싣고 있다.
먼저 [두려움의 정체]에 관해 저자는 인지심리학적인 이론에 기초하여 쉬운 은유를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두려움은 인간 두뇌의 편도체에서 본능적으로 생존 위험을 감지하여 발생시키는 감정이며, 대뇌 신피질의 생각과 판단 기능과 연계되어 개념의 인지나 감정의 좋음과 싫음이 고착화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표적인 두려움의 특성 2가지를 지적한다: 두려움의 원인은 위험적인 상황 이외에도, 분리, 거부, 단절 같은 다른 감정들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데, 두려움 자체가 선악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두려움이란 감정의 존재는 거부할 수도 없고 거부되지도 변화시키거나 소멸시킬 수 없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 두려움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으로, 두려움이 자신에게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개선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억제함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이 우울함, 분노, 슬픔, 질투 등과 같은 다양한 감정과 비이성적인 즉흥 언행 등이 대표적인데, 그 중에서, 가장 에너지가 강한 직관적인 감정이 분노이며, 분노를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
두려움에 관한 진실]에서, 기존의 두려움을 치료하기 위한 요법들이 사용하던 잘못된 무의식과 믿음의 모순을 지적하고, 이에 대비하여 자아 성찰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특히, 자의식의 전환을 위해 일종의 불교의 우화 같은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두려움에 대응하기에 앞서, 인식의 전환의 자세를 저자는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하지 말아야 할 지성적 행동들; 전통적인 마음 통제 방식들; 새롭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면에 귀 기울이기를 권장하고 있다.
사실 [두려움에 대응하는 방법]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이다. 저자는, 두려움이란 존재와 평화롭게 균형을 맞춰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자신의 감정을 정서적으로 전환하여 해결하는 방법을 6단계에 걸쳐 제시하고 있다: 일부러 머리 속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버려 둠으로써 본연의 모습을 찾고 나서, 자신의 내면에 관심을 기울여 몸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몸에 존재하는 두려움을 그대로 느끼게 되고, 두려움으로 인한 다른 감정들의 발생도 알아차리게 하고, 자아 속에 더 큰 공간이 확보되도록 하여, 궁극적으로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진정한 자신의 진실에 가까워진다. 특히 마지막 단계에 이르는 방법으로 저자는 스포츠 선수들이 경험하는 몰입을 강조하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서양의 그리스 철학의 플라톤의 이원론적 가치관을 배경으로 자란 서양인의 입장에서, 과감히 이성적 세계관을 벗어나 동양의 불교 철학에서 말하는 정신과 육체를 떠나 대오각성(大吾覺醒)’에 대한 개념을 서술한 것이 익스트림 스키선수 출신의 심리 상담사인 저자가 말하는 내용일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마치 서양인이 불교 선종의 경전 해설서를 읽고 나서 친구에게 읽은 내용을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려움에 대한 색다른 관점의 심리 분석과 치유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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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왕초보 여행 러시아어 - 급할 때 바로 찾아 말하는 시원스쿨 왕초보 여행 외국어 시리즈
시원스쿨 러시아어연구소.이시원 지음, Zagnibida Victoria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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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에서 자주 사용하는 간단한 러시아어 회화를 배우는 교재이다. 책의 내용은 여행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주요 10가지 키워드들로 묶어서 구분하여 다루고 있다: 기내에서; 공항에서; 거리에서; 택시와 버스에서; 지하철과 기차에서; 호텔에서; 식당에서; 관광할 때; 쇼핑할 때; 귀국할 때.
책의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이 책은 특이하게 단어 색인이 책 머리의 목차 다음부터 시작된다. 아마도 사전처럼 필요할 때마다 바로 찾아서 사용하라는 의도일 것이다. 일단 각 주제 상황 별로 주요한 러시아어 단어들과 의미를 먼저 열거한 다음에 주요 단어를 사용한 완성된 문장들의 예시를 보여준다. [위급 상황] 항목에서는 주어진 상황과 관련된 단어들만 제시된다: 완성된 하나의 문장 전체가 아니라, 필요한 핵심 단어만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대강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빨리 찾아] 항목에서는 주어진 상황에서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문장 표현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것도 역시 급한 경우에 빨리 찾아서 읽으라는 용도이다. [실제 상황 러시아어]에서는 상황에 대한 묘사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여 독자로 하여금 상황에 대한 인식과 적절한 대응에 해당하는 문장을 연습하도록 도와준다. 부록으로 책 뒤편에 러시아 여행 정보가 간략하게 수록되어 있다: 러시아와 주요 여행지의 소개, 모스크바 지하철 노선도, 쇼핑 목록 등. 그리고, 별도의 MP3 파일을 해당 출판사 웹사이트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 책은 독특하다. 이 책은 러시아어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정상적인 회화 책이 아니라,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 생존 회화를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 주어의 인칭이나 명사의 수와 성에 따른 동사의 변화 같은 문법적인 설명이 전혀 없이, 오로지 자주 사용되는 러시아어 문장이 주어지고 소리 나는 한글 발음이 그대로 적혀 있을 뿐이다. 아마도, 여행지에서 여행객이 사용하기에 적절한 단순한 문장들이 대부분인 까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에서 체험해본 결과로는, ‘생존 언어의 위대함은 현지에서 비로소 실감할 수 있다. (비록 듣고 따라 하기찾아서 한글 발음 문장 그대로 읽기수준의 초급 여행 러시아어이지만, 실전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 언어 교재의 명가 시원스쿨에서 준비하고 있는 일반적인 러시아어 회화 교재 시리즈도 기다려진다.

책의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짧은 시간 안에 러시아 여행을 준비할 때, 초보 여행자에게는 핵심적인 단어들만 알고 있어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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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 가깝지만 정말 가까워져야 하는 나라, 일본! 일본 연구 시리즈 3
신규식 지음 / 산마루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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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국민의 특성과 문화가 일본 역사에 기인하여 형성된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일본인의 여러가지 특성 중에서 특히 준법성과 권위에 대한 순종, ‘일생현명(一生懸命)’으로 일컬어지는 장인정신에 대해 관련된 일본의 역사와 문화들을 기술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권위에 대한 절대적 복종의 역사와 문화’, ‘일생현명(一生懸命)의 장인정신’.
먼저, 절대적으로 법을 지키고 상위 권력 계층의 권위에 대한 절대적 복종이 생겨나게 된 역사적 사건들과 문화들을 열거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에 의한 시마바라(島原)의 반란과 진압; 기독교 탄압을 위한 후미에와 사청제(寺請制)의 실시; 일본 불교의 부흥과 쇠락의 역사; 농민 반란의 방지를 위해 도입된 촌청제(村請制)와 오인조(五人組), 사청제, 인별개(人別改), 종문개(宗門改), 전전영대매매 금지, 분지제한령(分地制限令)의 실시; 특이한 취향을 정책에 반영했던 에도 막부 쇼군 도쿠가와 쓰나요시; 쇼군을 위한 녹차 진상 품을 대하는 태도의 신성화와 강요; 공익을 위해 앞장선 농민인 의민(義民)’의 존재와 사례; 공익을 위해 지방 영주 다이묘(大名)나 쇼군(將軍)에게 직접 호소나 진정하는 직소(直訴).
저자는 장인정신이 생겨나게 된 역사적 배경에는 일본 중세시대부터의 철저한 계급적 신분제 사회 속에서 신분 이동이 불가능한 태생적 직업의 한계와 이른바 명인을 신처럼 예우하는 천하제일 사상의 문화 때문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된 일본의 역사적 인물들과 사회적 집단 현상으로 나타난 일제한문(日製漢語), 단체 경기 종목인 400m 이어달리기, 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가진 일본 기업의 사례들을 나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생각하는 일본인의 침묵과 순종에 기반한 준법정신과 장인정신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발전을 추구하여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국가 발전을 이루어 오늘날의 일본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일본 문화와 역사에 기반하여 일본인의 특성과 관련된 사항들을 알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주장에 일부분은 동의하지만, 논란이 될만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권위에 대한 절대 순종]의 경우, 기독교에 대한 탄압은 일본뿐만 아니라 조선에서도 멸문지화에 해당하는 탄압을 받았으니 일본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에도 시대의 촌청제나 오인제보다도 130 여 년 앞서 조선 성종 때부터 오가작통법이 시행된 바 있다. 개인적 견해로는, 일본에서는 유교 사상이 발달하지 않은 것과 지진 같은 자연 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 일본인들의 종교나 사상적 가치관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된다: 조선 사대부 지배층의 유교사상에서 인명과 신체에 대한 가치를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일본처럼 잔인한 형벌을 내리지 않았고, 일본 에도 시대의 다이묘나 사무라이 지배층에서 조선처럼 유교 사상을 생활 윤리나 사회 질서의 사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학문으로 받아들여서 실천하지 않았고 농민들은 자연재해로 인한 가족과 마을 공동체의 해체와 생성에 적응하기 위해 평소 생활 습관은 신사나 사원 위주의 자연적 토테미즘 신앙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적 생존에 집착해 지배층에 순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시각도 제기할 수 있다. [장인정신]의 경우, 18세기 난학의 창시자 스기타 겐파쿠가 에도의 검시관이 된 후에 네덜란드인의 인체해부도의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규슈의 나가사키의 데지마까지 찾아가 네덜란드 의학서적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번역하는 것으로부터 일본의 근대 번역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이 만든 한자어는 일본이 먼저 근대화를 시작했기 때문으로, 그보다는 삿쵸동맹처럼 극적인 역사적 사건 때문에 근대화 자체가 한자문화권 중에서 일본이 일찍 성공한 탓이라고 보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일본의 와규도 비단잉어’, ‘시바 견처럼 순종교배를 통한 품종개량이 유행했던 에도 시대의 과시적 문화 습관이 빚어낸 교배 기술이 메이지 시대 때 농촌의 소고기 개량으로 이어진 연장선으로 이해될 수 있다.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일본인에게서 분명히 인정해야 하고 배워야 할 점은 있다: ‘경지에 이른 기술과 기술인에 대한 예우정직성’. 둘 다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드는 것을 존중하고 칭찬하고 호기심을 가지는 문화를 가지기 위해 사회적인 처우와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특히 어릴 때부터 호기심을 장려하는교육과 정직해도 손해를 받지 않고 이익을 받는다라는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본 역사 책이나 다른 시각의 일본 문화와 관련된 책도 함께 보면 더욱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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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성으로 가는 언덕길 - 가마쿠라 요시타로와 근대 오키나와의 사람들
요나하라 케이 지음, 임경택 옮김 / 사계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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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키나와 지방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그리고 이를 연구한 사람들, 특히 가마쿠라 요시타로라는 류큐 문화 연구가이자 빈가타 기술 전수자를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시기적으로는 일본의 류큐 왕국 지배가 시작되는 에도시대 이후부터 2차 대전 종전 후 미군정에 의한 일본 반환시기까지 다루고 있다. 역사 속의 현장에서 특정 지역인 오키나와 지방과 오키나와 주민들과 이들을 연구하는 외지인이 몸소 숨가쁘게 벌어지던 역사적 사건들의 생생한 체험의 순간들이 묘사된다. 류큐왕국은 15세기 중반부터 성립되어 19세기 후반 일본의 메이지 유신에 의해 일본국의 영토로 강제 편입되기까지 유지되었으며, 영역은 오키나와 지방(오키나와 제도, 아마미 제도, 미야코 / 아에야마 제도 등)에 해당된다고 한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문부성 회화 전시회에서 오키나와 지방의 소재를 다룬 작품 류큐의 꽃을 우연히 보고 난 후, 가마쿠라 요시타로의 인생은 달라지게 된다. 도쿄 미술학교를 갓 졸업하고 오키나와현 여자사범학교/고등여학교 교사로 부임해온 가마쿠라는 류큐 왕국의 문화, 역사, 예술에 점차 관심을 가지고 빠져들게 되어 평생의 연구 과업으로 삼게 된다. 그러면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수많은 평생의 고마운 인연들이 함께 소개가 된다. 가마쿠라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특히 2명의 인물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한명은 류큐왕국의 상위 귀족가문 출신의 스에요시 바쿠몬토와 다른 한 명은 현직 내대신의 조카였던 이토 주타이다. 류큐 문화를 문헌학적으로 잘 정리한 연구 결과와 다양한 류큐 문화의 전문가 인맥들을 가마쿠라에게 소개해주지만 비참한 최후를 맞는 바쿠몬토와의 인연이 딸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인생의 오묘함을 느끼게 된다. 이토를 통해 본격적인 류큐문화 연구에 들어서게 되고 무엇보다 관동대지진 이후 이토와 가마쿠라가 벌인 이른바 슈리성 철거 취소 작전의 긴박함은 한편의 영화 속 장면을 연상케 한다.
도쿄로 돌아와 시작하게 된 가마쿠라의 도쿄 미술학교 미술사 연구실의 연구생활은 점점 일본정부의 군국주의 정책에 휩쓸려 뜻하지 않게 중단되는 시련을 맞게 된다. 이후 2차 대전의 격전지가 되어 폐허로 전락한 오키나와 섬의 소식을 듣고, 가마쿠라는 젊은 교사 시절 하숙집 아주머니를 통해 알게 된 류큐 전통 수공예품 빈가타의 전승을 위해 매진하게 된다. 가마쿠라는 노년에 젊은 시절 수집했던 류큐문화 관련 취재 자료와 직접 찍은 사진들을 정리한 책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 하는데, 이 때 출간한 책이 나중에 류큐 왕국의 슈리성 복원 사업에 귀중한 자료로서 쓰이게 된다.


어찌 보면, 이 책의 주인공은 둘이 아닌가 싶다. 하나는 류큐 문화로 일컬어지는 오키나와 지방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이를 추적하여 연구하고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전했던 미술연구가 가마쿠라 요시타로’.

이 책을 읽는 내내, 역사적 사건과 그 속에서 직접 현장을 체험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묘사에 몰입되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마치 한편의 웰 메이드 다큐멘터리의 원고를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책의 번역도 깔끔하고 일본 문화나 용어, 인물에 대한 자세한 해설도 각주로 표시하고 있어 유용했고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근대 일본 역사와 오키나와 지방의 류큐 문화와 역사에 관해 탁월한 개설서라고 생각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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