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의 대화가 편해지는 영어잡담의 힘 - Small Talk
이보영 지음 / 말랑(mal.lang)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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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며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사회 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업무적인 관계나 인간 관계의 시작은 대화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이 동양과 서양에서 다르지 않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그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중의 하나가 작은 이야기, 소위 잡담이며, 영어 표현으로는 스몰 톡(small talk)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의 주제이며, 저자인 이보영 교수가 알려주고자 하는 주된 내용이다.

이 책은 영어로 구사할 수 있는 간단한 이야기에 대한 문장 표현과 대화 방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데, 새로운 형식의 영어회화 강의 교재라고도 볼 수 있다. 우선 기존의 회화 교재와는 다르게, 강의와 예제 문장 발음을 녹음 파일로 저장하여 CD형태로 책과 함께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로 하여금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사용하거나 직접 인터넷 팟캐스트로의 접속을 통해 음성 파일을 스트리밍받아 이용하게끔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전통적인 회화 교재의 방식대로 상황 배경 설명과 영어 구문 표현이 주된 내용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책 자체로서도 훌륭한 자습서가 될 수 있는데, 팟캐스트 강의를 함께 들어 보면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개인적으로는 이런 방식이 아주 좋았다).

책 내용을 살펴 보면, 스몰 톡(잡담)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일반적으로 영어 회화적인 측면에서 의미와 문화적인 맥락과 배경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잡담을 시작하는 방법과 자세, 구사 전략이나 요령과 같이 스몰 톡을 구사하는 기술에 대해, 전체 분량의 대략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이것은, 이 책이 단순히 영어회화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대인관계에 필요한 대화법의 강의 교재로 사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은 내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회화를 공부하는데 필요한 저자가 체득한 단순하면서도 비법아닌 비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소리내어 읽고 많이 듣고 직접 외국인과 대화를 나눠보라.

책의 구성은, 스몰 톡을 구사하는데 필요한 내용을 7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50개의 단원(unit)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각 단원(unit)마다 문장 표현의 개수가 3가지를 넘지 않아서 부담이 별로 없었다. 마지막 실전 부분에서 전체적인 대화의 흐름을 연결하여 하나의 짧은 대화가 완성되도록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점은, 책 크기가 작은 문고판 크기라서 휴대가 간편하고 손에 들기에 편리해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로 이동하는 동안에 읽기에 좋을 거 같다고 느꼈다.

영어회화를 잘 하고 싶은데 잘 안되거나 쉬운 것부터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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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개 - 토종개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하지홍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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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방송은 반려견이 나오는 애견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무척 유행하고 있다. 다수의 반려견 TV프로그램에서 소개되고 있는 견종의 대부분은 외래 품종이 차지하고 있고, 실제 생활에서 대부분의 반려견 품종으로 외래견으로 선택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가장 큰 원인은 우리의 토종 견종의 수가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근래의 역사적인 이유가 존재하며,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애견문화를 발달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을 모색하게 만드는 동시에, 이 책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저술한 하지홍 경북대 유전공학과 교수는 30 여 년에 걸쳐 수행해 온 한국 토종개에 대한 추적과 보존에 관한 연구의 결과를 축약해서 설명하면서 올바른 애견 문화 정립을 위한 과제와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진돗개와 풍산개가 한국의 토종견인가? 대체 토종견이란 무엇인가? 현재 한국의 토종견에 대한 애견 문화로서의 상태와 문제점은 무엇인가? 한국의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토종견들은 어떤 품종들이 있고, 3국을 비교했을 때 무슨 차이가 있는가? 향후 올바른 애견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과 해결 방안들은 무엇이 있는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에 대해 품종이란 용어는 근래 19세기 중반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귀족 문화의 허영과 사치의 부산물로 파생된 매우 역사가 짧은 문화라는 점(영국/미국/이탈리아 애견 협회가 19세기 후반에 창설되었다는 점).

-보다 근본적으로는 농경 문화 기반의 동양(아시아)과 목축과 사냥 문화 기반의 서양(유럽)에서 반려견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에 대해 근원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대상이 이외에도 다른 동물에 대해서도, 인간이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번식을 제어하는 소위 육종이 이루어져 왔었다는 점. 그래서, 서양견의 순수 혈통의 반려견일수록 유전적인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진 서양견의 품종 이름의 유래가 주로 기능적인 분류에서 파생되었다는 점(spitz, hound, shepard, terrier, pointer, retriever ).

- 우리 조상들이 우리 토종 반려견에 대해 글로써 묘사하는 기록보다는 그림을 그려서 작품으로 남긴 것이 많다는 것.

-북한에 대해 풍산개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토종견의 육성 대상 지역으로서의 잠재적인 연구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

-유전공학적 기술을 사용하여, 반려견 품종의 육종과정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유전적 결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

-향후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인구나 1인 가족의 증가에 맞게, 반려 동물로서 애견 문화의 대안으로, 대인관계와 심리 치료 도우미견의 역할과 활동의 육성과 활성화가 중요해졌다는 점.


이 책을 읽고 나서, 전체적으로는 반려견에 대한 애견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 토종견에 대해 예전보다 잘 알게 된 점이 좋았다(특히 삽살개에 대해 독특한 매력을 알게 된 점이 좋았다). 애견인뿐만 아니라 한국의 토종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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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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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두 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릴 적에 겪었던 사건들이 최소한 한 두 개쯤은 있을 것이다마치 모래밭에 묻어 두었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 밖으로 노출되더라도 흐릿한 흔적으로 남게 되기를 바라는 강아지의 배설물처럼지금 당장은 남들에게 전말을 밝히고 싶지 않은 것들 말이다힘들지만 당장 마주쳐야만 하는 과거의 아픈 기억과 현실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과거의 기억들이 소설 [드라이]의 모티브가 되는 동시에 중요한 소설 구성의 뼈대를 이룬다.

주인공 에런 포크는 호주 멜버른에서 근무하는 금융범죄 전문 연방 경찰관으로어릴적 친구 루크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로부터 루크의 죽음을 알게되어고향을 떠난지 20년만에 다시 키와라로 돌아오게 된다루크 아버지의 부탁으로 친구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게 되지만에런 포크는 곧 벽에 부닥치게 된다에런 포크가 친구의 일가족 사망 사건의 수사를 진행할 수록고향을 떠나게 된 계기가 된 어릴 적 겪었던 과거의 사건이 남긴 주홍글씨와 같은 현재의 유산과 계속 마주하게 된다에런 포크가 방문하는 곳마다 떠나 있던 세월만큼이나 변해버린 날씨 탓인지 무더위로 메말라 버린 고향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싸늘한 인심에 숨이 턱턱 막혀온다주인공이 느끼는 끔찍한 사건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의 기억 한편으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미안함이 고스란히 떠오른다에런 포크는 막연한 실체를 향해 집요하게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어느덧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게 된다.

이 책은 매우 독특한 책이다첫째작가는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연속으로 교차하여 병행하는 방식으로마치 영화의 플래쉬 백(과거 사건의 회상 장면)을 삽입한 것처럼사건 진행을 서술하고 있다영화에서는 편집의 영역인데특이하게도 작가는 소설에서 구성의 도구로서 사용하고 있다전체적인 스토리의 구성은 단순한 편이지만이야기의 전개 순서를 과거 사건과 병행시키거나 교차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2개의 사건을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둘째아마도 작가의 체험을 통해 느꼈던 호주 남부 지방의 독특한 자연 환경과 자연 환경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제목에서 연상되듯이 무더운 나머지 수분이라고는 한 방울도 없이 말라 비틀어진 기후의 자연과 무자비한 자연 현상에 노출된 사람들의 방어적인 심리적인 상태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고 있다(이런 부분에서 제임스 리 버크(James lee Burke)의 소설을 떠올리게 할 수 도 있다).

셋째작가가 의미를 따로 부여하고 싶은 부분은 글자체를 다르게 작성하였는데일종의 힌트 제공의 역할을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추리 과정에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비록 추리 소설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지만소설 안에 사용된 표현 중에서 지극히 문학적으로 세련된 문구가 눈에 띈다: (상단 부분 참조) 


전체적으로 보면단순한 이야기 내용이지만 정교한 이중적인 구성과 유기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은 훌륭한 추리 소설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특히작가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앞으로의 작품들이 기대되며 미래가 유망한 작가라는 확신이 든다.

다만, 형편없이 질 낮은 번역이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며 무척 거슬린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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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 읽는 원소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사마키 다케오 지음, 오승민 옮김, 황영애 감수 / 더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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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말 그대로 원소에 관한 책이다. 원소란 것이 무엇인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서, 고등학교 화학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원자의 무게를 상대적인 크기로 표시하는 원자량을 크기 순서대로 나열한 주기율표 상의 원소 118가지가, 모두 역시 순서대로 등장한다. 원소는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 원소(1~93)와 실험을 통해 인위적으로 생성해낸 인공 원소(94~118)로 나눌 수 있다.

각 원소마다, 기본적인 원소의 특징을 묘사하고, 자연계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결합작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관련있는 화합물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가끔씩 원소와 관련하여, 발견하게 된 스토리나 재미있는 에피소드, 혹은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빠뜨리지 않고 함께 소개하고 있다.

물론 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인데,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붕소가 유리의 원료로 쓰이지만 독성 성분이 있고 바퀴벌레 퇴치제로 사용된다는 것;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탄소 동소체라서 성분만 동일한 원소(탄소)로 이루어졌지 모양과 성질이 다르다는 것(다이아몬드를 태울 수 있고,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것); 산소 동소체인 오존 자체는 인체에 유해하지만 대기권에 형성하는 오존층은 자외선을 흡수하기 때문에 지구상의 생물들의 생존에 절대적인 조건이라는 것; 치약의 성분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불소)은 맹독성 원소라서, 처음 발견될 때까지 수많은 화학자들이 분리 실험 중에 중독사했다는 것; 타이어로 유명한 미국인 찰스 굿이어가 우연한 고무의 황 첨가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는 것; 화학무기들의 시초가 된 계기가 세계 1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프랑스군을 대상으로 사용했던 염소 가스였다는 것; 구리 이온이 항균과 살균 작용을 하기 때문에, 구리 동전을 신발 속에 넣어 발냄새를 제거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상온 13도 이하에서는 삭아버리는 주석의 성질(일명 주석패스트’)때문에 영국 남극점 탐험대의 동사하게 된 원인일 수 있다는 것; 113번 니호늄을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처음 발견한 업적의 공로를 인정받아 10년이 지나서 명명권을 얻어 일본 국가명을 원소 이름으로 짓게 되었다는 것; 원소명명법은 보통 그리스나 북유럽 신화 혹은 그리스어나 아랍어로부터 가져오거나, 최초 발견자 혹은 국가의 이름을 짓는다는 것 등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배웠던 화학 용어가 최근까지도 주로 독일식 일본어 명명법을 그대로 따라 했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화학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화학 원소와 화학 작용과 법칙, 용어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원소와 함께 소개된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현실과 밀접한 내용들이라 원소의 특징을 훨씬 쉽게 기억에 남게 만들어 준다. 중간중간 화학의 기본적인 내용을 소개해주는 컬럼도 좋았다. 화학이 낯설지만 쉽게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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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공감을 위한 서양 미술사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술의 모든 것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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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양미술사를 다루는 교양서이다. 구석기 미술(동굴 벽화, 조각)부터 20세기 미술(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 신표현주의)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미술사를 역사의 흐름에 발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서양미술사에 관한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기존의 책들과는 차별되는 이 책만이 가지는 독특한 면이 있다:

-      전체적인 시대별 미술 사조를 기술하면서 당시 시대의 역사와 종교/철학적인 특징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예술적 특징의 이해를 쉽게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크레타 미술은 여신숭배 사상과 가부장적 사회 속에 모계의식과 관습 덕분에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미술과 달리 여성 중심의 묘사가 많다는 것이다.

-      시대별로 유행하던 미술 사조의 특징을 앞선 시대와의 경우와 대비시켜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내용과 형식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14~16세기에 유행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특징인 그리스/로마 미술의 재현이라는 전형적인 형식에 대한 반발로서, 유한한 공간 밀폐, 왜곡된 인체 비례, 혼란스러운 구도를 채택한 매너리즘의 등장을 대비시켜서 기술하고 있다.

-      미술사 전반에 걸쳐 미술 사조의 흐름 사이의 유기적인 연관 관계를 통사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면, 구석기 시대의 사회는 평등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있어서 사람의 묘사를 특성있게 하지만, 신석기 왕국 시대에는 왕권의 권위적인 통치로 인해, 권력자를 강조하고 나머지를 추상화시키는 수직적인 사고 방식이 드러나는 점을 비교하고 있다.

-      각 시대별로 특징적인 미술 기법의 영향 아래에 놓여 있는 상황 속에서, 여러 개인 작가와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시대적인 흐름에 호응을 하는지 아니면 맞서서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변화를 추구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세기 후반에 등장하여 특정한 시점에 화가 자신이 대상으로부터 느낀 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인상주의 사조 속에서, 로트레크의 물랭루주에서의 경우 캔버스 가장 자리에 위치하는 등장 인물을 과감히 자름으로써 캔버스 바깥으로의 여백까지 이용한 것이나 마네가 풀밭에서의 점심 식사에 나체의 매춘부를 주인공으로 그림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관람객들로 하여금 분노와 논란을 일으켰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      특히, 개별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작품 전체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그리고 단순한 관람이 아닌 매우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예를 들면, 인상주의 미술 화가인 고흐의 작품과 표현주의 화가인 뭉크의 작품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그림 속 대상을 화가의 주관적인 느낌대로 왜곡하여 표현했는가, 아니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추상화된 인물 표현으로부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외국인 저자의 책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고, 국내 저자의 미술사 관련 책으로는 최고로 꼽고 싶다. 단적으로 곰브리치의 미술사에서 답답하게 느끼던 어려운 미학적 용어가 이 책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데도, 당시 사람들의 철학적 사유와 종교적 행태를 묘사한 것이 이해를 쉽게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책 안에 수록된 그림의 개수의 풍부함과 인쇄된 화질의 품질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다.

이 책을 읽는데 사전 배경 지식이 없어도 전혀 읽는데 지장은 없다. 이왕이면, 다른 서양미술사 책을 접하고 전체적인 서양 세계사를 어느 정도 알고 나서 이 책을 읽는다면, 훨씬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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