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공감을 위한 서양 미술사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술의 모든 것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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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양미술사를 다루는 교양서이다. 구석기 미술(동굴 벽화, 조각)부터 20세기 미술(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 신표현주의)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미술사를 역사의 흐름에 발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서양미술사에 관한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기존의 책들과는 차별되는 이 책만이 가지는 독특한 면이 있다:

-      전체적인 시대별 미술 사조를 기술하면서 당시 시대의 역사와 종교/철학적인 특징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예술적 특징의 이해를 쉽게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크레타 미술은 여신숭배 사상과 가부장적 사회 속에 모계의식과 관습 덕분에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미술과 달리 여성 중심의 묘사가 많다는 것이다.

-      시대별로 유행하던 미술 사조의 특징을 앞선 시대와의 경우와 대비시켜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내용과 형식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14~16세기에 유행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특징인 그리스/로마 미술의 재현이라는 전형적인 형식에 대한 반발로서, 유한한 공간 밀폐, 왜곡된 인체 비례, 혼란스러운 구도를 채택한 매너리즘의 등장을 대비시켜서 기술하고 있다.

-      미술사 전반에 걸쳐 미술 사조의 흐름 사이의 유기적인 연관 관계를 통사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면, 구석기 시대의 사회는 평등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있어서 사람의 묘사를 특성있게 하지만, 신석기 왕국 시대에는 왕권의 권위적인 통치로 인해, 권력자를 강조하고 나머지를 추상화시키는 수직적인 사고 방식이 드러나는 점을 비교하고 있다.

-      각 시대별로 특징적인 미술 기법의 영향 아래에 놓여 있는 상황 속에서, 여러 개인 작가와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시대적인 흐름에 호응을 하는지 아니면 맞서서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변화를 추구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세기 후반에 등장하여 특정한 시점에 화가 자신이 대상으로부터 느낀 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인상주의 사조 속에서, 로트레크의 물랭루주에서의 경우 캔버스 가장 자리에 위치하는 등장 인물을 과감히 자름으로써 캔버스 바깥으로의 여백까지 이용한 것이나 마네가 풀밭에서의 점심 식사에 나체의 매춘부를 주인공으로 그림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관람객들로 하여금 분노와 논란을 일으켰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      특히, 개별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작품 전체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그리고 단순한 관람이 아닌 매우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예를 들면, 인상주의 미술 화가인 고흐의 작품과 표현주의 화가인 뭉크의 작품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그림 속 대상을 화가의 주관적인 느낌대로 왜곡하여 표현했는가, 아니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추상화된 인물 표현으로부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외국인 저자의 책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고, 국내 저자의 미술사 관련 책으로는 최고로 꼽고 싶다. 단적으로 곰브리치의 미술사에서 답답하게 느끼던 어려운 미학적 용어가 이 책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데도, 당시 사람들의 철학적 사유와 종교적 행태를 묘사한 것이 이해를 쉽게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책 안에 수록된 그림의 개수의 풍부함과 인쇄된 화질의 품질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다.

이 책을 읽는데 사전 배경 지식이 없어도 전혀 읽는데 지장은 없다. 이왕이면, 다른 서양미술사 책을 접하고 전체적인 서양 세계사를 어느 정도 알고 나서 이 책을 읽는다면, 훨씬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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