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기쁨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열림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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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기쁨]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단편 소설 모음집으로, 2010년 프랑스 공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작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생 소를랭의 이상한 여인’, ‘귀환’, ‘검은 기쁨’, ‘엘리제의 사랑’, 4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이 중의 한편인 검은 기쁨에서 소설집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4편의 단편 소설에는 제 각기 다른 인물과 사건, 시대 배경이 등장하지만, 공통적인 주제를 일관되게 다루고 있다. 성녀 리타4편의 소설 모두에 공통적인 주요 소품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과거에 타인에게 저지른 가해 행위로 인해 현재 시점에 맞이하게 되는 과거와 완전히 대비되는 정반대의 상황 속에서 우연한 사건을 통해 성녀 리타를 마주치게 된다. 또한, 주인공들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회개할 때쯤 관능적인 느낌과 성()스러움도 함께 체험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소설 속에서 모든 주인공들이 성녀 리타를 만나게 되는 순간을 모두 다르게 묘사한 점이 매우 놀랍고 특이했다. 신부님이 들려주는 성인 이야기 속의 한 인물로서 성녀 리타를 알게 되기도 하고, 우연히 동료로부터 전해 받은 성경 속에 책갈피처럼 끼어져 있던 카드의 그림을 통해 만나게 되기도 하며, 철제 열쇠고리, 자동차 번호판, 작은 조각상처럼 일상 생활의 소품 형태로 마주치게 되기도 하고, 임시 요양 병원의 이름에서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설정은 개연성이 높고 매우 독창적인 부분이라고 느껴졌다.

슈미트가 소설 속에서 성녀 리타에 대비되는 정반대의 소재로 인간이 느끼는 관능적인 감정()을 선택하여 함께 소설 속에 녹여내어 묘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개의 소재가 대비되는 의미를 갖는 소재로서 사용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아치 엘리아데의 이론에 따르면, ()스러움은 타락한 속()세는 정반대의 개념으로서, 인간이 가진 타락한 욕망을 반성하고 버림으로써 성스러운 세계로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종교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욕망과 욕망으로 인해 저지른 과오 때문에 생겨나는 고통을 겪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회개하고 신으로부터 구원을 받으려는 나약한 인간의 굴레를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이해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작품은 검은 기쁨을 꼽을 수 있다. 나머지 소설도 그렇지만, 특히 당장 영화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만한 내용과 묘사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경쟁 관계 속에 있던 2명의 젊은이들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설정이 성립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세월이 지나는 동안 한쪽은 반성과 참회로, 다른 한쪽은 분노와 복수로 채워져 버린 후에, 정반대의 모습과 위치에서 만나게 되는 장면은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묘사된다.

역시 소문대로 매우 훌륭한 문학 작품이고, 번역도 깔끔하다. 일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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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논쟁과 한국 민주주의
김상태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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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다수의 국민들이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 여러 가지 이론과 주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가 최근에 신문에 보도된 사건을 통해서가 아닌가 싶다. 201512월말에 일어난 동북아 역사재단의 역사지도 거부 및 폐기 사건이 그것인데, 동북아 역사 재단은 이른바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에 맞서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에서 설립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었다. 이유는 연구 용역을 수행한 대학 연구 기관이 제출한 최종 지도본이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의 최종 지도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까? 이 질문의 대답에 대한 내용을 기술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문제의 대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한국 고대사 학계에서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관련 사실과 주장들을 주요 쟁점 사항 별로 묶어서 정리하고 시대 순서대로 기술하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고조선 역사의 연구 그룹은 크게 3가지 핵심 주체 세력(고대 주류 사학계, 재야 사학계, 진보사학계)이고, 고조선 역사 이론은 크게 2개 종류의 3가지 이론으로 나누어 분류하였다: 대고조선론(=요동중심설)과 소고조선론(=평양중심설과 중심지 이동설). 저자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고대 역사학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고대 주류 사학계와 근현대 역사학계의 진보 세력인 진보사학계는 소고조선론을 주장하고, 고대사학계의 소수 세력인 재야 사학계는 대고조선론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역사학계에서 소수세력을 차지하고 있는 재야사학계의 이론인 대고조선론이 완전히 소멸되지 못하는 데에는, 세력 집단의 크기와 권력의 세기에 상관없이, 대고조선론에는 이론적인 완벽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대고조선론이 학문적으로 오차가 없는 완벽한 논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주장하는 세력이 약하더라도, 반대하는 다수파가 학문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거나 세력으로 묵살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가 분석하기에, 고대 역사학계의 다수 세력인 주류 사학계(이른바 전국 대부분의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가 속해 있는 그룹)이 소고조선론이 학문적으로 오류가 많다는 약점을 매우 잘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고수하는 이유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친일파와 관련되어 있고 이것이 친일파 청산이라는 문제의 마지막 남은 분야라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그리고, 유일한 해결 방법은 민주화를 통해서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공론화해서 현재 시민의 가치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관점과 기술 방식에서 최소한 학문적인 주장의 전개를 중심으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한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2016년과 2017년도에 있었던 상고사 토론회에서 발언했던 주류사학계와 재야사학계 연사들의 주장과 내용을 작가가 해석하고 비판한 부분은 논리적으로 합당한 분석이었다.

내용이 매우 흥미진진해서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고조선 역사의 논쟁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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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문화의 이해
김시홍 외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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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마피아’, ‘영화’, ‘스파게티’, ‘베니스’, ‘로마’, ‘바티칸등 여러 개가 있을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햇살이 따스하고 살기 좋은 나라와 다분히 한국적인 기질을 가진 이탈리아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런 이탈리아 국가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는 이탈리아의 문화를 이해하는 단서로써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은 근대와 현대에 이르는 이탈리아의 모습을 다양한 학문(사회학, 문학, 언어학, 박물관학, 영화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을 담아 내고 있다. 7개의 장(chapter)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개괄적 설명, 이탈리아 어, 이탈리아 문학, 이탈리아 문화 유산과 박물관, 이탈리아 영화, 이탈리아 정치와 경제, 이탈리아 사회.

이 책의 초반부터 강조하는 점 중에 하나는 문화의 이해와 관련된 부분이다. 특히, 이탈리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인으로서 타국의 문화를 주관적이거나 보편타당한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관찰자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자세와 우리 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파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말한 대로, 이탈리아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때, 기존의 역사관과 가치관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중세 역사가 다른 유럽 국가인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와 다른 전개 과정과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근대 시민 사회로의 발전 과정이 역시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다른 경험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쓰이고 있는 표준 이탈리아어()는 고대 로마 라틴어의 방언 중에 하나인 토스카나 방언으로 이탈리아 통일시점에 정해졌다는 사실과 그래서 다른 지방의 이탈리아인들도 토스카나 방언을 마치 제 2외국어를 공부하듯이 배워야만 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우리에게 친숙한 단테의 신곡과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외에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6명의 이탈리아 작가가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시인인 조수에 카르듯치, 살바토레 콰시모도, 에우제니오 몬텔레,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그라치아 델레다, 루이지 피란델로, 다리오 포 등이 있었다.

아마도 이탈리아의 가장 화려하고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이 많은데, 이 책에서는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피렌체 도시를 꼽는다. 피렌체 도시에 대한 메디치 가문의 역할의 중요함과 위대함을 잘 기술하고 있다. 또 하나의 예로 든 것이 있는데,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이 조각가로 유명한 베르니니의 설계였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1940년대 이탈리아 영화 사조의 특징인 네오리얼리즘은 실상 이탈리아 문학에서 1920년대 사용하던 것에서 차용해왔다는 점도 특이했다.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3명의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감독의 영화들은 마치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에게처럼 수많은 전세계 영화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로베르토 로셀리니, 루키노 비스콘티, 빗토리오 데시카. (개인적으로 이들의 영화 중에서 대표 작품들은 본 경험이 있는데 대부분 흑백영화이고 2차 대전 후의 황폐화된 도시의 모습과 사람들의 삭막화된 비인간적은 모습들이 많이 묘사된 걸로 기억한다).

근대 이탈리아의 통일 이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간략한 역사와 정치 체제를 기술하고 있고, 2차 대전 이후 경제 성장 과정과 산업 발전의 특징도 기술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사회 문화는 카톨릭 종교와 가족문화일텐데, 여기에서 비롯되는 중소기업 문화와 지역주의까지 파생된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그리고 영원한 골칫거리인 마피아까지 다루는 부분은 폭력 조직을 신비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게 만든다.

전반적으로 현대의 이탈리아 문화를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해, 정치, 역사, 사회, 문화적인 관점에서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이탈리아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 들었다.

이탈리아 국가와 사람,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 문화 입문서로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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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투자지도 - 스몰캡 업계지도의 ‘4차산업혁명’ 버전 비즈니스 지도 시리즈
한국비즈니스정보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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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들어서부터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논의가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기술된 설명에 따르면, 4차 산업에 대한 일반적인 대략적인 정의는 다양한 사물로부터 고속 통신망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정보를 가공하고 자동으로 물리적인 로봇이나 시스템을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에 대한 개념적 정의와 추상적인 구현 기술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정립되고 있는데 비해, 4차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구글, 인텔, 아마존처럼 주요 국제적인 IT기업 이외에는 상대적으로 아직 알려진 것이 빈약하다.

4차 산업의 근간이 되는 분야의 업종과 제품들, 제품 생산 업체들, 그리고 제품과 업체들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담고 있는 책이 바로 [4차 산업 투자 지도]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4차 산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기술이나 제품들을 실제로 구현하는 업종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해당 업종마다 업계 하부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가치 사슬 구조를 인포그래픽 자료를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각 분야의 대표 업체에 대해 경영 정보와 기술적 특징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4차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을 4개의 주요 기술의 범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1) 스마트 테크놀로지, 2) 에코, 그린, 에너지, 3) 소프트 파워, 4) 신 개발(neo development). 스마트 테크놀로지 산업에는 사물 인터넷, 3D 프린터, 로봇/인공지능, 반도체, LED 11개의 업종을 소개하고, 에코/그린/에너지 산업에는 친환경차/스마트카, 2차 전지, 에너지 발전 등 7개 업종을 포함하고 있다. 소프트 파워 분야에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게임, 엔터테인먼트, 의료기기/바이오, 뷰티 등 10개의 업종에 대해 설명하고, 신 기술 분야에서는 항공/우주, 드론, 방위산업, 부동산/재개발 등 6개 업종에 대해 관련 가치 사슬 구조와 대표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업종에서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세부적으로 여러 개의 기술적인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각 업종마다 세부 처리 공정 단계들을 하나의 계층 구조 형태인 가치 사슬 구조의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매우 복잡한 반도체 제조 공정의 경우, 크게 i)소재 공정, ii)전공정, iii)후공정의 3가지 단계로 나누고, 설계와 제조 공정을 함께 전공정 단계에서 설명하고 있다. 전공정의 하부단계에 해당하는 웨이퍼 가공 전단계의 하위 8개 공정 단계(실리콘/쿼츠 제작/세정/건조, 감광, 식각, 애셔, 증착, 연마, 열처리, 기타 가공)를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웨이퍼 가공 후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하위 8개 공정(절단, bonder, 테스트, 핸들러, 레이저 마킹, PCB제조, 클린룸/공급장치, 패키징)을 상세 설명한다. 하나의 사슬처럼 각 공정 단계의 산출물들이 연결되는 그림은 전체적인 반도체 제조 공정의 생산 가치 체계를 한눈에 파악하기 쉽게 도와준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energy storage system)의 경우에도, 전력 생산과 전기 저장을 위한 전력 계통, 전기 송배전 시스템의 일련의 생산물의 연결 흐름을 그림으로 표시하는 가치 사슬은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와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4차 산업의 관련 업종에서 하위 공정 단계 별로 산출되는 제품을 실제로 생산하는 기업들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고 기술하고 있다. 제품의 개수만큼이나 기업들의 개수가 많기 때문에, 핵심적으로 각 기업의 경영 정보와 보유 기술과 제품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항목에서 간략히 기술하고 있다: (향후 5년간의) [매출액 추이], (향후 2년간의) [경영실적 전망], [주요 사업 부문 및 매출 비중], [매출처 비중], [주요 제품별 매출액], [EBIDA 및 마진율 추이] . 특히, [투자포인트] 항목에서는 기업에서 현재 달성하고 있는 업계 내에서의 성과 혹은 향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계획, 그리고 시장 전체의 전망과 업체의 기대 전략 등을 다루고 있어서, 기업체의 경영 정보 이외에 투자에 필요한 정보로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4차 산업과 관련된 분야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관련 업종의 생태계 구조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관련 제품 생산 업체들의 주요 정보를 핵심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효용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거나 4차 산업 관련 기업의 투자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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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현대미술
마이클 윌슨 지음, 임산.조주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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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끔 전시회에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나한테 현대 미술은 단박에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이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니라 다수의 일반 대중에게도 해당된다는 점을 알게 되면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미술 평론가 마이클 윌슨조차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중에게 현대 미술을 좀더 이해하기 쉽고 접근하기 쉽도록 하려는 의도로 작성된 일종의 컨템포러리 미술 작품 감상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현존하는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작가 중에서 영향력 있는 대표작가 175명을 선정하여, 그들의 예술적 가치관, 간략한 작품 활동과 대표적인 작품에 대한 해석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컨템포러리라는 용어는 199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대략 20여년 간의 미술사의 시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작가가 가정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작가 한 명 한 명의 삶의 배경과 예술관, 그리고 주요 관심사가 제각기 다르고, 작업 방식과 소재 그리고 다루는 주제가 너무 광범위하게 폭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저자는 현대미술 사조의 체계화를 위한 어떠한 범주화 작업을 수행하지 않는다: 주제로는 정치, 종교, 폭력, 금기, 예술, 자유, 억압, 사회 부조리 등이 있고, 형식으로는 회화 미술, 장치 미술, 설치 미술, 조각 미술, 퍼포먼스, 혼합 미술, 사진, 영화, 웹 동영상 등이 있고, 작업 방식은 개인별, 그룹별, 관객 참여 등이 있다. 표현 방식은 대조, 대비, 강조, 교차, 합성, 혼합, 행위 등이 있다.

마치 175명의 철학자를 만나 175개의 각기 다른 가치관과 주장을 들어본 듯한 느낌이다. 일부는 이해가 가지만, 나머지는 납득하기 어렵고 힘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이 책 속에 내가 느낀 개인적인 소감을 대변하는 문구가 등장한다:

예술이 반드시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예술이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피에르 비스무스(Pierre Bismuth)-

(비스무스의 글을 읽고 나서부터, 현대 미술 작가들의 예술적 특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게 느껴졌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 작품에 사용된 매체와 표현하고 있는 은유를 추적하다 보면, 저자의 저술 동기대로 여느 미술 가이드처럼 컨템포러리 작품들을 관찰하고 감상하는 방식을 깨닫게 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덕분에, 어느 정도까지는 작가 개개인의 대표 작품에 대한 해설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작가가 그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와 동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자의 객관적인 해설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운 작품도 있었고, 심지어 저자의 해설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쥘 드 발랭쿠르의 <투기자>에서 개인적으로 파티 분위기의 발랄함과 흥겨움은 느낄 수 있었지만, 저자가 말하는 위풍당당함은 솔직히 느끼기 어려웠다. 캐롤 보브의 경우, 과거 시대에 유세했던 실천가, 이론가, 평론가의 영향력의 퇴조를 암시하기 위해 이용한 손때 묻은 책들에게서는 단지 과거혹은 추억같은 느낌만 받았었다. 데이비드 메달라의 경우, 비평가 리처드 다이어의 평가는 이해하기 전에 해석조차 힘들었다: “서로 반대되는 관계 항들을 상정함으로써, 메달라는 조각을 구성하는 것들의 한도에 반박한다. 만들어질 때처럼 스스로 해체되는 한 매체를 선택하게 되면, 작품의 안정성은 약화되어 조각에서의 견고함과 영속성 개념들의 효력이 문제시된다.” 

현재 현대미술계에서 인기 있는 유명 작가와 작품들을 접하게 된 점도 좋았다(물론 온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프란시스 알리스, 알로라 & 칼자디야, 뤼크 튀이만, 데미언 허스트, 아이 웨이웨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마이클 애셔, 개디 놀랜드, 브라이언 오도허티 등. 비단 유명 작가들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소개된 작가들 전부 현대 미술계에 분명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대중매체나 다른 예술 작품 해설서 안에서 마주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특이한 점은 2명의 한국 작가도 함께 소개되었다: 이불(Lee Bul), 김수자(Kimsooja).

개인적으로는 컨템포러리 미술의 동향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컨템포러리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미술 작품의 감상법과는 다른 시각과 관찰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좋았다. 무엇보다 현대 미술 작품은 관람자가 반드시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결코 관람자에게 인류보편적인 감상이나 메시지를 전달해주지 않으며, 오직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관람자만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이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현대 미술 작품에 관심이 많고 제대로 감상하려는 의지가 충분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개인적 소감은 여전히 어려웠다’. 이런 수준의 난해함은 니체의 저작을 읽었을 때와 견줄 수 있다. 현대 미술의 기조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현대 미술 작품은 더 이상 인류보편적인 감상과 메시지를 관람자에게 전달해주지 않는다. 알고 싶은 사람만 현대 미술 작품을 이해해보려고 적극적으로 열심히 관람하라. ,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관람자만이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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