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문화의 이해
김시홍 외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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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마피아’, ‘영화’, ‘스파게티’, ‘베니스’, ‘로마’, ‘바티칸등 여러 개가 있을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햇살이 따스하고 살기 좋은 나라와 다분히 한국적인 기질을 가진 이탈리아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런 이탈리아 국가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는 이탈리아의 문화를 이해하는 단서로써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은 근대와 현대에 이르는 이탈리아의 모습을 다양한 학문(사회학, 문학, 언어학, 박물관학, 영화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을 담아 내고 있다. 7개의 장(chapter)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개괄적 설명, 이탈리아 어, 이탈리아 문학, 이탈리아 문화 유산과 박물관, 이탈리아 영화, 이탈리아 정치와 경제, 이탈리아 사회.

이 책의 초반부터 강조하는 점 중에 하나는 문화의 이해와 관련된 부분이다. 특히, 이탈리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인으로서 타국의 문화를 주관적이거나 보편타당한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관찰자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자세와 우리 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파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말한 대로, 이탈리아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때, 기존의 역사관과 가치관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중세 역사가 다른 유럽 국가인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와 다른 전개 과정과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근대 시민 사회로의 발전 과정이 역시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다른 경험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쓰이고 있는 표준 이탈리아어()는 고대 로마 라틴어의 방언 중에 하나인 토스카나 방언으로 이탈리아 통일시점에 정해졌다는 사실과 그래서 다른 지방의 이탈리아인들도 토스카나 방언을 마치 제 2외국어를 공부하듯이 배워야만 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우리에게 친숙한 단테의 신곡과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외에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6명의 이탈리아 작가가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시인인 조수에 카르듯치, 살바토레 콰시모도, 에우제니오 몬텔레,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그라치아 델레다, 루이지 피란델로, 다리오 포 등이 있었다.

아마도 이탈리아의 가장 화려하고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이 많은데, 이 책에서는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피렌체 도시를 꼽는다. 피렌체 도시에 대한 메디치 가문의 역할의 중요함과 위대함을 잘 기술하고 있다. 또 하나의 예로 든 것이 있는데,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이 조각가로 유명한 베르니니의 설계였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1940년대 이탈리아 영화 사조의 특징인 네오리얼리즘은 실상 이탈리아 문학에서 1920년대 사용하던 것에서 차용해왔다는 점도 특이했다.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3명의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감독의 영화들은 마치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에게처럼 수많은 전세계 영화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로베르토 로셀리니, 루키노 비스콘티, 빗토리오 데시카. (개인적으로 이들의 영화 중에서 대표 작품들은 본 경험이 있는데 대부분 흑백영화이고 2차 대전 후의 황폐화된 도시의 모습과 사람들의 삭막화된 비인간적은 모습들이 많이 묘사된 걸로 기억한다).

근대 이탈리아의 통일 이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간략한 역사와 정치 체제를 기술하고 있고, 2차 대전 이후 경제 성장 과정과 산업 발전의 특징도 기술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사회 문화는 카톨릭 종교와 가족문화일텐데, 여기에서 비롯되는 중소기업 문화와 지역주의까지 파생된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그리고 영원한 골칫거리인 마피아까지 다루는 부분은 폭력 조직을 신비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게 만든다.

전반적으로 현대의 이탈리아 문화를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해, 정치, 역사, 사회, 문화적인 관점에서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이탈리아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 들었다.

이탈리아 국가와 사람,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 문화 입문서로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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