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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기쁨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열림원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검은 기쁨]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단편 소설 모음집으로, 2010년 프랑스 공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작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생 소를랭의 이상한 여인’, ‘귀환’, ‘검은 기쁨’, ‘엘리제의 사랑’,
4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이 중의 한편인 ‘검은
기쁨’에서 소설집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4편의 단편 소설에는
제 각기 다른 인물과 사건, 시대 배경이 등장하지만, 공통적인
주제를 일관되게 다루고 있다. 성녀 ‘리타’가 4편의 소설 모두에 공통적인 주요 소품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과거에 타인에게 저지른 가해 행위로 인해 현재 시점에 맞이하게 되는 과거와 완전히 대비되는
정반대의 상황 속에서 우연한 사건을 통해 성녀 ‘리타’를
마주치게 된다. 또한, 주인공들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회개할 때쯤 관능적인 느낌과 성(聖)스러움도 함께 체험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소설 속에서 모든 주인공들이 성녀 ‘리타’를 만나게 되는 순간을 모두 다르게 묘사한 점이 매우 놀랍고
특이했다. 신부님이 들려주는 성인 이야기 속의 한 인물로서 성녀 ‘리타’를 알게 되기도 하고, 우연히 동료로부터 전해 받은 성경 속에 책갈피처럼
끼어져 있던 카드의 그림을 통해 만나게 되기도 하며, 철제 열쇠고리,
자동차 번호판, 작은 조각상처럼 일상 생활의 소품 형태로 마주치게 되기도 하고, 임시 요양 병원의 이름에서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설정은 개연성이
높고 매우 독창적인 부분이라고 느껴졌다.
슈미트가 소설 속에서 성녀 리타에 대비되는 정반대의 소재로
인간이 느끼는 관능적인 감정(姓)을 선택하여 함께 소설 속에
녹여내어 묘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개의 소재가 대비되는
의미를 갖는 소재로서 사용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아치 엘리아데의 이론에 따르면, 성(聖)스러움은 타락한
속(俗)세는 정반대의 개념으로서, 인간이 가진 타락한 욕망을 반성하고 버림으로써 성스러운 세계로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종교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욕망과 욕망으로 인해 저지른 과오 때문에 생겨나는 고통을 겪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회개하고 신으로부터 구원을 받으려는 나약한 인간의 굴레를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이해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작품은 검은 기쁨을 꼽을 수 있다. 나머지 소설도 그렇지만, 특히 당장 영화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만한
내용과 묘사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경쟁 관계 속에 있던 2명의
젊은이들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설정이 성립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세월이 지나는 동안 한쪽은 반성과
참회로, 다른 한쪽은 분노와 복수로 채워져 버린 후에, 정반대의
모습과 위치에서 만나게 되는 장면은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묘사된다.
역시 소문대로
매우 훌륭한 문학 작품이고, 번역도 깔끔하다. 일독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