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논쟁과 한국 민주주의
김상태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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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다수의 국민들이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 여러 가지 이론과 주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가 최근에 신문에 보도된 사건을 통해서가 아닌가 싶다. 201512월말에 일어난 동북아 역사재단의 역사지도 거부 및 폐기 사건이 그것인데, 동북아 역사 재단은 이른바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에 맞서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에서 설립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었다. 이유는 연구 용역을 수행한 대학 연구 기관이 제출한 최종 지도본이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의 최종 지도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까? 이 질문의 대답에 대한 내용을 기술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문제의 대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한국 고대사 학계에서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관련 사실과 주장들을 주요 쟁점 사항 별로 묶어서 정리하고 시대 순서대로 기술하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고조선 역사의 연구 그룹은 크게 3가지 핵심 주체 세력(고대 주류 사학계, 재야 사학계, 진보사학계)이고, 고조선 역사 이론은 크게 2개 종류의 3가지 이론으로 나누어 분류하였다: 대고조선론(=요동중심설)과 소고조선론(=평양중심설과 중심지 이동설). 저자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고대 역사학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고대 주류 사학계와 근현대 역사학계의 진보 세력인 진보사학계는 소고조선론을 주장하고, 고대사학계의 소수 세력인 재야 사학계는 대고조선론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역사학계에서 소수세력을 차지하고 있는 재야사학계의 이론인 대고조선론이 완전히 소멸되지 못하는 데에는, 세력 집단의 크기와 권력의 세기에 상관없이, 대고조선론에는 이론적인 완벽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대고조선론이 학문적으로 오차가 없는 완벽한 논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주장하는 세력이 약하더라도, 반대하는 다수파가 학문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거나 세력으로 묵살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가 분석하기에, 고대 역사학계의 다수 세력인 주류 사학계(이른바 전국 대부분의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가 속해 있는 그룹)이 소고조선론이 학문적으로 오류가 많다는 약점을 매우 잘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고수하는 이유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친일파와 관련되어 있고 이것이 친일파 청산이라는 문제의 마지막 남은 분야라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그리고, 유일한 해결 방법은 민주화를 통해서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공론화해서 현재 시민의 가치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관점과 기술 방식에서 최소한 학문적인 주장의 전개를 중심으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한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2016년과 2017년도에 있었던 상고사 토론회에서 발언했던 주류사학계와 재야사학계 연사들의 주장과 내용을 작가가 해석하고 비판한 부분은 논리적으로 합당한 분석이었다.

내용이 매우 흥미진진해서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고조선 역사의 논쟁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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