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 공동 통화가 어떻게 유럽의 미래를 위협하는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박형준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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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유로화(euro ) 화폐 통화가 처한 현재의 위기 상황을 살펴보며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경제학 석학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이다.

유로화는 1999년 단일 통화 도입을 승인하는 암스테르담 조약의 발효로 시작되었지만, 순수한 경제 통합 정책적인 목적보다는 당시 유럽의 정치 공동체인 유럽연합(EU)의 대표적인 주도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정치적 합의에 의해 탄생되었다.

저자는 유로화의 위기는 불완전한 경제적 신념과 이상주의적인 정치 이념의 결합으로 인한 탄생부터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1990년대 탈냉전 시기 이후 유럽 사회에서 유럽 통합 사회에 대한 이상적인 정치 공동체에 대한 실현을 위한 움직임의 하나로서, 유럽 각국의 경제적 여건은 무시되고 사회적 공감대 없이, 단순히 정치적인 합의에 의해 화폐통합 정책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 위기의 근원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 유로화 통화가 각국의 경제 주권을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어떠한 강제적인 법적 효력 장치도 갖추지 못한 채 시작된 것도 잘못이지만, 단일 통합 화폐 경제 체제 아래에 묶여 있는 유럽 각 국의 정치적 상황이 자국의 현재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일부 적자 국가의 경제적 피해가 전체 유럽 공동체 지역으로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보다 근원적인 철학적 원인을 지적한다: 경제 체제에 대한 신념(믿음)과 정치 제도에 대한 이념. , 모든 경제 질서는 시장의 질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최고의 선이며 국가 권력에 의한 인위적인 간섭은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장주의(신자유주의)에는 결함이 있으며, 적절한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필요하며, 사회 구성원 전체의 합의와 공감이 이루어진 바탕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유로화 경제 위기의 해법은 크게 5가지이다: i) 트로이카(IMF, ECB, EC) 주도의 현재 방식대로 유로화를 유지하며 유럽 공동체 내의 경제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 ii) 유로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유럽 전체가 정치적, 경제적 개혁을 단행하는 방식; iii) 유로화 통화의 규모를 줄이는 방식 일부 국가의 유럽 연합의 탈퇴를 통한 단일 통화 규모의 축소; iv) 단일 유로화 통화를 2개의 유로화로 분리하여 2개의 경제 블록으로 분리하는 방식; v) 무역 전표를 일종의 환율 장치로 사용하고 흑자 국가의 물가인상으로 흑자를 제한하는 유연한 유로 통화 체제 방식. 재미있는 점은, 첫번째 방식은 현재 독일이 주장하는 방식이지만 독일이 가장 손해를 적게 보는 방식이고, 나머지 4가지 해법은 어쩔 수 없이 흑자의 상당 부분을 포기함으로써 현실적으로 독일로서는 가장 손해를 많이 보는 방식이며 독일의 동의와 협조가 불가피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저자가 다음과 같이 예상한다는 점이다: 가장 최선이지만 노력이 많이 드는 방법은 유럽 전체가 개혁을 단행하는 방식이며, 가장 최악은 현재 독일 주도의 유럽 트로이카의 방식을 고수하는 방법이고, 가장 현실적인 예상은 영국처럼 향후 유럽 연합을 탈퇴하는 국가들이 증가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결국, 저자가 지적하는 결론은 아무리 좋은 취지의 경제 제도라도 법적인 장치와 정치적인 협의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와 협력의 바탕 없이는 오히려 매우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우리 국내 정치와 경제 상황에 대입해 볼 수 있는 뼈저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미 여러 인기 경제 서적의 저자로 유명한데, 이번 책도 독자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다. 최신의 거시 경제 이론을 바탕으로 복잡한 국제 무역 경제와 정치 제도 사이의 연관 관계와 복합적인 상호 작용의 모습을 쉽게 세부적으로 해설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 동안 불어 닥친 유럽 공동체의 경제 위기의 메커니즘을 재구성해내고 근본적인 경제 철학적인 논점까지 접근하는 모습은 충격을 넘어 감동적이었고, 가히 당대 최고의 수준의 경제 석학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 하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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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세계 - 미국 외교정책과 구질서의 위기,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리처드 하스 지음, 김성훈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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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제 정세의 과거와 현재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향후 추구해야 할 방향과 구체적 전략과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부시 행정부에 국가안보위원 관료로 참여한 행정 실무 경험과 국제 정치 외교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강대국의 영향력이 균형적으로 행사되는 질서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하고 평가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크게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7세기 근대 베스트팔렌 조약시기부터 20세기 소련 체제 붕괴에 이르는 역사를 짚어보고, 199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국제 정세의 흐름을 분석하고, 2015년 이후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국제 관계와 정세에 대한 이상적인 모습과 실현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제 1차 세계 대전과 제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통찰과 분석은 매우 날카롭고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2차 세계 대전의 원인 중에 독일의 경우 1차 세계 대전의 결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일본의 경우 군부 우익 정권의 독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종합해서 모두 지적하는 저서는 드물기 때문이다(아마도 20세기 동아시아와 서유럽의 역사, 모두에 대해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이념적 대립으로 인한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국제적으로 정치 체제를 제외한 무역 경제, 국제 외교, 일련의 국제 기구와 단체, 인권 협약, 법률적인 측면에서 전통적인 국제 질서가 유지되었다고 보고 있다.

1990년대 탈 냉전시기 이후 현재까지 약 25년 동안은 강대국들간의 충돌과 대립보다는 무역 경제로 인한 세계화 때문에 강대국들 사이의 권력이 분산되고 다원화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저자는 3개의 관점으로 국제 관계를 바라 보고 있다: 강대국 사이의 관계(전통 강호 미국과 신흥 강호 중국의 대립 관계, 러시아의 약화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 악화); 국가간의 협력을 요구하는 글로벌 거버넌스(기후 협약, 테러리즘 척결, 사이버 공간 관리, 대량살상 무기와 핵무기 방지, 각국의 주권 확립과 민족 자결, 인도주의적 개입, 국제적 보건 문제, 국제 무역과 통화)의 강화; 세계 지역별 분쟁 현황(중동 지역, 아시아-태평양 지역, 남아시아 지역, 유럽 지역, 라틴 아메리카 지역, 아프리카 지역).

마지막 단원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국제 질서인 소위 세계질서(world order) 2.0를 제시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미국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전략을 밝히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전통적인 각국의 주권과 영토의 보존, 내정 불간섭이 세계 질서 1.0이라고 한다면, 세계 질서 2.0은 기존의 1.0의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타국에 대한 간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확대와 강화를 위해, 국제 법적인 규제와 의무 절차를 만들어야 하며, 이것은 각국의 합의와 참여, 실행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데, 이를 위해 강대국(미국)이 앞장 서서 주도적으로 각국을 설득하고 장려하는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세계 지역별로 미국이 대응해야 할 전략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 부분은 북한 핵과 관련된 부분인데, 저자가 분석한 현실은 예리하고 예측하는 전망은 냉철하다: 북한 문제의 해결책은 중국과 러시아에 달려 있으며, 미국은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압박과 현실적인 군사적 조치 내용을 서로 타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중국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측면에서 보다 긴밀한 상호 협력 관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미국의 선제 군사적 조치에 대한 북한의 보복으로 직접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남한과 일본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근래 읽은 국제 정치 관계 서적 중에서 가장 예리한 국제 정세 분석과 가장 냉철한 판단을 보여주는 책인 것 같다. 특히, 북한 문제와 중국에 대한 대처 전략은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이라 한편으로 두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국제 정세에 관한 현실적 감각을 익히기에 좋은 책이라는 판단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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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패턴으로 여행하는 랜드마크 중국어회화 50패턴으로 여행하는 랜드마크 회화
김정은 지음 / PUB.365(삼육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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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의 주요 3대 관광지 도시(베이징, 상하이, 홍콩)에서 명소 관광과 여행을 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여행용 중국어 회화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구성부터 독특한 면이 있다. 50개의 장(chapter)로 나누어져 있는데, 크게 보면, 3개 도시를 각 도시 별로 나누어 도시의 유명 장소를 관광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베이징 3일과 외곽, 상하이 3일과 근교, 홍콩 3. 각 도시의 관광 명소를 간략하게나마 사진과 설명을 첨가해서, 살짝 관광 가이드 책 같은 느낌도 들게 만든다(실제로 각 도시 별로 관광 코스 일정도 소개하고 있다).

회화의 내용 자체는 다른 중국어 회화책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미리보기]를 통해 일단 원어민의대화 내용을 먼저 들어보고, [준비하기] 항목에서는 학습할 단어를 정리해준다. [실전여행] 항목에서는 회화 구문을 학습하는데 병음과 우리말 해석을 함께 표기해놓고 있다. [기억하기] 항목은 핵심 표현 구문을 반복해서 듣고 따라 하기를 통해 오랫동안 기억하도록 유도한다. 각 단원의 분량도 하루에 하나씩 소화할 정도로 많지 않고 적당하며, 출판사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원어민 대화 녹음 파일과 단어 파일을 제공받을 수 있다. 유투브로도 출판사가 제공하는 동영상 파일을 시청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동안 접해왔던 회화 책과는 달리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책의 독특한 구성 때문인지 몰라도, 회화 공부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일단 각 장마다 주요 관광 명소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보게 된다. 중간에 [tip]항목을 통해 구문 표현의 실제 용례를 알려주는 것도 유용했다. 각 도시의 관광 코스를 지도로 표시한 점도 재미있다고 느낀 부분이다. 그리고, 1장의 분량이 개인적으로 하루에 소화하기에 적당했다.

전반적으로 범용적인 중국어 회화 책이라기 보다는, 관광지에서의 회화에 특화되고, 실제 구체적인 여행 일정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서 여행자에게 매우 실용적인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여행을 떠난다면, 참고해볼 만한 회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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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금 해결사 - 소득세, 양도세, 상속·증여세부터 절세까지 모든 부동산 세금 문제에 명쾌한 답을 주는
성민석 지음 / 라온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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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에 대한 정보와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관련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총 6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부동산 세금의 배경 지식; 양도 소득세와 비과세 규정; 양도 소득세를 비과세로 해결하는 방법;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부동산 임대업; 증여를 통한 절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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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의 종류와 과세 기준 등에 관한 개요를 소개하는데, 매우 기본적면서도 핵심적인 부분이다. 부동산의 취득, 보유, 처분의 3단계에 따라, 관련 세금이 부과가 되는데, 공공재 성격의 주택과 관련하여 비과세 조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크게 보면, 이 책의 내용도 부동산 처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관련된 과세 요건과 그에 따른 절세 방법들을 기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부동산 관련 소득세법 관련 내용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풍부한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부동산 과세 상황과 세법과 규정의 기준 적용,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이라서 독자로 하여금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재미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1세대 1주택이 비과세 원칙이지만 실질적 세대 분리를 해야지 주민등록상의 주소 이전 분리로는 효과가 없다는 점; 경매로 낙찰 받은 경우에는 경매 취득 가와 실제 지불한 근저당 인수가격을 합한 가격으로 취득세를 신고해야 한다는 점; 양도 소득세 신고는 양도 시점에 따라 세액에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 부동산 매매를 자주할 경우, 차라리 부동산 매매 업으로 종합 소득세를 신고하고 개인보다도 법인사업자로 신고하여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이 지불 세액이 적다는 점;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이 장기 사업자에게 공제 율이 높아 세금 감면이 된다는 점; 증여하는 경우에는 증여재산공제액 한도와 10년 소급 기한을 잘 활용할 것과 꼼수이긴 하지만 손자/손녀에게는 할증 없이 증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책으로 부동산 세금 항목을 전부 커버하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동산 세금 관련 규정과 기준에 관한 상식이 넓어진 거 같아서 매우 좋았다.

부동산 투자나 세금에 관심이 있는 초보자에게 적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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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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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세 영문학의 명저로 꼽히는 제프리 초서의 작품으로, 런던에서 캔터베리까지의 순례 길을 배경으로 함께 순례 길을 떠나는 29명의 순례자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의 모음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캔터베리 순례 길은 런던에서 출발하여 켄트주 캔터베리 대성당까지의 도보 순례 길을 의미하며, 기원은 중세 교회의 개혁을 주장하던 캔터베리 대성당의 주교였던 토머스 베켓이 당시 반()교황파의 입장이었던 잉글랜드 국왕 헨리2세와 대립하게 되어 1170년 국왕의 사주로 암살당하게 되고 추후에 진실이 밝혀져 속죄의 뜻으로 헨리2세가 도보 순례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중세 잉글랜드 왕국의 다양한 신분과 계급에 속한 29명의 인물들이 순례여행을 떠나기 위해 런던 외곽의 한 여관에 모여들게 되고, 이런 순례 단을 향한 여관주인의 뜻밖의 제안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관주인이 제안한 바는 순례 여행 중에 순례 단의 각 구성원마다 갈 때 2개의 이야기와 올 때 2개의 이야기, 4개 이야기를 하며, 이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낸 사람에게 돈을 모아 축제를 벌여주자는 것이었고, 순례 단 참가자 모두 흔쾌히 동의하고 길을 떠난다. 순례 참여자는 다음과 같다: 기사, 하급 기사, 종자, 수녀원장 수녀, 수도원 수사, 탁발 수사, 상인, 옥스포드 서생, 변호사, 소지주, 잡화상인, 목수, 직조 공, 염색 공, 가구상, 요리사, 선장, 의사, 배스 여인, 본당 신부, 농부, 장원 청지기, 방앗간 주인, 종교재판소 소환리, 종교재판소 면죄사, 식품조달인, (초서), 여관주인,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성당참사회원과 성당참사회원 종자.
기사가 들려준 아르시테와 팔라몬과 에밀리 이야기’, 방앗간 주인의 옥스퍼드 목수 이야기’, 장원청지기의 케임브리지 트럼핑턴의 방앗간 주인 이야기’, 변호사의 콘스탄스 공주 이야기’, 배스 여인의 여인과 결혼 이야기’, 탁발수사의 종교재판소 소환리 이야기’, 소환리의 탁발수사 이야기’, 옥스퍼드 서생의 월터 후작과 그리셀다 이야기’, 상인의 재뉴어리 기사와 메이 처녀의 이야기’, 수습 기사의 칭키즈칸의 막내딸 카나세 공주 이야기’, 소지주의 카이루드의 아르베라구스 기사와 도리겐 이야기’, 의사의 비르기니우스와 비르기니아, 아피우스 이야기’, 면죄사의 세 주정뱅이와 황금 이야기’, 선장의 생드니 상인 부부 이야기’, 수녀원 원장 수녀의 성가 구세주 어머니 이야기’, 초서의 기사 토파즈의 이야기메리베우스와 프루던스의 이야기’, 수사의 비극적 인물 이야기’, 수녀원 신부의 샹테클레르와 페르텔로트의 이야기’, 두번째 수녀의 성녀 체칠리아 이야기’, 성당 참사회원 종자의 성당 참사회원과 신부의 연금술 이야기’, 식료품 조달인의 아폴론과 까마귀 이야기’, 본당 신부의 참회와 고해에 관한 이야기’.
이야기들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주된 관심사는 ()’교회와 신앙에 집중되어 있다(아이러니하게도 정반대의 성격에 속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대중적이고 세속적인 관심은 남녀간의 육체적인 사랑일 것이다: 미혼남녀의 사랑에서부터 부부 관계와 외도 문제 등은 초서 시대 이후 700년이 지난 현대 시대에도 여전히 사회적 고민거리라는 점에서 어쩌면 인간 세상이 존재하는 한 영원한 주제일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중세 유럽, 특히 교황의 영향력이 다른 유럽 제후 왕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잉글랜드 지역에서도, 14세기 중반의 시점에서 이미 전 유럽지역에 만연해있던 교회의 타락 상에 대한 비판을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성()과 관련 지어 풍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독실하고 모범적인 기독교 신도로서의 생활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교리의 이론적인 설명과 구체적인 실행 지침을 함께 제시하고 있어, 일종의 기독교 교리 지침서 같은 역할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초서가 왜 중세 영문학의 시조이며 추앙 받는 인물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상인과 군인, 여러 공직에 종사하는 등, 초서의 인생 여정으로 보아, 풍부한 인생 경험과 국제 교류를 통해 매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종합적으로 습득한 인물로 보인다(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와 역사, 과학적/의학적 지식, 네덜란드, 에스파냐,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당시 잉글랜드 왕국보다 선진 지역에 대한 산물과 지리 등 다채롭게 등장한다).

이 책은 미완성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물론, 번역자의 지적대로 등장인물들과 이야기의 개수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고, 이야기가 중간에 생략된 부분도 있다).
한편으로 개인적인 생각에, 동양 고전 소설인 삼국지수호지처럼, ‘캔터베리 이야기도 원저자인 초서의 원작품 외에 후대로 가면서 필사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새로운 에피소드를 첨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초서의 생전 행적으로 보아 14세기 당시의 과학적 상식으로 알기 힘든 점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사 이야기 중에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부분은 지동설의 내용인데, 코페르니쿠스는 초서가 죽은 후 100년이 지난 후에 지동설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꼈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초서가 들려준 메리베우스와 프루던스의 이야기를 단연 최고로 뽑고 싶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전개되면서도 충분히 교훈적인 내용이 잘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지루하지만 심오하면서도 교육적인 이야기로 본당 신부의 참회와 고해에 관한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 부분은 현재 카톨릭 교리 문답집의 주된 내용과도 일치해서 매우 놀라웠다(거의 신학자만큼 기독교 교리의 핵심 사상을 깊이있게 기술해 놓은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역자가 카톨릭 관련 배경 지식이 부족해 보이는 점이 아쉽다: 예를 들어 로사리오는 염주를 뜻한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을 읽으려면,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스 신화와 역사, 일리아드(호메로스), 변신이야기(오비디우스), 로마 신화와 역사, 카톨릭 성경과 교리, 카톨릭 성인의 설화들을 알고 있다면, 훨씬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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