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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세계 - 미국 외교정책과 구질서의 위기,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리처드 하스 지음, 김성훈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12월
평점 :
이 책은 국제 정세의 과거와 현재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향후 추구해야 할 방향과 구체적 전략과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부시 행정부에 국가안보위원 관료로 참여한
행정 실무 경험과 국제 정치 외교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강대국의 영향력이 균형적으로 행사되는 질서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하고 평가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크게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7세기 근대 베스트팔렌 조약시기부터 20세기 소련 체제 붕괴에
이르는 역사를 짚어보고, 199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국제 정세의 흐름을 분석하고, 2015년 이후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국제 관계와 정세에 대한 이상적인 모습과 실현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제 1차
세계 대전과 제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통찰과 분석은 매우 날카롭고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2차 세계 대전의 원인 중에 독일의 경우 1차 세계 대전의 결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일본의 경우 군부 우익 정권의 독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종합해서 모두 지적하는 저서는 드물기 때문이다(아마도 20세기 동아시아와 서유럽의 역사, 모두에 대해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이념적 대립으로 인한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국제적으로 정치 체제를
제외한 무역 경제, 국제 외교, 일련의 국제 기구와 단체, 인권 협약, 법률적인 측면에서 전통적인 국제 질서가 유지되었다고
보고 있다.
1990년대 탈 냉전시기 이후 현재까지 약 25년 동안은 강대국들간의
충돌과 대립보다는 무역 경제로 인한 세계화 때문에 강대국들 사이의 권력이 분산되고 다원화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저자는 3개의 관점으로 국제 관계를 바라 보고 있다: 강대국 사이의 관계(전통 강호 미국과 신흥 강호 중국의 대립 관계, 러시아의 약화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 악화); 국가간의 협력을
요구하는 글로벌 거버넌스(기후 협약, 테러리즘 척결, 사이버 공간 관리, 대량살상 무기와 핵무기 방지, 각국의 주권 확립과 민족 자결, 인도주의적 개입, 국제적 보건 문제, 국제 무역과 통화)의 강화; 세계 지역별 분쟁 현황(중동
지역, 아시아-태평양 지역,
남아시아 지역, 유럽 지역, 라틴 아메리카 지역, 아프리카 지역).
마지막 단원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국제 질서인 소위 세계질서(world order) 2.0를 제시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미국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전략을 밝히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전통적인 각국의 주권과 영토의 보존, 내정 불간섭이 세계 질서 1.0이라고 한다면, 세계 질서 2.0은 기존의 1.0의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타국에 대한 간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확대와 강화를 위해, 국제 법적인 규제와 의무 절차를 만들어야 하며, 이것은 각국의 합의와 참여, 실행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데, 이를 위해 강대국(미국)이
앞장 서서 주도적으로 각국을 설득하고 장려하는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세계 지역별로 미국이 대응해야 할 전략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 부분은 북한 핵과 관련된 부분인데, 저자가 분석한 현실은 예리하고 예측하는 전망은 냉철하다: 북한 문제의
해결책은 중국과 러시아에 달려 있으며, 미국은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압박과 현실적인
군사적 조치 내용을 서로 타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중국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측면에서 보다 긴밀한 상호
협력 관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미국의 선제 군사적 조치에 대한 북한의 보복으로 직접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남한과 일본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근래 읽은 국제 정치 관계 서적 중에서 가장 예리한 국제
정세 분석과 가장 냉철한 판단을 보여주는 책인 것 같다. 특히, 북한
문제와 중국에 대한 대처 전략은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이라 한편으로 두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국제 정세에 관한 현실적 감각을 익히기에 좋은 책이라는 판단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