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이야기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중세 영문학의 명저로 꼽히는 제프리 초서의 작품으로, 런던에서 캔터베리까지의 순례 길을 배경으로 함께 순례 길을 떠나는 29명의 순례자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의 모음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캔터베리 순례 길은 런던에서 출발하여 켄트주 캔터베리 대성당까지의 도보 순례 길을 의미하며, 기원은 중세 교회의 개혁을 주장하던 캔터베리 대성당의 주교였던 토머스 베켓이 당시 반()교황파의 입장이었던 잉글랜드 국왕 헨리2세와 대립하게 되어 1170년 국왕의 사주로 암살당하게 되고 추후에 진실이 밝혀져 속죄의 뜻으로 헨리2세가 도보 순례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중세 잉글랜드 왕국의 다양한 신분과 계급에 속한 29명의 인물들이 순례여행을 떠나기 위해 런던 외곽의 한 여관에 모여들게 되고, 이런 순례 단을 향한 여관주인의 뜻밖의 제안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관주인이 제안한 바는 순례 여행 중에 순례 단의 각 구성원마다 갈 때 2개의 이야기와 올 때 2개의 이야기, 4개 이야기를 하며, 이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낸 사람에게 돈을 모아 축제를 벌여주자는 것이었고, 순례 단 참가자 모두 흔쾌히 동의하고 길을 떠난다. 순례 참여자는 다음과 같다: 기사, 하급 기사, 종자, 수녀원장 수녀, 수도원 수사, 탁발 수사, 상인, 옥스포드 서생, 변호사, 소지주, 잡화상인, 목수, 직조 공, 염색 공, 가구상, 요리사, 선장, 의사, 배스 여인, 본당 신부, 농부, 장원 청지기, 방앗간 주인, 종교재판소 소환리, 종교재판소 면죄사, 식품조달인, (초서), 여관주인,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성당참사회원과 성당참사회원 종자.
기사가 들려준 아르시테와 팔라몬과 에밀리 이야기’, 방앗간 주인의 옥스퍼드 목수 이야기’, 장원청지기의 케임브리지 트럼핑턴의 방앗간 주인 이야기’, 변호사의 콘스탄스 공주 이야기’, 배스 여인의 여인과 결혼 이야기’, 탁발수사의 종교재판소 소환리 이야기’, 소환리의 탁발수사 이야기’, 옥스퍼드 서생의 월터 후작과 그리셀다 이야기’, 상인의 재뉴어리 기사와 메이 처녀의 이야기’, 수습 기사의 칭키즈칸의 막내딸 카나세 공주 이야기’, 소지주의 카이루드의 아르베라구스 기사와 도리겐 이야기’, 의사의 비르기니우스와 비르기니아, 아피우스 이야기’, 면죄사의 세 주정뱅이와 황금 이야기’, 선장의 생드니 상인 부부 이야기’, 수녀원 원장 수녀의 성가 구세주 어머니 이야기’, 초서의 기사 토파즈의 이야기메리베우스와 프루던스의 이야기’, 수사의 비극적 인물 이야기’, 수녀원 신부의 샹테클레르와 페르텔로트의 이야기’, 두번째 수녀의 성녀 체칠리아 이야기’, 성당 참사회원 종자의 성당 참사회원과 신부의 연금술 이야기’, 식료품 조달인의 아폴론과 까마귀 이야기’, 본당 신부의 참회와 고해에 관한 이야기’.
이야기들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주된 관심사는 ()’교회와 신앙에 집중되어 있다(아이러니하게도 정반대의 성격에 속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대중적이고 세속적인 관심은 남녀간의 육체적인 사랑일 것이다: 미혼남녀의 사랑에서부터 부부 관계와 외도 문제 등은 초서 시대 이후 700년이 지난 현대 시대에도 여전히 사회적 고민거리라는 점에서 어쩌면 인간 세상이 존재하는 한 영원한 주제일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중세 유럽, 특히 교황의 영향력이 다른 유럽 제후 왕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잉글랜드 지역에서도, 14세기 중반의 시점에서 이미 전 유럽지역에 만연해있던 교회의 타락 상에 대한 비판을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성()과 관련 지어 풍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독실하고 모범적인 기독교 신도로서의 생활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교리의 이론적인 설명과 구체적인 실행 지침을 함께 제시하고 있어, 일종의 기독교 교리 지침서 같은 역할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초서가 왜 중세 영문학의 시조이며 추앙 받는 인물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상인과 군인, 여러 공직에 종사하는 등, 초서의 인생 여정으로 보아, 풍부한 인생 경험과 국제 교류를 통해 매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종합적으로 습득한 인물로 보인다(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와 역사, 과학적/의학적 지식, 네덜란드, 에스파냐,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당시 잉글랜드 왕국보다 선진 지역에 대한 산물과 지리 등 다채롭게 등장한다).

이 책은 미완성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물론, 번역자의 지적대로 등장인물들과 이야기의 개수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고, 이야기가 중간에 생략된 부분도 있다).
한편으로 개인적인 생각에, 동양 고전 소설인 삼국지수호지처럼, ‘캔터베리 이야기도 원저자인 초서의 원작품 외에 후대로 가면서 필사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새로운 에피소드를 첨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초서의 생전 행적으로 보아 14세기 당시의 과학적 상식으로 알기 힘든 점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사 이야기 중에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부분은 지동설의 내용인데, 코페르니쿠스는 초서가 죽은 후 100년이 지난 후에 지동설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꼈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초서가 들려준 메리베우스와 프루던스의 이야기를 단연 최고로 뽑고 싶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전개되면서도 충분히 교훈적인 내용이 잘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지루하지만 심오하면서도 교육적인 이야기로 본당 신부의 참회와 고해에 관한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 부분은 현재 카톨릭 교리 문답집의 주된 내용과도 일치해서 매우 놀라웠다(거의 신학자만큼 기독교 교리의 핵심 사상을 깊이있게 기술해 놓은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역자가 카톨릭 관련 배경 지식이 부족해 보이는 점이 아쉽다: 예를 들어 로사리오는 염주를 뜻한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을 읽으려면,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스 신화와 역사, 일리아드(호메로스), 변신이야기(오비디우스), 로마 신화와 역사, 카톨릭 성경과 교리, 카톨릭 성인의 설화들을 알고 있다면, 훨씬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