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2 - Kung Fu Panda 2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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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1편에서 촐싹거리고 덤벙대면서도 출렁출렁한 배를 들이대며 
매력적인 쿵푸를 선보였던 포를 다시 보고 싶어 아이들과 극장을 찾았다.
엄청난 기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
거금의 3D로 예매! 


어떤 속편이든 다 그렇듯이 1편의 신선함과 충격이 많이 반감되었고,
그걸 메꾸기라도 하듯 과도하게 과장된 웅장함과 스케일.
어우...헐리웃 대작이라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는 전쟁씬..ㅋㅋㅋ 
뭐 웃고 즐기자고 본 애니메이션이기에 집요한 비판은 할 필요도 할 생각도 없다. 


그래도 극장을 나오며 가장 아쉬웠던 건,
웅장한 스케일과 배경에 집착하느라
정작 소박하고도 기묘하게 짜릿한 포의 '쿵푸'가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
그 큰 배와 몸을 흔들며 섬세하게 강했던 쿵푸가 사라지고
거의 헐리웃 액션 스타 못지 않은 화려한 싸움 기술만 보여주는 포를 보며
안타까왔던 건 나 뿐? ㅎㅎ 

아직 우리나라 3D 구현 기술이 좋질 않아 그런지 3D로 보기보단
차라리 그냥 일반 화면으로 봤어도 큰 무리가 없었을 듯 싶다. 


칭찬해 주고 싶은건 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
음악과 그래픽이 본 영화보다 훨씬 나았다는 개인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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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5-2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3D가 뭔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근데 이거 어른이 봐도 재밌어요? 유명한 만큼 더 보기 싫어지는 것도 사실이예요,ㅋㅋㅋ 이상한 심리예요. 근데 저는 동물사랑론자이니까 좋아할 수도 있겠어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5-29 20:11   좋아요 0 | URL
어른에 따라 다르죠..ㅎㅎㅎ
전 원래 좀 웃기고 소프트한 걸 좋아하니까 (아님..정신연령이 아이들 수준이라 그런가..) 애니메이션들 좋아하거든요.
동물 좋아하심 여기 나오는 동물들 보는 맛도 괜찮지 않을까도 싶고.^^
막 권해주고 싶은 감동이 있진 않지만~
괜히 무게잡는 헐리웃 영화보단 재미있는 것도 같고..뭐 그래요~

cyrus 2011-05-29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3D가 영화관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영화관보다는 집에서 빈둥거릴 때 TV 채널 돌리다 우연히 발견할 때 보면
재미있는거 같아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5-29 20:12   좋아요 0 | URL
3D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저도 모르겠는데요..ㅎㅎㅎ
그런데 분명한건 아직 우리나라에선 전용 영화관이 아니면
겉핡기식 3D라 감동도 신선함도 없다는거예요.
cyrus님 말씀처럼 집에서 빈둥거릴 때 볼만한 영화. 딱인데요!!ㅋㅋ
큰 기대없이~그런데 봐 보니 재미있는. 미국 애니메이션들의 특징이죠~

마녀고양이 2011-05-30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나두 보고 왔어요. 3D에 아이맥스 관에서.
아, 눈 돌아가는 줄 알았어요. 늙어서 보기 힘들어요, 아이맥스 3D.

저는 1편이 나았던거 같아요. 그때는 워낙 신선하다 싶었으니까.
그런데 엔딩 크레딧 정말 이뻤죠? 그림 참.... 깔끔하더라구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5-30 20:39   좋아요 0 | URL
우와. 아이맥스면 좀 볼만했겠는걸요!!
전 안경을 써서 사실 3D는 보는 내내 불편하고 어지러워요..ㅋㅋ
그냥 애들한테 맞춰서 보는거지 전 그냥 보는게 더 좋더라구요.
여기저기 평들이 정말 1편이 더 나았다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랬구요.
그런데 기술이나 예술적인 면만 보자면 아무래도 더 화려하고 잘 만들었더라구요..^^

꿈꾸는섬 2011-06-01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맘님 잘 지내시고 계시죠? 우리 애들도 쿵푸팬더 보고 싶다고 했는데 볼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에요. 아무래도 안 봐도 괜찮겠다로 기울고 있어요.ㅎㅎ 그냥 여름방학때 <마당을 나온 암탉>이나 보여줄까봐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6-01 19:16   좋아요 0 | URL
<마당을 나온 암탉>이 영화화 되었나요? 와...
저희 딸이 재작년인가...참 감동적이고 재미있었다고 두 번씩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렇군요. 그런 작품에 비하면 사실 쿵푸팬더는 인스턴트 식품이죠.ㅋㅋ

꿈꾸는섬 2011-06-03 17:19   좋아요 0 | URL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어요.^^

감은빛 2011-06-15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아이가 사촌언니들이랑 보다가 무서워했다고 하던데요.
고 녀석은 유난히 겁이 많아서 그럴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근데 팬더는 있는데, 쿵푸는 없다니! 이럴수가!
그런 거였군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6-15 19:26   좋아요 0 | URL
아이가 어리면 무서워했을 수도 있어요.
전쟁씬이나 서로 싸우는 장면들이 엄청나게 효과가 크고
분위기가 어둡더라구요.
헐리웃 영화의 스케일이랄까.
1편에서 아기자기한 맛이 사라져서 아쉬웠어요.^^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ㅣ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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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에 징하게 새겨진 상처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아니다. 사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할 만한 것은 아니다.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상처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그 무게와 고통은 본인만이 가늠할 수 있는거라고 알아왔으니까.
남들은 함부로 누군가의 가슴의 상처를 이야기 할 수 없다.
그 누군가의 가슴이 ’하늘이’처럼 공개 입양된 아이의 가슴이고, 
그 가슴에 심장병 수술로 인한 해마 모양의 상처가 있다면.
더더욱 함부로 이야기 할 것은 아니다.


신기하게도 내 기억 속에 4학년 이전의 기억은 별로 없다.
아주 짧은 단편 단편들로 이루어진 사건들, 친구들의 아스라한 얼굴, 집 주변의 단편적 풍경 뿐.
5학년 이후로 전학을 오고 나서 5,6학년 때의 기억은 바로 어제라 할 만큼 생생하다.
어떤 친구와 어떤 느낌의 소통을 했는지, 어떤 시간엔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소소한 내 감정과 느낌들이 여전히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그때가 자아를 찾아가는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라는 존재에 눈을 뜨고 내면을 들여다 보고 내 생각과 감정이 중요해 지던 시기.

그때, 우리 엄마는 병상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 뒷수발을 하느라
아침부터 밤까지 할머니 댁에 가 계셨다.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의 손은 거부하시고 오직 큰 며느리인 우리 엄마만 찾으셨다.
착한 우리 엄마는 어린 우리 셋을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매일 아침 일찍 나가셨었다.
매일 힘없이 나가는 엄마의 뒷모습, 옆모습,
그리고 쪼르니 달려가 엄마의 볼에 입을 맞추던 그 느낌,
그리고 엄마의 옅은 화장품 냄새까지도 생생하다.

나의 엄마지만 그렇게 나갔다 들어오는 모습이
내 마음에 왠지 모를 횅함과 지긋한 답답함으로 다가왔었다.
허전한 느낌. 버려진 느낌. 이해는 하지만 섭섭한 느낌.
답답하고 지긋지긋해 하는 엄마의 느낌이 한 마디 말 없이도 전해져 숨 막히는 느낌..

   
  나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돼서 우리 집에 왔다고 한다. 그러니 친부모와 헤어지던 때를 기억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통과하는 순간이 있다. 버려진 강아지를 볼 때, 혼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볼 때, 덩그러니 떨어진 낙엽을 볼 때도 그렇다. 아마 내 어딘가에 헤어짐의 기억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어떻게 슬퍼해야 할지 모르는 슬픔, 생각할수록 화나고 서운한 슬픔. p.20  
   

친부모에게 완전히 버림 받은 하늘이에 비하면 나의 느낌은 철없는 투정에 불과하겠지만
이 구절을 읽는데 나의 그 시절이 떠올라 나 역시 서늘한 기운에 잠시 몸을 감쌌다.
고작 6학년 짜리가 ’덩그러니 떨어진 낙엽’에 서늘한 기운과 헤어짐의 기억을 더듬다니...

하늘이는  공개 입양된 자리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복해 보이는 아이지만
혼자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 가듯 내면적으론 고독한 아이이다.
공개입양아로 사는 것, 많은 사람의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것 이전에 근본적으로
이 사람들이 나의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과 어딘가에 나를 품었던 친부모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서로를 원하고 사랑하지만 감정적, 정서적으로 괴리감을 느끼는
엄마와의 보이지 않는 갈등 묘사는 하늘이의 서늘함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서늘한 기분을 얼마전 어떤 아이에게서도 느꼈었다.
5년 전 병으로 친 엄마를 잃은 중학교 1학년 여자 아이.
2년 전 참 친절하고 좋은 새 엄마를 두었다고 했다. 
적극적이고 표정도 밝은 그 아이가 멀리 서 있는 새엄마를 ’엄마!’하고 부르는데
왜 내 마음이 그렇게 서늘해 졌을까.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그랬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서
낙엽이 뒹굴어 가는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거다.
친엄마와 딸 사이의 멀어지는 순간, 새엄마와 딸 아이의 가까와져야만 하는 순간,
이 책 속 하늘이처럼 공개 입양한 유명인 엄마와 딸 사이의 긴장감을 깨뜨려야 하는 순간...
’가족’이 되려면 그렇게 깨뜨려야 할 서늘한 순간들이 있는거다.
가슴에 새겨진 해마조차 가족이 되려면 깨뜨려 다시 안아야 할 순간들이 필요하다.

난 아쉽게도 그런 기회를 십수년이 지난 후에 얻을 수 있었다.
이 책 속 하늘이는 다행히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얻게 된다.
물론, 앞으로도 다시 깨뜨리고 품어야 할 순간이 많이 오겠지만 
그렇게 가족이 되어가는 순간은 차츰 차츰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든다.

사춘기를 시작하는 아이들,
앞으로 가족 때문에 가슴에 서늘한 상처 하나씩 떠안게 될 아이들에게
이 책은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할 것 같다.
진짜 가족이 된다는 것은, 서늘한 상처마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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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1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 '권하고 싶지 않는 이야기, 그러나 시작했다면 끝을 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썼어요.

얼마 전에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를 읽고 '그 비슷한 사람을 본 적은 있어요'라고 썼구요.

내일이나 모래 『완득이』를 읽을건데, 세 번 째 책에 와서야 저는 김려령,이라는 작가를 완전히 기억하게 되었다,고 쓸 수 있을것 같아요.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별 다셧개 주셨군요! 『완득이』 다음에 읽어볼께요. 님의 리뷰를 읽으니 느낌은 왠지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5-11 20:49   좋아요 0 | URL
아...그러니까 저 책들이 이 작가가 쓴거였군요..이런 무식한 저 같으니!
다른 책들은 읽어보지 못했어요.

별점은요, 제가 후한 편이예요.
메리포핀스님의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리뷰 보고 왔어요.
비슷한 느낌일 듯도 한데...
이 책은 그렇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요.
내면적인 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아이들 책이라 무겁게 다루지는 않았어요.

포핀스님 덕에 다른 책도 찾아봐야 겠어요^^

마녀고양이 2011-05-1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제 맘도 서늘해졌어요... 아까 그 순간을 읽을 때.

현맘님 또 찌찌뽕~
저는여 초등 2학년 때 전학왔는데, 그 이전은 기억나는게 거의 없어요.
그런데 전학 온 그 순간부터 기억이 아주 생생해요. 신기하더라구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비단 가족 뿐 아니라
조금씩 가까와지는, 세월을 함께 하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거 같아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5-11 20:50   좋아요 0 | URL
우리는 공통점이 많네요! ㅎㅎ
'전학'이라는 건 그 나이때의 아이들에게 참 큰 문화적 충격이예요. 그죠..
전학 첫 날의 느낌, 만났던 아이들, 선생님 얼굴은 아직도 서늘한 느낌으로
잊혀지지가 않으니 말예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죠.
지쳐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수용!! 우리두요!

감은빛 2011-05-12 01:11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랑도 똑같아요!
저도 2학년때 전학왔어요.
그런데 저는 그 전의 기억도 생생합니다.
아니 오히려 너댓살쯤 무렵의 어릴때 기억이 오히려 더 생생해요.

제가 가장 기억안나는 건 오히려 전학 직후의 시기예요.

마녀고양이 2011-05-14 01:30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이 이상하신거죠!
네댓살 정도에 사람의 기억 방식이 바뀐다는 사실 아세요?
아마..... 감은빛님은 저희보다 진화된 상태일지도, 에헴,
뇌 검사를 한번 해봅시다.............. 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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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카사베츠 감독, 리안 고슬링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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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그는 훨씬 더 성숙하고 멋진 남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단지 그가 궁금해서 들렀던 그녀는 자신의 모든 선택들을 뒤로 하고 그의 곁에 영원히 남기로 결정한 것이겠지. 외부적 강압에 의해 헤어졌을 때에도 그녀는 되돌아 올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확신도,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확신도 없었으니까. 첫사랑의 뜨거움과 달콤함은 강렬했지만 아직 덜 여문 과일처럼 단단하지 못했다. 

그는 365통의 답장없는 편지를 쓰며 단단해져 갔고, 수없이 많은 대패질과 못질을 하며 여물어져 갔다. 공허한 눈빛과 허한 마음은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본능적 갈망과 뒤섞여 더 깊고 더 진한 그만의 향기로 빚어져갔다. 어린 청년의 모습에서 단단한 남자의 모습으로 성장해 간 그는 매력적이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그녀를 되돌아오게 할 만큼.  

 

나는 그의 입장이었다. 떠나고 돌아오는 그녀의 마음보다는 사랑을 품고 약속을 지키고 끊임없이 기다리던 그의 마음이 훨씬 더 공감이 갔다. 시종일관 무심하고 덤덤했던 그의 표정에서 나는 온갖 고통과 절망과 인내와 공허를 읽을 수 있었다. 7년만에 그를 보러 온 그녀 앞에서 아무 말도, 어떤 표정도 짓지 못했던 그의 마음은 내 마음이었다. 그녀를 그리며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그녀의 화실을 선사할 때도, 그토록 기다려왔던 그녀와의 격정적인 사랑의 시간에도, 다시 떠나겠다며 일어서는 그녀를 바라 볼 때도 그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도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얼마나 오래 그녀를 기다려왔는지, 얼마나 간절히 그녀를 원하는지..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진심. 그 마음이 내 마음 같더라.  

그래..여기까지는 그들이 젊기에 가능하다 여긴다. 또한 마음은 아프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보여진다. 수많은 젊은 남녀는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고 그 중에 또 많은 이들은 떠난 이를 오래도록 기다린다. 하지만...

 

# 그토록 오래 기다릴 수 있을까 

난 뭐든 잘 기다리는 편이다. 오랜 시간 사람을 기다리는 것도, 어떤 일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마음이 변한 누군가의 마음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도, 뭐든 진득하니 하는 것은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자신있다. 하지만 '그'처럼 기다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엔 대답하기 어렵다. 별로 기다리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 

젊은 시절 떠난 연인을 기다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일이다. 고통스럽다지만 기다릴 만한 일이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넉넉히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얻은 사랑, 오래도록 자식 낳고 살 부비며 이꼴 저꼴 다 보고 산 배우자를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오래도록 기다리는 일....그건 사실 자신 없다. 오래도록 살아 온 정이 있으니 의무감으로, 혹은 사람된 도리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온전히 상대를 위한 사랑 하나로 조금씩 기억 저편으로 들어가 죽어가는 배우자를 그렇게 기다리는 일은....자신 없는 일이다. 

젊고 건강하고 나를 열렬히 사랑했던 누군가에게 희망과 기대를 품는 것은 당연하지만, 늙고 병들고 나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기적을 바라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쏟는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혹여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 하여도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완벽한 기적과 희망으로 끝난다. 가능하지 않은, 쉽지 않은 기다림과 사랑의 결론은 기적, 그 자체이니까. 

 

# 오랜만에 코드 맞는 영화 

이 영화는 극과 극의 평을 받았다 한다. 클래식한 멜로 영화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라는 평과 진부하고 지루한 영화라는 평. 나에게 이 영화는 아주 대단한 감동을 주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영화 보기를 그닥 즐겨하지 않는 나였지만, 쉽게 지루해지지 않았고 집중력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 배경과 한템포 느린 전개 속도, 어쩌면 뻔하게 예상할 수 있는 안정적인 스토리. 긴장하고 예민하게 보지 않아도 되었던 영화.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뭔가 뭉클하면서도 해피엔딩이었기에 더 좋았다. (난 해피엔딩이 좋다~^^) 

이런 영화라면 일주일에 한 편 정도는 부담없이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보고 나서 멍해지고 머리 아픈 영화, 혹은 무슨 이야기인지 계속 추측해야 하는 영화, 다양한 해석을 하도록 열어 두는 영화 등은 재미있고 기발하고 멋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를 피곤하게 하기 때문에 즐기지 않는다. 복잡한 일상을 어느 정도 뭉뚱그리고 융화시킬 수 있는 정도의 나른함과 평범함, 바쁜 삶을 잠시 멈출 수 있을만큼의 속도감. 밋밋한 해피엔딩...  

음...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나랑 딱 맞는 스타일인 것 같다. 게다가 부담없는 멜로에 적절한 해피엔딩.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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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4-2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피엔딩이 좋아요. 아니.. 해피엔딩 영화만 골라 봐요.
책이든 영화든, 끝을 볼 수 있어서 좋구요.
현실이 꼭 그렇진 않다는 걸 알기에 더욱..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4-25 11: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현실에선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이나 미적지근한 엔딩이 많죠..ㅎㅎ
저도 영화나 책 만큼은 가뿐하고 행복했음 좋겠어요.
나이 드니까 더 하네요..ㅎㅎ

마녀고양이 2011-04-2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운 영화지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예요.
처음에는 그저 아름다운 연인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진정 아름다운 연인들의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 중간도 아름답지만,,,, 엔딩에서는 너무 울어버려서.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4-25 11:25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좋다고 했던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봤네요.
잔잔하고 아름답고 예뻤어요..^^
엔딩...너무 마법같아요. 그런 해피엔딩 참 좋더라구요.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 - 격동의 20세기를 살았던 15인의 예술가
진회숙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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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손에 들게 된 책인데 읽다보니 마치 한 명 한 명의 예술가들을 그 시대로 돌아가 만나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우연히 만난 것치고는 정말 뿌듯한 기분을 안겨준 책이랄까. 막연히 이름만 들었었던 사람들의 면면을 알게 되어 즐거웠고, 암울했던 20세기 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던 예술가들의 생애를 보며 우리 사회에서 과연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다분히 여러 견해나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시대적 상황이나 예술가 개인의 정치적이고 사회적 입장에 어떤 평가적인 토를 달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여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다큐멘터리적인 기술인데, 난 오히려 어떤 평가도 내리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접하는 것이 더 좋았다. 

조선 말의 어지러웠던 상황이나, 일제 시대때의 암울했던 사회 문화, 그리고 해방 후 맞았던 정치적 격동기를 온 몸으로 겪어냈던 예술가들을 어떤 정치적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맞닥뜨리고 평가는 각자 알아서 하도록 독자에게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사실, 친일파 혹은 빨갱이로 불리는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예술가들을 가르다 보면, 정작 그 사람의 본질과 그의 예술의 핵심은 간과되기 마련이다. 물론 예술이란 것이 사회적 문화적 산물이긴 하지만 사실은 가장 먼저 그 예술가의 개인적인 자질과 능력, 관심사와 재능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사회 역사적 맥락에 너무 갇히게 되면 대상 그 자체를 왜곡할 수 밖에 없다. 

 

건축가 김수근이나, 영화인 나운규 같은 사람들이 현시대에 태어났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의 예술적 정신과 결과물들은 또 다른 평가들을 받고 그들의 정신세계는 다른 면으로 조명되었을테지. 그 시대였기에 존중되었던 면도 있겠고, 그 시대였기에 평가절하된 부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야 알게되는 예술의 가치들도 있으니, 어떻게 보면 이 암울했던 시기의 조선의 혹은 대한제국 하의 우리나라 예술인들은 제대로 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건축이던, 음악이던, 미술이던...그들의 혼이 발현된 것은 다 다른 분야였지만, 여러 공통점 중 몇 가지에 눈이 간다. 무엇보다 예술이란 것은 숨겨진 혹은 잠재된 재능이 일단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 지금 시대로 말하면 '끼'가 될 수도 있겠고, 어떤 예술적 감수성이나 타고난 재주 같은 것일 수도 있을텐데 어쨌든 좋아하고 노력만 한다고 다 이 책 속 예술가들처럼 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이 책에 이름이 올려진 예술인들 같은 경우는, 암울했던 근현대의 한국에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선사하고 오랜 역사 속 우리나라의 예술혼을 이었다는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한다.  

 

그리스 로마 문화와 유럽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일생과 작품은 줄줄 꽤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닥 멀지 않은 과거의 우리나라 예술인들과 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을 들게 한 책이고, 동시에 진흙 속에서 빛났던 보물들을 찾아낸 느낌을 갖게 한 책이다. 어쩔 수 없는 시대상황 때문에 보존되어지지 않은 작품들, 혹은 활동 들이 아쉽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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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나에게 과거로 돌아가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있긴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가서 실컷 욕 해주고 싶은 사람ㅋㅋ)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게 해 주는 (단 2~30분 정도지만) 신비의 알약이 10개가 있다면?  

나같은 현실주의자는 그 알약 자체를 믿지 못하겠지.
그리고 우황청심환인지, 개똥인지 모를 그 약을 먹지도 않겠지. 
그리고 과거의 나 따위는 만나고 싶지 않을지도...

그러니까 소설의 주인공 엘리엇은 폐암말기의 60대 남자다.
이 '시간여행'이 말이 되기 위한 적절한 상황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무엇이 두려울까?
게다가 마지막 소원은 사랑하는 사람을 딱 한 번만이라도 만나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 

그는 과거로 돌아가 30년 전 똑같은 날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고 
운명을 거스르고자 하는 위험하지만 흥미진진한 도전을 하게 된다.
과거 어느 순간을 살짝 바꿀 수 있다면...
또는 어떤 사람과의 만남을 과거에서 지우고 그 옆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면... 

나비효과처럼 걷잡을 수 없는 결과들이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재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런 구조를 가지고 마치 TV 속 <미니시리즈 드라마>처럼
가볍고 경쾌하지만, 때론 긴장감 넘치는 구조로 쉽게 읽힌다. 
아쉽게도 그리 치밀하거나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딱 드라마 수준.
결국 결말도 아주 착하고 정직하게 해피엔딩.
 

 

2. '지금의 남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 그럼 우리 아이들은 이 세상에 없었겠지. 
   '그럼 25년 전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 그럼 난 지금 존재하지 않았겠지. 
  

만약에 만약에...만약에는 위험하다.
딸린 과거의 가지들이 너무 많고, 한 가지를 자를 수 없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너무 쉽게 그 가지를 잘라 버리고 다른 데 붙인다.
소설이니 가능하지만.
소설이라 아쉽다. (복잡한 구조를 너무 간단하게 풀어버렸달까.)  

 

3.  공감 가는 몇 구절들.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도 믿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과학을 다 손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 마르셀 소바죠-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밀란 쿤데라-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은 동시에 우리가 죽어야 하는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알베르 까뮈- 
   
     
 
당신 앞에 여러 갈래 길이 펼쳐지는데,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를 때, 무턱대고 아무 길이나 택하지 마라. 차분히 앉아라. 그리고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가슴이 당신에게 말할 때, 그때 일어나 가슴이 이끄는 길로 가라. - 수잔나 타마로-  
    
 
 
특히 마지막 구절은 마음에 와 닿는다.
지금 내가 내리는 어떤 순간의 선택이 미래에 엄청난 일을 일으키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쉬운 선택이 후회와 회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모든 인생 앞에서 겸손해 질 것.
 
 

4. 사실, 이 책은 그냥 재미 정도로 읽었고
내가 내내 즐거웠던 이유는 딴 데 있다.
ipod으로 본 최초의 e-book이었다는 것!
다운 받아 놓은지 백만년은 되었던 것 같은데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는 틈에 틈틈이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의외로 집중이 잘 된다.
종이책으로 읽을 때는 그냥 쑥쑥 넘기던 부분들을
꼼꼼하게 읽게 되는 색다른 느낌이랄까.
 
똑같은 본문도,
종이책에서의 느낌과 작은 화면에서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왠지 메세지까지도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여하튼, 색다른 경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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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2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2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3-2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저도 이 구절 굉장히 좋아요.
아이패드로 읽으신 거예요? 이북? 우아... ^^

시간 여행이라.. 영화 <나비 효과>를 봤을 때 정말 참담했어요.
아무리 바꿔도 결론이 바뀌지 않더라구요.... ㅠ, 그 영화 보셨어요?
기욤 뮈소의 이 책은 제목 때문에 사놓고... 몇년째 방치 중이랍니다. ㅠ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23 17:06   좋아요 0 | URL
아이패드가 아니라 아이팟으로 봤어요.ㅋㅋㅋ
작은 화면으로 책 읽는 기분도 괜찮더라구요.

<나비효과>는 보지 않았는데 대충 줄거리는 알아요.
이 책에선 결국 운명을 바꾸지만,(줄거리는 통속적이랄까...)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이 책은 저도 제목때문에 읽었어요.
제목이 너무 낭만적이예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