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큰 나무
고규홍 지음, 김성철 사진 / 눌와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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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내의 뱃속에서 ‘상현’이가 자라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그 녀석의 생명을 느끼는 일은 신나는 일이었으며 신비로운 일이었다. 그 녀석이 이 세상에 편안하고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던가. 보이지 않는 그 녀석에게 말을 걸기 위해 붙여준 이름이 있다. 

   ‘나무’

   조그만 씨앗 하나가 깊은 땅 속에서 어둠을 뚫고 싹을 틔우듯 ‘나무’는 우리 앞에 푸른 싹으로 피어났다. 어느새 4년을 자라나 ‘상현’이가 된 ‘나무’는 쿵쾅거리는 발소리와 개구진 웃음소리를 만들어내며 아빠와 엄마를 행복으로 몰아넣는다. 생활의 터덕거림과 지친 몸과 마음의 우울한 그림자를 끌고 돌아오는 저녁, 그 녀석의 웃음과 울음이 나를 일으켜 새우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그 어린 것이 어느새 나와 내 아내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어설픈 아빠가 된 나는 어린 ‘나무’ 한 그루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때론 거센 바람이 불고, 모진 비가 내리는 이 곳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어떤 빛깔의 꽃을 피울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는 꾸준히 그 ‘나무’를 돌보고 가꿀 것이다. 이왕이면 넓게 가지를 뻗어 푸른 그늘로 땀흘리는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나무가 되기를, 이왕이면 높고 곧게 자라나 깊은 산 눈길을 헤치는 사람들에게 푸르른 안도감이 되어주는 나무가 되기를, 푸른 잎 사이로 어린 새들을 기르고, 새들의 노래 소리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주는 나무가 되기를.

   “이 땅의 큰 나무”를 읽는 동안, 아들 녀석과의 여행을 꿈꾸었다. 고요한 절집 마당이나 산사에 오르는 길목에서 고요하게 자신을 비워가는 나무들, 선비의 마당 한 켠에서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며 그 덕을 제 줄기 속에 담아낸 나무들, 넓은 들판 한가운데서 늙은 농부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는 나무들, 이 땅에 처음 뿌리를 내리고 이제는 그 자손들에게 열매맺는 일을 맡긴 채 쓸쓸하게 땅으로 돌아가려는 나무들, 마을의 평화와 풍요를 책임져주고 얻은 결실로 다시 그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나무들. 이 땅의 수많은 나무들을 찾아가 그들의 ‘나무살이’를 엿보면서, 나의 어린 ‘나무’와 함께 ‘사람살이’를 푸르고 곧게 하는 법을 깨닫고 싶다.

 

  Tip! 집에서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푸른 바람을 쐬는 법!
   이 책의 표지가 보이는 상태에서 왼손으로 책을 든다. 이때 엄지손가락은 책 앞면의 왼쪽에 일자로 세워 잡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책의 뒤편을 받쳐 잡는다. 그 상태에서 책을 얼굴 가까이로 가져온 후,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이용해서 책을 빠르게 넘긴다. 그러면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이때 눈을 뜨고 넘겨지는 책장들 사이를 살펴보면 푸른 잎을 매달고 우뚝 솟아오른 큰키 나무들의 푸르름과 잎을 떨구고 검붉은 줄기로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큰키 나무들의 웅장함을, 나무들의 푸르름 속에 살포시 피어난 앙증맞은 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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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2권 합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4 (양장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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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년전 7년 전쟁, 불멸의 영웅이 다가온다고 TV가 말한다. 서점에는 ‘이순신’ 코너가 따로 만들어져 있다. 대학교수가 쓴 학술적인 책부터 소설, 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로 다양하게 쏟아져 나온 최근의 이순신 관련 책들이 이렇게나 많을까 싶을 정도로 쌓여있었다. 초등 학교 교정 한 켠에서부터, 광화문의 넓은 도로 한복판까지 늘 그렇게 꿋꿋하게 서 계시는 이순신 장군을 다시 문자로 부활시키는 일과 그것을 읽는 일, 그리고 드라마로 만나는 일이 순식간에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주머니 속 짤짤거리는 백원자리 동전에 새겨질 만큼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그 분에 대해서, 그리고 그 분과 짝을 이루어 남해의 바닷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거북선에 대해서 무엇 새로울 것이 있기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순신에 대한 나의 첫 번째 기억은 국민학교 시절 무과에 응시해서 시험을 보다 말에서 떨어졌지만 버드나무가지로 부러진 다리를 묶고 끝까지 일을 마쳤다는 일화이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전쟁놀이를 좋아했으며 늘 대장을 맡았다는 유년시절과 왜군들을 용감하게 무찌른 수많은 전투 장면들이 신나게 펼쳐진 위인 만화였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아는 이야기가 이것일 것이고, 그들이 자녀에게 전하는 이순신의 모습 역시 이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은 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금껏 우리가 이순신의 겉모습과 외향, 그리고 그의 결과물에만 집중했다면, ‘칼의 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순신을 바라보게 한다. 적군을 맞아 싸워야만 하는 그의 속마음과 그 전쟁을 치뤄내는 과정에 집중하게 한다. 
  전쟁은 이순신 혼자 만의 것이 아니라, 조선과 일본 그리고 명나라가 관련된 아시아의 커다란 권력의 싸움이었다. 이순신은 그중 일부를 수행하는 한낱 약소국의 해군 장군일 뿐이다. 그가 감당해야할 적은 컸으나, 그의 위치는 작고 보잘 것 없었으며 연약하기마저 한 인간일 뿐이다.
  조선의 무능과 임금의 덧없는 슬픔. 그것을 극복하기위해 많은 목숨을 죽음으로 밀어 넣어야만하는 고뇌는 극복할 수 없는 절망이었다. 그리고 피할 수도 없는 절망이었다. 선택은 뻔하고 그 길은 고통과 절망을 수반한다. 전쟁이란 것은 애당초 승리라는 게 없다.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일어났고, 그 전쟁은 백성을 위해서라도 빨리 끝내야한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왜군이 다시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쫓겨난 조선의 백성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면 끝나는 것이다. 그렇게 전쟁은 단순한 것이다. 그러나 7년 동안의 전쟁은 조선에서 돌아갈 고향을 파괴했다. 그렇기때문에 고향을 파괴한 그들을 온전히 고향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분노는 강렬했다. 고향을 파괴하는 자와 파괴당하는 자 모두에게 고향은 소중하다. 파괴하는 자들은 자신의 고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돌아가면 된다. 그러나 고향이 파괴된 자의 고통은 파괴되는 동안에도 지속되고, 파괴한 자들이 돌아간 뒤에도 지속된다. 전쟁의 단순성 앞에서 고통과 절망을 버티고 싸워온 무인과 백성들에게 전쟁의 상처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허망하게 삶의 끈을 놓아버린 수많은 목숨과 치떨리는 원한은 단순하게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깨문이다.

  인류가 살아가면서 한번도 끊임이 없었다는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대중매체를 통해서 생생하게 바라보고 있는 지금, 우리는 또 다른 파괴자의 편에서 서서 다른 이의 고향 땅에 군대를 보내고 있다. 다른 나라로 향하는 우리의 병사를 바라보는 눈들은 다양한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수행하는 전투의 외적인 결과물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그들의 전투가 어떤 희생을 가져오며, 그들의 전투가 그 곳 고향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이 책은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쓰인 책은 아니다. 그저 인간 이순신의 참다운 모습을 복원하고 싶은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인간 이순신의 면모로만 읽어지지가 않는다. 그 뒤에 숨은 권력의 힘 앞에 절망한 인간 이순신. 그를 절망하게 한 권력의 무능함과 부도덕함을 지금의 현대 사회에서도 발견하고 말았다.

  간결하고 냉정한 문장이 읽는 이의 마음을 베고 슬픔과 분노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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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08-1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벌이의 지겨움을 사 두고는 아직 표지를 넘기지 못했네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김훈과 칼의 노래.. 아직 한 권도 작품을 읽지 않았으면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 작가는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만간 김훈을 읽게 되겠지요.. 추천 하나 합니다..^^

메시지 2004-08-16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장구치는금붕어님 감사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문체는 깊습니다. 짧고 냉철한 문장들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깊은 울림이라고 해야할까요. 저의 아내는 그래서 오히려 꺼려진다고 하는데 전 그런 문체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파란여우 2004-08-16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이순신의 칼날에 김훈의 감성에 감동 받으신 모양입니다.저도 이 책 읽었지만 리뷰는 좀 더 생각을 우려 낸다음 쓰려고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까지 그럭저럭 왔다는...^^ 개인적으로 김훈의 필체는 마음에 들지만, 김훈의 감성은 그리 높이 사지 않는 편이라서요..물론, 제 사견입니다만....복귀 하신 후 첫 리뷰라서 더 반갑습니다...

마냐 2004-08-17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아직 읽지 않고 버티는 책이라...님의 리뷰가 부담스럽습니다. 읽어라, 읽어봐라...너 뭐하니...이런 목소리가..^^;;

메시지 2004-08-1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께서는 생각을 우려내시는군요. 어쩐지 리뷰가 깊은 숙성의 맛을 낸다싶었습니다. 저도 생각을 우려내는 연습을 좀 해야겠네요.
마냐님, 가끔 별로 땡기지 않는데 안읽어보고 버티기는 힘든 책들이 있긴 있어요. 저도 저 책을 미루고 미루다가 읽었답니다. 막상 읽고나니 잚했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분들의 추천에는 이유가 있구나싶습니다. 읽는 기간도 조금 길었습니다. 문장이 짧지만 쉽지는 않아서요.
 
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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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의 첫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우리의 불우한 현대사를 배경으로 모자란 듯 하면서도 속 깊은 사내녀석이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삶의 행복을 보여주던 박선생님과 여동생의 죽음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사내아이의 시각을 통해 비춰지는 여성의 삶과 그것에 대한 사내아이의 의식 변화는 작품의 깊은 내면에 여성과 남성을 아우르려는 신선한 의도를 숨기고 있다.

심윤경의 두 번째 작품 ‘달의 제단’은 좀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가부장제도라는 허위에 억눌린 여성의 삶을 문제삼고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남성중심의 기존 시각으로 보았을때, 모자라고 보잘 것 없는 장애 여성 ‘정실’의 삶과 그녀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 종가집 장손인 ‘상룡’의 억눌린 삶의 모습이다. 한 가문의 기둥이 되어야할 ‘상룡’이가 ‘정실’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감춰진 폭력과 허위로 유지되는 종가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의 문제만이 아니라 종가라는 허위의 굴레에 희생당한 18대 조모의 언문을 해독하는 과정을 통해서 허위와 폭력의 뿌리깊음과 잔혹함이 더욱 자세하게 드러나게 된다.

여성 작가가 쓴 이 작품에서 서술자로 내세워진 인물은 종손의 역할을 물려받아야할 남성이다. 여성 작가가 과연 남성 인물인 ‘상룡’을 제대로 형상화 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둘째치고, 그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본질적 질문을 제기하고, 그것에 반기를 드는 인물을 남성으로 설정한 것은 아직도 여성의 희생과 가부장제의 폐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을 힘의 논리로 맞서려는 남성에 대한 거부감을 상대적으로 여성의 삶을 이해하고, 가부장제의 헛된 욕망에 환멸을 느끼는 남성인물을 내세움으로써 작가의 주제의식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가부장제의 최고권력을 물려받아야 할 남성에 의해 여성의 억압과 희생으로 유지되어온 가부장제의 상징물이 달의 제단에서 바쳐지는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그 의도를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경험이 얼마만큼 그의 작품 속에 녹아들어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작품 속 인물이 처한 상황과 현실 속 작가가 처한 상황이 아마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소설 창작은 작가의 체험에 기반을 둔다고 느끼는 것이며, 실제로 많은 작품들이 그러하다는 이야기들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서 소설을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며, 그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철저한 자료조사와 현장답사를 통해서 이루어낸 소설이 좀더 현실에 대하여 객관적인 접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작품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위해 정보와 자료를 구하러 많은 품을 팔았다는 작가 심윤경의 창작 자세에 대한 나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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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4-07-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저처럼 장난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리뷰 쓰신 거 보면 너무 진지하게 잘 쓰세요! 그래서...추천했어요.

메시지 2004-07-2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감사합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매번 이렇게 제 리뷰읽어주시고 추천해주시고, 몸둘바를 모르겠나이다. 그리고 저 장난좋아해요. 재미있잖아요.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마이클 무어 지음, 김남섭 옮김 / 한겨레출판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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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 그 넓은 땅에서 골랐다는 놈이

부시냐!!! 그러니 맨날 부서지고 부시는 일만 벌이는 게지. 좀 쫓아버려라!

표지부터 웃음을 유발하는 이 책의 진가는 톡 쏘는 미국 특유의 콜라맛이다.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자꾸 마시게 하더니만 결국 이를 썩이고, 건강을 헤치는 콜라처럼, 웃으며 책장을 넘길 수 있으나 결국 부시라는 등장인물이 속을 썩이고, 성질을 건드려 화병을 도지게 한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미국. 미국이 재체기만 해도 독감에 걸린다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 책의 내용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수가 없기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도대체, 15명의 사우디아라비아 사람에게 테러 공격을 받은 부시는 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상대로 싸우는가. 부시 세력이 바보이든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소수이면서도 절대권력을 추구하는 보수세력을 등에 업은 부시가 바보일리는 없다. 오히려 자신을 싫어하는 상대 세력을 세뇌시켜 바보로 만드는 엄청난 꽁수를 부리는 인물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전 국민을 슬픔과 두려움으로 몰아넣은 테러를 교묘하게도 자신의 집권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치밀한 인물이다.

그러나 모두가 부시의 꽁수에 속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무어라는 한 작가가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없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석유라는 보물을 얻으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섭게 달려드는 부시에게 깊은 태클을 걸었다. 그리고 그 태클은 일단 부시에게 커다란 치명상을 준 듯 싶다. 부시는 아직까지 무어의 태클에 대해서 묵묵무답이다. 사실 거짓말쟁이가 자신이 한 말 모두를 기억하는 질문자를 만났으니 거짓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비켜가기가 최고의 방법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무어의 태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가 만든 세금인하 법안덕에 많은 돈을 얻게된 무어는 부시 낙선의 그날까지 물질적인 노력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이클 무어의 의견에 동의하는 이유가 단지 전쟁광 부시를 끌어내리려 한다는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재정권과 결탁하거나 괴뢰정권을 만들어 힘없는 국가의 국민들을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기존의 정책을 포기하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야한다는 주장에 더 큰 공감을 하는 것이다. 일한만큼 얻고, 얻은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지구 전체의 환경을 생각하며, 인류 전체를 공존의 대상으로 생각해야한다는 무어의 주장에 더 큰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사실 부시가 이번 재선에서 떨어지고 다른 누군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하더라도 미국의 기본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무어는 자신이 바라는 온전한 나라를 돌려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비양심적이고 부도덕한 욕망이 인류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가를,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길이 쉽지는 않지만 극복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가 극히 암울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비통함에 빠지게 한 책이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우리 각자가 무슨 일인가 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현실을 인식하는 감각을 발달시키는 영양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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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7-2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하게 잘 쓰셨네요. 추천합니다^^

마냐 2004-07-23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도 어젯밤, 다 읽었슴다. 리뷰가 밀려서리...^^;;;; 저도 꾸욱~

메시지 2004-07-23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마냐님 감사합니다. 자꾸 미루면 못 쓸 것 같아서 저의 느낌위주로 썼습니다.

잉크냄새 2004-07-2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획일적 사고를 세계화나 인류평화로 포장하여 둔갑시켜버리더군요. 그래서 세계화라는 단어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가 봅니다. 리뷰 잘 읽었어요.

stella.K 2004-07-2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기 두번은 눌러야 할 것 같은데, 하나는 무어를 위해, 또 하나는 메시지님을 위해! 그러나 뭉뚱그려 한방에 때리죠. 잘 쓰셨습니다.^^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허균 지음 / 돌베개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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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에 가면♬'

'시장에 가면'이라는 놀이 아시죠? 그럼, 동일한 방식으로 우리 문화유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절집에 가면♬' 이라는 놀이를 해보겠습니다. 종교적인 이유와는 상관없이 소풍이든 수학여행이든 또는 봄이나 가을의 경치를 감상하기위해서라도 다들 한번쯤은 유명한 사찰에는 들러보셨죠? 자, 그럼 놀이를 시작합니다.

♬ 절집에 가면, 연꽃도 있고, 나무도 있고, 풍경도 있고, 탑도 있고, 부도도 있고, 종도 있고, 북도 있고, 운판도 있고, 불상도 있고, 연못도 있고, 다리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새도 있고, 용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여우도 있고, 토끼도 있고, 거북이도 있고......

뭐라고! 절에 호랑이, 사자, 여우, 토끼와 거북이까지! 거기가 무슨 동물원이냐!

몇가지 내용이 답이 될 수 없다는 항의 때문에 잠시 놀이를 중단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양애해주신다면 원활한 놀이를 위해서 잠시 몇가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연못이 있다는 것은 동의하시죠? 왠만한 절에는 다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는 진흙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않는 연꽃이 있습니다. 속세의 지저분함 속에서도 자신의 고운 자태를 지켜가는 모습이 불도를 구하고자하는 불자들에게 모범이 되는 꽃입니다. 또한 현세에서 다른 세계로의 탄생을 이룰 때 이 연꽃을 이용합니다. 마치 자궁과 같은 곳이지요. 연꽃의 이러한 의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심청전'에서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용궁에서 지상으로 다시 나오게되는 장면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불교와 도교에 해당하는 용궁을 연결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구요? 그러나 절집을 잘 살펴보면 우리의 불교가 도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절집에는 산신이나 칠성님을 모시는 삼신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호랑이를 타고 다니는 산신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용궁의 용들은 불법을 수호하기위해 절집의 곳곳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용은 불법의 수호자 역할 외에도 종의 윗부분에서 비명을 지르며 종을 붙잡고 있는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그런 모습은 용이 가장 두려워하는 물고기(고래) 모양의 당목이 종을 치기 때문이랍니다.

토끼와 거북이는 왜 있냐구요? 거북이 또는 자라의 꾐에 빠져 용궁에갔다가 살아돌아온 꾀많은 토끼이야기는 다 아시죠? 그 설화가 원래는 불교의 발생지인 인도의 설화입니다. 인도의 설화가 여러 경로를 거쳐서 우리의 불교에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여기서 거북은 용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의미있는 동물이 되지요. 여우 역시 부처님이 등장하는 인도 설화와 관련되어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법당의 뒷벽이나 옆벽의 탱화들에 등장하고 있답니다. 그 외에도 불도에 이르는 길을 그림으로 보여준 그림에는 소도 등장한답니다.

지금까지 절집 여기저기에서 새로운 의미로 살아있는 몇가지 동식물들에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절집에 가면 동식물뿐만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문양과 조각, 건축물, 그림들이 그 나름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절집 곳곳에 머물러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의 의미와 그 속에 숨은 사연들을 하나씩 엿보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지금까지의 저의 말은 모두 허균님의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를 참고한 것이며, 책의 극히 일부분에만 해당되는 것들입니다. 직접 책을 들여다보시면 '절집에 가면♬'이라는 놀이를 더욱 즐겁게 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럼 다들 이해하신 줄 믿고 다시 놀이를 시작하겠습니다.

♬ 절집에 가면, 연꽃도 있고, 나무도 있고, 풍경도 있고, 탑도 있고, 부도도 있고, 종도 있고, 북도 있고, 운판도 있고, 불상도 있고, 연못도 있고, 다리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새도 있고, 용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여우도 있고, 토끼도 있고, 거북이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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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7-1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흥에 겨우셨구랴, 좋겠수. 메시지님. 저자의 책도 다 받으시구요. 아, 이거 메시지님 넘 뜨는 거 아녀요? 에지간허면 쫌 내려오셔요, 내려오랑게요!

메시지 2004-07-13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가 사서 본 책이에요. 고규홍님께서 보내주신 책은 아직 못보고 있어요. 아껴볼 생각이랍니다. 근데 제가 너무 높이 올라갔나요? 어쩐지 자꾸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더만요.^^*

superfrog 2004-07-1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당분간 그냥 붕붕 떠 다니세요..^^ 기분 좋잖아요..ㅎㅎ

미완성 2004-07-1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씨구나~ 덩더쿵더러러~~~ 아아...저도 따라 전국노래자랑 방청객이 되어버렸어요..ㅠ.ㅠ

미완성 2004-07-1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어어어어.....알라딘이 이상해요..ㅠ.ㅠ
메시지님 멋져요,,님의 메시지는...ㅠ.ㅠ
아아...더워...제 뇌속이 너무 후덥지근해요. 이 올리니만 못한 코멘트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