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큰 나무
고규홍 지음, 김성철 사진 / 눌와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아내의 뱃속에서 ‘상현’이가 자라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그 녀석의 생명을 느끼는 일은 신나는 일이었으며 신비로운 일이었다. 그 녀석이 이 세상에 편안하고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던가. 보이지 않는 그 녀석에게 말을 걸기 위해 붙여준 이름이 있다. 

   ‘나무’

   조그만 씨앗 하나가 깊은 땅 속에서 어둠을 뚫고 싹을 틔우듯 ‘나무’는 우리 앞에 푸른 싹으로 피어났다. 어느새 4년을 자라나 ‘상현’이가 된 ‘나무’는 쿵쾅거리는 발소리와 개구진 웃음소리를 만들어내며 아빠와 엄마를 행복으로 몰아넣는다. 생활의 터덕거림과 지친 몸과 마음의 우울한 그림자를 끌고 돌아오는 저녁, 그 녀석의 웃음과 울음이 나를 일으켜 새우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그 어린 것이 어느새 나와 내 아내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어설픈 아빠가 된 나는 어린 ‘나무’ 한 그루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때론 거센 바람이 불고, 모진 비가 내리는 이 곳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어떤 빛깔의 꽃을 피울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는 꾸준히 그 ‘나무’를 돌보고 가꿀 것이다. 이왕이면 넓게 가지를 뻗어 푸른 그늘로 땀흘리는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나무가 되기를, 이왕이면 높고 곧게 자라나 깊은 산 눈길을 헤치는 사람들에게 푸르른 안도감이 되어주는 나무가 되기를, 푸른 잎 사이로 어린 새들을 기르고, 새들의 노래 소리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주는 나무가 되기를.

   “이 땅의 큰 나무”를 읽는 동안, 아들 녀석과의 여행을 꿈꾸었다. 고요한 절집 마당이나 산사에 오르는 길목에서 고요하게 자신을 비워가는 나무들, 선비의 마당 한 켠에서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며 그 덕을 제 줄기 속에 담아낸 나무들, 넓은 들판 한가운데서 늙은 농부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는 나무들, 이 땅에 처음 뿌리를 내리고 이제는 그 자손들에게 열매맺는 일을 맡긴 채 쓸쓸하게 땅으로 돌아가려는 나무들, 마을의 평화와 풍요를 책임져주고 얻은 결실로 다시 그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나무들. 이 땅의 수많은 나무들을 찾아가 그들의 ‘나무살이’를 엿보면서, 나의 어린 ‘나무’와 함께 ‘사람살이’를 푸르고 곧게 하는 법을 깨닫고 싶다.

 

  Tip! 집에서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푸른 바람을 쐬는 법!
   이 책의 표지가 보이는 상태에서 왼손으로 책을 든다. 이때 엄지손가락은 책 앞면의 왼쪽에 일자로 세워 잡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책의 뒤편을 받쳐 잡는다. 그 상태에서 책을 얼굴 가까이로 가져온 후,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이용해서 책을 빠르게 넘긴다. 그러면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이때 눈을 뜨고 넘겨지는 책장들 사이를 살펴보면 푸른 잎을 매달고 우뚝 솟아오른 큰키 나무들의 푸르름과 잎을 떨구고 검붉은 줄기로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큰키 나무들의 웅장함을, 나무들의 푸르름 속에 살포시 피어난 앙증맞은 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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