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심윤경의 첫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우리의 불우한 현대사를 배경으로 모자란 듯 하면서도 속 깊은 사내녀석이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삶의 행복을 보여주던 박선생님과 여동생의 죽음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사내아이의 시각을 통해 비춰지는 여성의 삶과 그것에 대한 사내아이의 의식 변화는 작품의 깊은 내면에 여성과 남성을 아우르려는 신선한 의도를 숨기고 있다.

심윤경의 두 번째 작품 ‘달의 제단’은 좀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가부장제도라는 허위에 억눌린 여성의 삶을 문제삼고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남성중심의 기존 시각으로 보았을때, 모자라고 보잘 것 없는 장애 여성 ‘정실’의 삶과 그녀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 종가집 장손인 ‘상룡’의 억눌린 삶의 모습이다. 한 가문의 기둥이 되어야할 ‘상룡’이가 ‘정실’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감춰진 폭력과 허위로 유지되는 종가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의 문제만이 아니라 종가라는 허위의 굴레에 희생당한 18대 조모의 언문을 해독하는 과정을 통해서 허위와 폭력의 뿌리깊음과 잔혹함이 더욱 자세하게 드러나게 된다.

여성 작가가 쓴 이 작품에서 서술자로 내세워진 인물은 종손의 역할을 물려받아야할 남성이다. 여성 작가가 과연 남성 인물인 ‘상룡’을 제대로 형상화 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둘째치고, 그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본질적 질문을 제기하고, 그것에 반기를 드는 인물을 남성으로 설정한 것은 아직도 여성의 희생과 가부장제의 폐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을 힘의 논리로 맞서려는 남성에 대한 거부감을 상대적으로 여성의 삶을 이해하고, 가부장제의 헛된 욕망에 환멸을 느끼는 남성인물을 내세움으로써 작가의 주제의식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가부장제의 최고권력을 물려받아야 할 남성에 의해 여성의 억압과 희생으로 유지되어온 가부장제의 상징물이 달의 제단에서 바쳐지는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그 의도를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경험이 얼마만큼 그의 작품 속에 녹아들어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작품 속 인물이 처한 상황과 현실 속 작가가 처한 상황이 아마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소설 창작은 작가의 체험에 기반을 둔다고 느끼는 것이며, 실제로 많은 작품들이 그러하다는 이야기들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서 소설을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며, 그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철저한 자료조사와 현장답사를 통해서 이루어낸 소설이 좀더 현실에 대하여 객관적인 접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작품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위해 정보와 자료를 구하러 많은 품을 팔았다는 작가 심윤경의 창작 자세에 대한 나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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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4-07-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저처럼 장난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리뷰 쓰신 거 보면 너무 진지하게 잘 쓰세요! 그래서...추천했어요.

메시지 2004-07-2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감사합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매번 이렇게 제 리뷰읽어주시고 추천해주시고, 몸둘바를 모르겠나이다. 그리고 저 장난좋아해요. 재미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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