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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1% 바뀌면 인생은 99% 바뀐다 - 소설로 읽는 생활 심리학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김하경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7년 전, 퇴사를 준비할 때였다. 2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맘먹었지만 퇴사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오랜 세월동안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뿐, 나 홀로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은 지 고민하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바로 재능, 강점 찾기였다.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이를 키우면 남보다 잘하는 일은 지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기에 성공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강점,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한결같이 외치는 말이지만 그것처럼 알기 어려운 것도 없는 것 같다. 지금 학교에서 학생들의 강점 찾기를 도와주고 있는데 이것도 당시의 경험덕분이다. 특히 방법도 가르쳐주지 않고 그저 ‘네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네 강점을 찾아 그것을 키울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 중에 진정으로 자신의 강점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어쨌든 여기저기를 쫒아 다닌 결과, 강점 찾는 여러 척도를 알게 되었고,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고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몇 개의 강점, 재능 찾기 도구들이 하나같이 일관된 방향을 알려줘 나름대로 확신할 수 있었다. 또 지나온 삶 속에서 일정한 파편조각들을 찾을 수 있었고.
하지만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강점과 재능이 반드시 좋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재능이라고 하면 남달리 잘하는 것이라 좋은 것 같지만 내 삶을 되돌아보면 강점 때문에 고생을 사서 한 적도 많다. 지금도 그렇고. 예를 들어 내 강점 중의 하나는 독수리처럼 목표를 발견하면 그것을 향해 앞뒤 안 돌아보고 돌진하는 성격이다. 누가 보지 않아도 내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수십 번이라도 고치고 보완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 힘이 나를 성공한 직장인으로 만들어줬다. 비록 이 때문에 3~4년에 한 번씩 병원에 입원하긴 했지만.
하지만 달빛을 쏘이며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이런 특질들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야! 네가 지금 한가하게 술 마실 때냐?”. 또 친구, 동료들과 별 의미 없이 주고받는 일상의 대화는 기피 1호대상이 된다. 내 머리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왜 이런 한가한 이야기를 듣고 앉아있지. 이 바쁜 시간에...’ 이게 바로 내 모습이다. 나에게 인생은 전투장이며 승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였다. 과정은 상관없이.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확실히 배운 게 있다면 인간은 항상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갖고 있고, 잘하는 게 있으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는 점이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강점을 커질수록 그로 인한 문제 역시 같이 커진다는 단순한 진리다. 게다가 좋아하는 게 분명할수록 싫어하는 것도 더욱 확실해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빛과 그림자의 법칙]을 강조한다. 자신의 강점이 부각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단점(그림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인간은 자신의 문제(그림자)를 받아들이려하지 않기 때문에 인생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결국엔 우울증에 걸리거나 세상으로부터 도피자가 되어버린다는 내용이다. 예전의 내 모습이자 아직도 지워버리지 못한 현재의 나이고, 동시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신만 모를 뿐이지 누구다 다 갖고 있는. 물론 이 책 내용은 도망자 이야기가 아니라 희망을 찾아가는 승리자의 얘기다. 오해 없길 바란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구성되어 읽기 편하고 저자와 상담한 사람의 사례를 약간 변용시킨 것이라 현실감도 있다. 내용은 직장에서 잘 나가던 주인공 선영이 신임부장이 오면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데에서 시작한다. 예전의 부장과 잘 지냈던 주인공은 신임부장이 오면서 자주 야단맞기 시작하고 선영은 그때부터 고문관처럼 실수를 연발한다. 결국 주임자리마저 부하 직원에게 넘겨주고 일반직원으로 좌천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선영은 심리상담사인 형부 도움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찾아 나서게 된다는 이야기다.
책 내용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저자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것이 외부의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 따라서 이를 극복하려면 자신의 생각, 즉 일과 사람과 상황에 대한 가치와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제목 그대로 생각이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는 의미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주인공은 동료직원인 지혜에게 푸념하기 시작했다. 왜 자기 주변에는 미운 사람들만 있고, 싫어하는 일과 짜증나는 상황만 발생하는 지, 게다가 두렵고 화나는 상황만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동료직원은 자신이 아는 심리상담사가 한 말을 선영에게 이야기한다.
“(그 상담사는)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은 모두 가짜라고, 지금 당신 눈앞에서 일어나는 골치 아픈 사건이나 싫은 사람, 상대하기 힘든 사람은 모두 가상의 일, 가상의 인물들입니다.” 이 말을 해석하면 내가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들은 그들의 문제이기보다 내가 혐오하는 것이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며, 따라서 내가 마음을 바꾸면(혐오하는 감정을 버리면) 모든 것이 다 사라진다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는 내가 혐오하는 것이니까 싫어하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이 부분에서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은 사람마다 싫어하고 혐오하는 게 다른데 ‘나는 왜 그것을(그런 상황을, 그 일을, 그런 사람을) 싫어하고 혐오할까?’하는 점이다. 당신이 남달리 싫어하는 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나도 직장 생활할 때 게으름 피거나, 쓸데없는 말을 하거나, 농담이나 던지는 직원들을 보면 무척 짜증이 났다. 게다가 계획적이지 않은 사람, 뭔가를 잘 잊어버리는 사람, 정리정돈을 못하는 사람을 보면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어떻게 저러고 세상을 살아가나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다보니 그저 지나치면 될 것을 뭔가 한 마디 해 줘야 할 것 같았고, 가능하면 내 곁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은 것은 그게 바로 내 모습의 일부분, 즉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기에 버리기로 마음먹고 오랜 세월동안 잊고 살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는 점이다. 내가 싫다고 버린 흔적이 내 앞에 나타나면 당연히 몸서리치게 싫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심하면 분노까지 느끼게 되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다음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버리면 어디로 갈까요? 예를 들어 당신이 집안에 있는 쓰레기를 버렸다고 가정하면? 쓰레기를 버리면 집안은 깨끗하지만, 그만큼 집 주변에는 쓰레기가 많아지잖아.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이 쓰레기투성이라는 건 우리가 거부하며 버린 것들로 가득하다는 뜻이지 그 때문에 언짢은 일이 생기고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들만 주위에 모여드는 거야. 사실은 그게 우리가 던져버린 쓰레기인데. 우린 그걸 보고 내 주변엔 온통 골치 아픈 문제뿐이라며 불평하지.”
결국 내가 싫다고 버린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 주위에는 혐오하는 것이 늘게 되고, 자신이 버린 씨앗을 마음속에서 없애지 않는 한 어딜 가나 따라다니게 되어 있다. 그것들을 내 모습의 일부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한 계속 나를 괴롭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인간의 아픔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게 해 줄 열쇠다.” 라고 하지만 자신이 미워하고 혐오하는 사람이,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약한 부분이라는 것을 누가 인정하고 싶겠는가. 인정은 고사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들키기도 싫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남들 모르게 꼭꼭 숨기기만 하면 그 부분은 계속 약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고, 마음의 문도 점점 닫아버리게 된다.
동료직원은 선영에게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다양한 요소가 모여 완성된 퍼즐 같은데 그 가운데 몇몇 조각을 모양이나 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던져 버린대. 이렇게 밖으로 내동댕이친 조각이 바로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이 되는 거야. 그래서 그 조각들을 찾아서 제자리에 되돌려두는 모습을 떠올리는 정도만으로도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래.”
결국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이를 받아들이거나 인정하면 그 순간 그 동안 분노했던 많은 것들이 일순간 사라지게 되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자신이 싫어하는 부분을 반드시 사랑해야 하며, 이를 다시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싫어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애써 좋아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지. 좋아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싫어하지 않으면 돼,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라고.“
저자는 한술 더 떠서 조금 무시무시한 말을 한다.
“자신이 버린 조각을 오랫동안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조각을 찾아내어 자신에게 들고 오는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이 바로 결혼상대자래. 그래서 결혼해서 자신이 버린 조각을 주워온 사람과 살면서 그 조각을 억지로 끼워 넣게 되는 거라고.” 당신의 배우자는 어떤가? 혹시 당신이 싫어하는 말과 행동만 골라 하지는 않는가? 나도 가끔 아내에게 이와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신은 왜 내가 싫어하는 짓거리만 골라서 해?” 재미있지 않은가.
우리가 평소 느끼는 분노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아픈 상처의 일부분일 경우가 많다. (물론 이때도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공동체의 안녕과 삶의 유지를 해치는 사람, 행동에 대한 분노 같은 것은 제외하고) 분노란 서운함,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에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는 생각이 분노가 되어 그 사람의 인생 밑바닥에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분노는 우리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자신의 분노를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 본질적인 문제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처제가 주위 사람들에게 화가 났을 때 그 사람들에게 정말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떠올려봤으면 해.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그 사람이 아닌 옛날에 말하지 못했던 것, 말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끝나지 않은 감정을 기억해내려는 장치일 뿐이거든. 사실은 그 말을 하고 싶어서 과거에 자신이 그 말을 하고 싶었던 상대방과 비슷한 사람, 당시와 비슷한 사건들을 자기 주위로 불러들이기도 하지.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정리해봐. 그 말이 처제의 마음속 깊이 남아 있는, 아직 정리되지 못한 ‘진정한 문제’니까.
나는 이 내용을 읽으면서 저자가 나를 향해 말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아직도 가끔 누군가를 보며, 또는 나 혼자 있을 때 중얼거리는 소리가 있는데 이 말의 대부분이 과거의 기억들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했어야 하는데 사랑해주지 못한 아픔, 문제를 지적하고 화를 냈어야 하는데 참을 수밖에 없었던 기억, ‘나를 바라봐 줘’라고 외쳤어야 하는데 혼자 고민만 하던 모습 등이 아직도 가슴 어딘가에 남아 누군가에게 내뱉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 많은 것을 토해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빛과 그림자법칙은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구조와 법칙, 해결방법, 그리고 그림자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그림자란 휴식을 위한 장소이며 제어장치이기도 하므로 우리 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일상에서 화가 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은 곧 인생의 스승으로부터 네게 아주 중요한 숙제가 남아 있다라는 말을 듣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당신이 겪는 모든 갈등은 당신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진짜 문제를 찾아내어 남은 문제를 끝마칠 수 있는 기회이며, 숙제를 끝내면 눈앞의 무서운 스승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세상을 평화롭게 살려면 나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내 안에 감춰진 문제를 드러내놓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특별히 잘난 것도, 그렇다고 남달리 못난 것도 없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감싸주면 그 순간 인간에 대한 두려움도, 미운 것도 사라지고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세상살이가 쉽지는 않지만 마냥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내 약점을 드러내고 도와달라고 할 때 그것을 악용할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도리어 진심으로 도움을 청하고 도와줌에 감사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참고] 자신의 진정한 문제와 마주하는 방법
Step 1 평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대상을 찾는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화나게 만드는 사건,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타인의 말과 행동을 적는다.
Step 2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나 일들을 떠올려보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신경에 거슬렸는지,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를 말로써 정리해본다.
Step 3 그 말을 하지 못한 상황을 찾는다.
언제부터 그 말을 하고 싶었는지, 또 언제부터 그 말을 하지 못했는지 그 원인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고 말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상황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