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루틴 - 1등 기업의 특별한 지식 습관
노나카 이쿠지로, 김무겸 / 북스넛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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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집는 순간, 책의 부제인 ‘1등기업의 특별한 지식습관’이 눈에 띈다. 특히 요즘처럼 지식경영, 독서경영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1등 기업은 어떻게 자신들의 지식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지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 내에서 독서경영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지식경영이란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더욱 흥미를 자아내는 부제다.

하지만 책 내용이 생각처럼 그리 쉽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보는 경영, 마케팅 도서처럼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는다. 본인도 제목인 ‘창조적 루틴’에서 루틴(routine)이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흔히 지식경영, 창조경영이란 단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모습, 즉 어느 순간 ‘스파크’가 일어나 새로운 것을 찾아내게 된다는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단어다.

하지만 저자는 지식경영이란 특정의 내용에서 순간적인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축적, 개발, 창조하는 하나의 행동 습관으로 이런 지식관리방식이 기업 내에서 일상화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루틴’이란 단어를 썼다. 올바른 지식이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주관과 항시 변화하는 외부와의 관계에서 정립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보면 지식이란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이와 같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의 환경과 조건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 동안 알고 있던 지식경영, 독서경영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기존의 지식(저자는 이를 형식지라고 한다)을 갖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개념을 넘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지식의 흐름을 쫒아가는 방법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저자가 오랜 시간동안 배우고 익힌 것을 간단히 정리하려니 책이 그리 쉽지는 않다. 요즘 나오면 경영, 마케팅 책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고, 마치 철학책이나 논리학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해 안 되는 부분을 몇 번 정도 되풀이해서 읽다보면 책 속에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지식의 종류를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통해 세 가지로 설명하는데, 시공간으로부터 독립적인 보편 적응 가능한 지식으로, 주변 상황이나 맥락과는 별도로 존재하는 지식인 에페스테메(저자는 이를 형식지, 즉 객관적인 지식)라고 하고, 테크닉, 테크놀로지, 예술과 같이 창조능력에 필요한 노하우나 실질적인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네, 그리고 신중, 윤리, 실용적 지혜 또는 실용적 이성이라고 불리우는 프로네시스로 구분한다.

저자는 테크네가 자동차를 잘 만들 수 있는 지식이라면, 프로네시스는 무엇이 ‘좋은 자동차’이고(가치판단), 그런 차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자각하는 지식이라고 하면서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좋은’ 개념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좋은’ 것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판단하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식이다. 

저자는 책의 앞 장에서 지식과 지식경영, 지식의 축적과 변화, 재창조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독자의 머리를 흔들어 놓지만 뭔가 얻기 위해 책을 신경 쓰며 읽다보면 현재 우리가 운영하고자 하는 지식경영과 독서경영의 허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특히 저자가 반복해서 말하는 혼다의 지식관리법, 즉 무슨 일이든지 5번 ‘왜’ 따져본다는 말은 문제의 해답이 책 한권, 남의 지식 몇 가지를 본다고 찾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이며,  프로네시스를 개발하기 위해 강조하는 리더역할에 대한 내용은 지식창조를 위한 무대(기업내외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지식이란 무엇인가? 지식을 왜 얻고자 하는가?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기업에 내재화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하며, 이때 리더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책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독자에게 질문하는 내용이다.

평소 지식경영과 독서경영을 운영하는 기업 담당자가 궁금한 주제에 대한 답이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매우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 생각을 이해한 후 뒤에 나온 몇 개 우수기업의 사례를 읽어보면 ‘아!’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지식을 관리하는, 또 앞으로 지식경영을 통해 시장에서 앞서기를 원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 같다.

다만, 출판사에 한 가지 제안한다면, 이 책에 담긴 깊은 의미를 바쁜 직장인들이 책을 보며 파악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듯하니, 책 내용을 좀 더 쉽게 전달해 주는 특강 같은 것을 진행하면 어떨까 한다. 독자들에게 책의 가치를 더욱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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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매튜 메이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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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아이디어’란 말은 그 동안 이 책 말고는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평상 시 ‘우아하다’는 말도 자주 써 보지 않은 것 같고 말이다. 하지만 ‘우아하다’는 말은 무척 멋진 말임에는 틀림없다. 영화배우에 대한 느낌만 해도 섹시하다거나 와일드하다, 귀엽다,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도 우아하다는 말이 적합한 사람은 별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있다면 예전에 영화배우였다가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케리 정도일 것 같다. 동물 중에서 찾으라면 ‘백조’ 정도를 들 것 같고.

저자는 이 책에서 ‘우아함’이란 것을 정의하기 위해 절반 정도만 그려진 알파벳 E 자를 활용한다. 즉 전체 글자를 다 보여주지 않고, 각이 진 부분만을 보여주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하지만 쉽게 알 수 있는 것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이 글자는 알파벳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이 그것을 E라고 알아보게 만드는데, 문제는 한번 그 모양을 E라고 알게 되면 다음부터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모습으로는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사례, 즉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고 일부만을 보여주는 것,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때 우아함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이와 반대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더할수록 우아함과 멀어진다.” 결국 저자의 ‘우아함’이란 것은 차별화된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데, 이때 차별화된 방식이란 적은 투자로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무엇이라는 것이다. 이런 정의는 저자의 모나리자에 대한 설명을 보면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모나리자에 대한 저자의 설명 중 잊혀 지지 않은 것은 모나리자의 신비함, 즉 보는 각도에 따라, 보는 시각에 따라, 또 보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즉 다른 표정과 느낌을 받는 이유는 그림의 미완성적인 요소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사실화와 달리, 모나리자는 배경과 인물 사이의 선을 분명하게 처리하지 않음으로써, 또 확실한 경계선을 만들지 않음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그림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효과가 전문사진작가나 음악애호가들이 아날로그 방식의 더 선호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디지털의 선명함, 점 하나하나를 모두 살려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디지털의 효과는 아날로그의 불분명한 경계선 자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우아함이란 어떤 것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그는 대칭적인 요소, 유혹적인 요소, 생략적인 요소, 그리고 지속성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의 구성은 ‘우아함’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 설명 한 후, 대칭과 여백, 생략, 지속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우아함을 구성하는 요인들을 설명한다. 각각의 요소들은 어떤 때는 통합된 구성요소로, 또 어떤 때는 개별적으로 하나의 사물에서 발휘되어 우아함이란 느낌을 준다.

네 개의 요소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대칭’이란 말이었다. 다른 것들은 단어를 보면서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었고, 책 내용도 평소 짐작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읽기가 수월했는데, ‘대칭’이란 단어와 우아함과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은 무척 생소했다. 양 쪽이 같은데 ‘우아함’이라...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대칭’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양쪽이 똑 같다는 의미를 넘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란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 비로소 이 개념이 우아함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 말대로 자연적인 것이라면 무엇이든지간에 대칭 구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동양의 역학조차도 음양을 기초로 하여 시작되지 않는가.

우아함. 내가 이기기 위해서는 남보다 하나라도 더 줘야 한다는 사고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단어다. 일반적으로 시장과 마케팅이란 시각에서 ‘우아함’이란 단어를 보면 자신이 힘들게 뭔가를 하지 않고, 스스로 잘난 것만 주장하며 남이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우아함’이란 자연 그대로의 모습, 인간 본성에 담겨진 모습, 그리고 꽉 찬 답답함이 아닌, 여백과 생략의 개념이었다. 멋진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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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여 사슬을 끊어라 - 상실과 불안을 치료하는 셀프 리더십
이성엽 지음 / 황금부엉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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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이 무척 흥미롭다. 남들이 인정하는 안정된 직장을 뒤로 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1인기업의 세상으로 뛰어들어 스스로를 달굼질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이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적들과 유사한 주제라도 내용 하나하나가 남달리 가슴에 와 닿는다. 무조건 하면 된다는 식이 아니라, 되면 왜 되는지, 안되면 왜 안 되는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조근 조근 설명한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 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하나는 자신의 꿈을 꾸되, 실천하라는 말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은 자주 듣지만 저자의 말은 좀 더 힘 있게 들린다. 저자의 경험 때문인 것 같다. 중간 끝 내용에 ‘동키호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람들은 무식하게 돌진하는 ‘동키호테’를 보며 안타깝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그런 ‘동키호테’의 모습에서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다. 저자의 말 중에서 잊혀 지지 않는 말이 있다면 “성공한 자의 스펙에 박수를 치기보다는 그의 끝없는 도전 정신에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재능과 행운은 용기 있는 도전이 있을 때에만 고개를 쳐든다.”라는 문장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주 실수하는, 또 적기를 놓치는 이유를 ‘적당한 상황이 되면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돈이 생기면 공부하고, 시간이 되면 책을 보고, 마음이 안정되면 뭐를 하고, 여건이 되면 운동을 하고 등 뭔가를 하고자 할 때 이를 위한 조건을 자꾸 따진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간만 지나가게 되고, 나중에 뒤를 돌아보면 아무 것도 이룬 게 없게 된다.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을 정확하게 지적해서인지 무척 마음에 와 닿는 말이다.

또 하나는 삶에 대한 방향성이다. 그는 세상이 어지러울 때마다 현자는 자신의 꿈을 다시 살핀다고 하면서 이와 유사한 문장이 책 곳곳에 자주 나온다. 즉 ‘성공한 사람은, 승리한 기업가는’과 같은 주어를 언급하면서, 이들이 쉬는 시간에, 또 평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바로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이 길이 내가 꿈꾸던 길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또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마치 깜깜한 바닷 속(현실)에서 레이더 탐지기(지속적인 상황판단)를 통해 자신의 목적지를 추적해가는 잠수함의 모습을 그려놓은 듯 한 분위기다.

저자는 이와 같은 질문이 무척 중요한 이유를 목표가 분명치 않음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이를 ‘6가지 상황에서의 문제’라고 표현했는데, ‘학습관리 부재’ 즉 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기는 한데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커리큘럼 부재’, 즉 많은 일을 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뛴다 해도 목표가 없다면 집중할 수 없다. ‘정보관리 부재’,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니 수많은 자료를 모은다 해도 제대로 쓰지를 못한다. 그저 잡동사니만 모아놓을 뿐이다. ‘인맥관리 부재’, 목표가 분명치 않으면 누구를 만나고, 누구를 만나지 말아야 할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시간관리 부재’, 목표가 없으니 당연히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와 같은 내용을 통해 보면 결국 내가 무엇을, 왜, 언제까지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가 불확실하다면, ‘어떻게’라는 것이 불분명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찾는지도 모른 채 헤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실제로 그렇고.

마지막 하나는 목표관리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목표관리 방법에 대해 유사한 내용을 여러 개의 장에서 설명하는데 특이한 것은 꿈을 꾸되 현실적인 꿈을 만들라는 말이다.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적에서 ‘꿈은 크게’라는 말과는 조금 다른 말이다. 이유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신이 행할 수도 없는 큰 꿈을 만들어 놓고, 하겠다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엔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현실적인 목표의 크기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 자원 등에 따라 다를 테니까 말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꿈의 크기’보다 스스로 내가 해 낼 수 있다고 인정하는, 최선을 다하면 할 수 있는 선까지 목표를 설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기계발서. 몇 년 전에만 해도 무척 인기 있던 장르였지만 요즘은 조금 시들한 것 같다. 아마도 많은 저자들이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해서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에 나온 자기계발서와 다루는 주제는 비슷하지만 내용은 조금 독특하다. 마치 떡볶이처럼 매운 맛 속에 숨어 있는 달착지근한 맛이라고 할까. 기존 내용과는 시각이 조금 다른 독특한 내용을 많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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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을 이뤄주는 보물지도무비 - 하루 2분만 보면 꿈이 이루어진다
모치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환영.은영미 옮김 / 나라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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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을 이뤄주는 보물지도]라는 책을 본 지 4년이 지난 것 같다. 당시 그 책을 보며 느낀 점이 있어 보물지도를 만들어 항상 눈에 띄는 곳에 붙여놓았다. 항상 보고 기억하면 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물론 책 내용을 보자마자 믿은 건 아니다. 상식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룬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 이 보물지도 하나 만든다고 모든 게 다 이뤄진다는 걸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자 역시 나처럼 의구심을 갖고 책을 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즉 보물지도가 어떻게 한 사람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 말로는 사람의 뇌는 눈에 보이는 대로, 귀에 들리는 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물론 뇌 어딘가에는 저장되겠지만,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부분, 지금 당장 필요한 부분만을 선별해서 인식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 빨리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눈에 보이는 건 모두 화장실뿐인 것처럼 말이다.

당시 나는 저자가 실험해 보라고 한 것을 직접 실험해 봤다. 지하철에서 빨간색 찾기 실험인데, 지하철에 탄지 20분이 지났음에도 빨간색이 눈에 들어오지 않던 내가 저자 말대로 ‘빨간색을 찾아야지’ 생각하며 눈을 뜨는 순간 지하철 온 곳에 빨간색이 넘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앞에 서 있는 여성의 구두도, 옆의 사람이 들고 있는 가방도, 지하철 손잡이도, 지하철벽면에 붙은 광고도. 그렇게 빨간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왜 그 동안 빨간색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나 생각하는 순간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보물지도는 마술지팡이처럼 사람이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항상 보며 의식하게 만듦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 기회, 장소 등을 재빨리 인식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기에 그 기회와 사람을 보는 순간 ‘아! 바로 저거야.’하고 느끼게 되고 그때 그것을 힘껏 움켜잡음으로써 남들보다 빨리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나도 보물지도를 만들어 벽에 붙여놓고 매일 바라보며 그것을 원하다보니 실생활에서 내가 원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 나타나면 쉽게 의식하게 되고, 그때 바로 행동하게 된 것 같다. 뭐라고 할까. ‘저게 뭐지’ 하는 생각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움켜잡은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보물지도의 가치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 주는 마술지팡이 같은 효과인 것 같다.

이 책은 예전에 저자가 쓴 [보물지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단순한 그림과 문자에 동영상과 음악까지 포함한 보물지도 제작법을 설명한다. 과거의 보물지도가 일차원적인 내용이었다면 이 내용, 즉 보물지도 무비는 인간의 오감을 동시에 자극하는 이차원적인 보물지도다.

저자의 말 중에서 꼭 기억해야 할 말이 하나 있다면, 사람의 마음이, 의식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정을 건드려야 하며, 감정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오감을 자극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이 글과 그림으로 만들었던 보물지도가 음악과 함께 동영상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면 이는 더욱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며, 게다가 큰 종이에 그림과 글을 써서 방안에만 붙여두는 것보다 PC나 휴대폰에 담아둘 수 있다면 언제든지 그것을 꺼내 확인할 수 있으니 더욱 효과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 보물지도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에 나온 보물지도 무비를 만드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고, 예전에 보물지도를 만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구지 큰 종이를 사서 그림과 글이 있는 일차원적인 보물지도를 만들기보다 책에 나온 이차원적인 보물지도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내 꿈을 기억 속에, 마음속에만 담고 있지 말고 이를 겉으로 끄집어내어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보물지도를 만든다면 우리의 뇌는 유도탄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는 뭔가를 찾아내 현실화시키도록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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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 본죽 대표 김철호의 기본이 만들어낸 성공 레시피
김철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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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번 ‘본죽’에서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일 때문에 방문한 회사 임원이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데리고 간 식당이었다. 나는 처음에 점심에 왠 죽인가 하는 심정으로 들어갔지만 생각과 달리 식당을 나올 때는 무척 풍족한 기분이었다. 죽이란 게 단지 몸 아플 때 먹는 음식이 아니라 평소 식사대용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날이었다. 죽. 어릴 때부터 입맛 없을 때, 감기 걸렸을 때만 먹던 음식. 속이 안 좋을 때 밥 대신에 소화잘 되라고 먹는 음식으로만 생각했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맛도 좋으니.

그 날 죽을 먹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났다. 통념을 깬 음식이 가능한지 궁금했던 나에게는 이란 게 바로 통념을 깬 음식이구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종류의 음식을 마음먹고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즉 평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음식 아이템 말이다. 아마도 컨설턴트 이다보니 밥 먹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이 책 ‘정성’은 제목 그대로 내용 하나마다 정성이 가득 담겨있다. ‘본죽’ 사장의 입장에서 본 자신의 실패와 성공이야기, ‘본죽’ 브랜드를 널리 알려 세상에 우뚝 서게 만든 그 힘과 기업 성장과정을 나름대로 흥미롭게 정리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론과 논리 중심의 책과는 달리 사람 사는 법을 느끼고, 인간의 놀라운 의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이 책을 보면 몇 가지 관심을 끈 부분이 있었는데 하나는 저자가 죽이란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는 대기업과 소규모 음식점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소규모의 구조를 가진, 그러나 복제와 확산이 가능한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부분이다. 대기업의 특징은 거대자본을 투여해 대량생산체계와 유통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수익극대화를 추구하기에 음식의 표준화와 제조공정이 어려우면 이들은 뛰어들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죽’이란 상품이 대량생산과는 거리가 먼, 제조 후 시간이 지나면 죽이 변하기 때문에 항상 주문과 동시에, 그것도 까다롭게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라 대기업의 논리로서는 대응이 어렵고, 그렇기에 더욱 소규모 사업으로의 가치가 높다고 한다. 상당히 일리 있는 말이다. 거대자본을 투자했으면 그만큼 많은 수익을 얻어야 하는 입장에서 일일이 가내수공업처럼 만들어야 하는 ‘죽’ 사업은 그들에게는 기피대상이 될 것 같다.

또 하나는 원칙에 대한 부분이다. 즉 저자가 ‘본죽’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결정했던 사업철학과 이념을 고수하고 이를 지켜나갔다는 점이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제안이나 충고를 초심을 기억하면서 거절했다고 한 내용이다.

그 내용은 매장에서 죽을 주문받은 후 만들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반제품으로 만들어 이를 가맹점에 공급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또 손님들 중에 ‘본죽’에서 주는 죽의 양이 많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현재의 용량을 줄이고 가격도 함께 내리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내용이다.

이 내용이 잊혀 지지 않는 이유는 필자도 이 책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죽을 판매하는 업체에 찾아갔다면 위에서 말한 내용들을 제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누가 봐도 수익을 높이려면 가능하면 많은 손님을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식당 내 테이블의 회전율이 좋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그만큼 음식이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이 양이 많아 음식을 남긴다면 구지 그 양을 고집하기보다 양을 줄이고 가격도 내리면 가맹점주도 손님도 모두 좋아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반제품으로 공급하는 것은 ‘본죽’만의 고요한 맛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양을 줄인다는 것은 ‘본죽’의 기본사업 방향인 ‘누구나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양을 공급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었고,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기업철학과 사업방식이 지금의 ‘본죽’을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필자도 예전에 ‘본죽’에서 죽을 먹으며 놀랐던 점 중 하나가 죽 한 그릇으로 한 끼 식사를 충분히 해결했다는 점인 것을 보면,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다시 매장을 찾아가게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자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주변사람들의 무책임한, 오로지 효율성만을 따진 논리에 ‘본죽’의 방향이 흔들렸다면 현재의 본죽이 성립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성. 나에게 정직하고, 고객에게 충실한 마음으로, 음식은 절대 상품이 될 수 없다는 저자의 사업철학은 창업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며, 더욱이 ‘죽’이란 아이템을 찾아 이를 표준화시킨 저자의 노력은 자기 사업을 생각하는 예비사업자들이 관심을 갖고 바라봐야 할 것 같다. 멋진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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