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 캠프 - 최고 중의 최고로 만들어주는 전설의 플레이북
존 고든 지음, 조진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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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된다는 것. 무척 멋진 일이다. 특정분야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곳에서는 베스트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최고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수입도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먹고 살 걱정은 없게 될 것이다. 물론 먹고 산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달라 얼마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특히 젊은이들은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최고가 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저자는 주변에서 최고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관찰하여 최고가 되기 위한 조건 열 가지를 찾아냈다고 하는 데 그것을 보면 평범하게 살아서는 될 수없는 난공불락의 요새같다.

저자가 말한 최고가 되는 열 가지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최고가 된 사람들은 일반사람들과 달리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물론 저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만 한다고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저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말은 자기계발서에 자주 나온다.) 하지만 항상 자신을 관찰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뭐지?’라는 질문을 던지다보면 어느 순간인가 번쩍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날이 온다. 

둘째, 최고들은 언제나 ‘조금 더’라고 외친다.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 달성한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생각하며,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편하게 사는 것을 거부하고 힘들고 어려운 훈련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간다. 

세 번째는 최고들은 평범하고 사소한 일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저자의 말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음식 잘하는 사람치고 칼질을 못하는 사람은 없고, 농구 잘하는 사람 중에서 공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무엇이든지 큰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이 반드시 존재하며 그 일을 터득하지 않고는 큰일도 제대로 해 낼 수 없다. 저자는 최고들의 특징 중 중요한 것 하나가 바로 항상 기본에 충실하고 사소하고 하찮은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네 번째는 이들의 집중력이다. 최고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에 남달리 집중력이 강하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말 같지만 오늘 하루,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최고에 도달하는 과정이라는 의식이 없으면 내 앞에 놓인 일에 집중하기도 어렵다.

다섯 번째는 정신이 강하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력이란 한 군데 집중하거나 생각을 잘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통이 닥쳤을 때,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 또 자신의 마음을 흔드는 뭔가가 있을 때(특히 불안감, 초조함, 근심, 걱정 등) 이를 잘 견딘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일반사람들과 달리 모든 일들을 쉽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고통과 어려움조차도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라 생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점이다.

여섯 번째는 최고들은 두려움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두려움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시할 수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일반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두려움을 직시하기보다 외면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두려움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친다.

일곱 번째는 최고들은 이 순간에 충실하고, 여덟 번째는 최선을 다한 후에 기다릴 줄 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들의 행동 목적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얻고자 갈망하는 순간 우리 몸과 마음은 긴장과 두려움으로 인해 굳어지고, 이런 상황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놓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연스러움. 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놔두는 것, 즉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설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하더라도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었고, 또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홉 번째와 열 번째는 자신의 위대함을 자기 안에만 감춰놓지 말고 이를 통해 주변의 사람들도 함께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것을 남에게 알려주고 배워주면서 함께 성장할 때만이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며, 이와 같은 목적의식을 가진 자만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책 내용을 보면 그 동안 자기계발서에서 본 내용들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의 특징은 이런 내용들을 단계별로 정리해 놨고, 앞 단계에서 생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되는지, 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개별 단계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게다가 스토리텔링방식이라 서술형 문장보다는 좀더 가슴에 와 닿는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토리텔링 책이 원래 이런 것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너무 직선적이고, 저자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는 듯해 교훈을 얻기에는 충분하나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받기에는 1% 부족한 것 같다. 만약 한국 사람이 이런 식으로 스토리텔링 책을 써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면 과연 출판사가 책을 출간해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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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도, 두려움도 없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 20대 여자와 사회생활의 모든 것
이여영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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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이여영 지음, 에디션더블유, 2009. 9. 25




책 표지나 제목 자체가 상쾌하다. 젊은 여성은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도시 한복판을 운동복을 입고 힘차게 뛰어가는 모습이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 마치 나이키에서 본 것처럼 ‘Just Do it'를 연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의 저자가 20대를 마감하는 여성이라는 점이다. 그 동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서를 가끔 보면 저자 자신이 바로 독자층인 사람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저자들이 30대 중반으로 어느 정도 사회에서 자리 잡은 사람들로 과거를 회상하며 나는 예전에 이렇게 살았고, 그래서 당신도 이렇게 살면 좋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러다보니 내용들이 조금 튀긴 해도 역시 일반적인 규격 안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들도 가능하면 세상이 인정하는 선에서 움직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물론 그들은 튀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 책 내용을 읽다보면 조금 파격적인 내용도 나온다. 하지만 그 내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튄다고 해봐야 전제조건은 기존에 몸담고 있는 세상에서 좀 더 멋지게, 잘 지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조금이 아니라 무척 많이 튄다. 제목 그대로 규칙 같은 것보다는 자신에게 솔직하게 행동하라고 강조한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것은 당신에게,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직장이라는 조직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식의 표현이 주류를 이룬다.

이 책의 분위기를 보려면 목차를 보면 된다. 저자 자신이 힘들게 직장을 들어가 가능하면 멋지게 살고 싶었지만 세상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았고, 자신과 맞지 않는 조직 속에서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내용 중에 인간관계, 동료관계, 상관과의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중요한 것은 튀더라도 정도 있게 튀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더라도 단정적인 것보다는 여유를 두라는 식이다. 맞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는데 나 같은 나이든 남자(50대 초반)가 볼 때는, 저자 스스로도 이런 표현을 쓰긴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좀 개성이 강한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하긴 개성과 의지가 강하니 프리랜서의 삶을 멋지게 꾸려나가긴 하겠지만)

직장이란 곳은 직장인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직장에서 사원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직장이 목표로 한 것을 완성해 달라는 의미로 주는 것이지 직장인 개개인의 자아발전을 위해 공짜로 돈을 주는 것은 아니다.(그런 곳은 학교밖에 없다)

나 혼자 사는 것과 직장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고, 그 차이 때문에 홀로 서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어떤 대가가 있는 급여이지 직장이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자선 사업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오해하지 말 것은 내 말은 직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 현실 그대로, 기업은 일을 시키기 위해 사람을 뽑고 그 사람은 기업이 원한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처리한 대가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것뿐이란 말을 하고자 한 것이다.

어쨌든 저자는 일반적인 직장인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남달리 삶을 사랑한다고 할까.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몰라도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직장에서 뭔가 많은 것을 얻기 원했던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뭐라고 할까. ‘내가 그토록 오랜 시간 고생해서 들어 온 곳인데 그만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20대. 여성, 직장인. 세 개의 단어만 늘어놓고 보면 무척 힘든 단어다. 이제 사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나이인 20대. 아직은 남성중심 사회인지라 세상에 나가는 순간부터 항상 남성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성. 게다가 자신의 꿈을 일정부분 접고 조직생리에 맞춰야 하는 직장인. 이 세 단어가 합쳐지면 ‘고생문’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그렇기에 더더욱 힘든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은 시기이고.

다행이 이 책은 어떤 명분적인 말이나 당연한 것을 기록하기보다는 저자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저자의 평소 느낌대로 기술했다. 가식없이. 따라서 이제 막 30대를 향하는 저자의 말은 앞에서 언급한 세 개의 단어에서 공 조합을 이루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 중에서 틀린 말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단지 이를 실행하려면 큰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긴 하지만.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주위사람들과 좋은 관계(실속을 차리면서)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등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의외로 솔직한 경험을 손쉽게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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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의 51가지 진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의 51가지 진실
도나 헤클러 외 지음, 손은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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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상품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나와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 때문인지 상품이 많다는 게 가끔은 곤욕스럽기도 하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게다가 아무리 앞뒤좌우를 돌려봐도 그 상품이 그 상품 같아 어떤 것을 사야 할지 고민할 때도 있다. 아무거나 사자니 집에 가서 후회할 것 같고, 그렇다고 특별히 나은 것도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럴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누가 상품을 만들었는지, 상품 앞에 붙어있는 브랜드가 무엇인지 확인한다. 최소한 많은 사람들이 아는 브랜드라면 상품을 구입한 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용해 본 상품이라 품질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예전에는 상품의 질적인 문제에 차이가 있어 사람들이 상품 브랜드를 유심히 살폈고, 그것만이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품의 질적인 차이가 없어지자 어떤 회사에서 만들었고, 브랜드가 무엇인지보다는 상품 자체가 나에게 얼마나 효익을 주는지, 그 상품만이 가진 특징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시기도 순간일 뿐 다시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니 요즘은 예전과는 다른 의미로서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즉 과거처럼 단순히 질적인 문제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주는 무상의 가치 같은 것을 따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를 관리한다는 것은 예전처럼 그저 광고를 열심히 해 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는 상표라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시장조사 때 항상 써 먹은 최초상기율, 비보조인지율, 보조인지율에 대한 중요성도 많이 감소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내 브랜드를 안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아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갖춰야 할 차별적인 컨셉, 남다른 이미지, 감성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 등이 중요하게 되었다. 돈만 있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저자는 브랜드관리를 위해 항상 부딪치는 문제들을 나열한 후 그 사항에 대한 저자의 경험을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단지 브랜드가 무엇이고, 어떻게 정의하며, 관리할 때는 무엇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이론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에서 브랜드 관리자가 부딪치는 내용들을 뽑아 현실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꼼꼼하게 정리했다. 따라서 내용을 보면 무척 실감나고 브랜드라는 것이 특정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우리가 평소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브랜드에 대한 진실 51가지. 물론 브랜드 관리를 하다보면 51가지가 아니라 100가지가 넘는 고민과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만 잘 이해해도 현실에서 브랜드를 관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브랜드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라면, 또 신규 사업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야 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두툼한 브랜드 이론책보다 훨씬 현실적인 내용들을 많이 얻어낼 수 있다. 다만 브랜드관리에 대한 약간의 기본지식이 필요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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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의 종말 - 인간은 똑똑한 기계를 원하지 않는다
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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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를 희망적으로 생각하는가? 글쎄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했고,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과 싸우면서 앞만 보며 달려왔다. 반드시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아지리라는 확신을 갖고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미래세계가 반드시 지금보다 낮은 세상이 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화만 봐도 미래영화의 대부분은 암울한 세상을 그린다. 자연이 파괴되어 인류가 멸망하는 내용, 달이 지구에 떨어져 지구가 파괴되는 모습, 게다가 우리가 그토록 믿어왔던 기계가 의식을 갖고 반란을 일으켜 인류에게 도전하는 모습들이다. 오래 전부터 인간들이 꿈꿔왔던 파라다이스는 아직도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지만 그것이 완성된다한들 우리가 더 행복해 지리라는 확신이 없다.

요즘 세상을 보자.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은 아스팔트로 포장해버려 흙과 완전히 결별했고, 생물들조차 인간에게 이롭지 않다고 판단되는 순간 세상에서 추방된다. 인간이 그동안 얼마나 자연과 동떨어진 세상에서 살아가면 함평나비축제가 그토록 인기를 끌겠는가. 오래전 우리는 달을 정복하고 바다를 지배하고 자연을 인간 손에 쥐고자 그토록 고생했지만 막상 그것 모두가 손 안에 들어오자 인간은 황폐해졌다. 이제 자연을 외치지 않고는, 또 친환경을 상품 컨셉에 사용하지 않고는 더 이상 물건 자체를 팔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도 기술개발에 대한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더 나은 기술, 인류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술, 인간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벌고자 수많은 과학자와 발명가들이 잠을 설쳐가며 연구실에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기술들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점이 테크놀로지의 발전 상황을 거론할 때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다.

예를 들어 보자. 컴퓨터가 세상에서 힘을 얻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종이가 필요 없다고 선언했다.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면에서 무척 바람직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컴퓨터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종이 사용량이 줄었는가? 아닐 것이다. 이유는 바로 인간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 쉽게 말하면 오랜 세월동안 우리 뇌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의식인데, 중요한 것, 소중한 것은 노력을 통해 얻어야 한다는 것,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금도 인터넷에서 자료를 보다 중요하다 생각되면 바로 프린트를 해 버린다. 아무리 컴퓨터 화면에 자료가 있어도 그것을 프린트해야만 뭔가 얻는 것 같다는 의식 때문이다.

그렇다면 휴대폰을 통한 동영상대화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오래전부터 멀리 떨어진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미래예언서나 소설을 봐도 항상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왜 아직도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술이 부족해서?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미 화상통신의 기술을 개발된 지 오래되었고, 무선망을 통해 얼굴을 전송할 수 있는 정도의 광대역 통신장비도 세상에 널려 있다. 상식적으로 엄청난 용량의 영화를 지하철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기가 얼굴하나를 상대방에게 음성과 함께 전송할 수 없겠는가.

문제는 기술이 아니고 사람의 의식인데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을 원하긴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서로 모습을 확인하며 통화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새벽에 부스스한 얼굴로 화상통신전화기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술개발이 진행되는 것은 연구자의 마음이지만 그것이 상용화되고 수익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인간의 의식, 사회, 문화적인 요소가 함께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기술들이, 분명히 기존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저비용의 기술들이 사장된 이유는 그것이 세상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고, 기존의 기득권자들에게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테크놀로지는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 인간의 꿈과 사고능력이 죽지 않은 한 무한대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술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문화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면 기술개발은 그저 개발일 뿐이다. 마치 다이어트기술이, 원격진료서비스가 아무리 발달된다하더라도 인간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몸무게를 뺄 수도, 질병을 치료할 수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담배 때문에 폐에 문제가 생겨 폐를 다른 것으로 바꾼다한들 그가 다시 담배를 피운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아무리 다이어트 약을 먹고 살을 뺀들 또 다시 예전처럼 많은 음식을 먹는다면 살이 빠지겠는가. 그래서 이런 것을 개발한 사람이 돈을 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공상과학영화도 아닌, 실제 개발된 수많은 기술들의 운명을 인간의 의식, 문화와 연결시켜 설명했기에 이해하기 쉽고, 동시에 지적인 호기심도 자극한다. 인간과 기술 간의 관계에 관심이 있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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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 웰스 : 붐비는 지구를 위한 경제학
제프리 삭스 지음, 이무열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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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웰스. ‘공동의 부’란 뜻으로 인류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저자가 사용한 단어다. 이영선 한림대 총장이 쓴 서문을 보면 ‘공유자신의 비극’이란 말이 나온다. 이 말은 공유자산을 만들면 관리가 안 된다는 의미로, 어떤 마을 한 복판에 마을 전체가 공유하는 호수가 있다면 마을 사람들이 호수의 물고기를 모두 잡아버려 고기의 씨가 말라버릴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현재이득을 위해 물고기가 계속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보다 잡을 수 있는 물고기를 최대한 잡아버리기 때문이다.

공동소유라는 말은 좋게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말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은 항상 나쁜 상황으로, 즉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됨으로써 공동자산 자체가 망가질 확률이 높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어떨까? 개인이 갖고 있는 몇 평 안 되는 땅 이외 거의 대부분이 공유자산으로 인류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하지만 나무가 우거진 산도 자연환경이 그대로 살아있는 아마존 지역도 그것의 모습을 관심 있게 바라보며 내 것처럼 관리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해는 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물고기를 잡을 수 있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먼저 다음 사람의 몫을 생각하지 않은 채 잡아버린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서로 자신이 먼저 이득을 얻고자 최첨단의 기계를 활용해 그 지역의 물고기와 해산물 자체를 멸종시키지 않을까 싶다.

요즘 지구상에서 가장 큰 관심은 환경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기, 물, 나무, 석탄 등의 기초자원이 오염되고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많이 재배하겠다는 욕심 하나로 사용한 살충제와 제초제는 인간에게 득이 안 되는 모든 것을 죽어버림으로써 자연을 황폐하고 만들고 있고, 생각 없이 버린 하수는 강을 폐허로 만들어 버린다.

이 책의 저자는 환경문제는 인구문제와 기술문제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 통제되지 않는 빈민국의 인구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환경을 폐허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와는 달리 인간의 부가 점차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소비는 극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욱 급속도로 자연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 인구가 증가하고, 소비가 증가하고, 게다가 기술이 급속도로 변하는 상황에서 어떤 자연이 남아나겠는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약 40퍼센트 증가하고, 세계의 1인당 소득 역시 4배가량 증가한다. 따라서 세계의 총소득은 대략 6배씩 늘어난다. 인간이 환경에 가하는 영향인 기술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6배로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몇 십 년도 안 되어 당장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물이 부족하게 되고, 우리가 먹어야 할 식량에 문제가 생긴다. 지금 당장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져버리니 말이다.

물론 저자는 이와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옛날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시장경제에는 긍정을, 그러나 시장사회에는 부정을 내세우고 있다. 즉 시장에서의 개인적 동기에 의한 경제발전은 인정하되, 사회전체의 커먼 웰스(인류공동의 부)를 위해서는 사회적 협력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뻥 뚫린 하늘은 내 나라와 남의 나라간의 경계선이 없기에 한 나라의 공해는 바람을 타고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황사는 중국에서 오는 것이고, 북한에서 핵실험을 하면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우리가 맞이해야 하는 미래의 세계는 지금 살아가는 인간들이 어떻게 인구문제와 기술문제, 그리고 환경문제를 처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이와 같은 문제는 한 나라, 한 지역 내의 문제가 아니기에 국제적인 차원에서 공조가 이뤄져야만 가능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세계인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책을 이끄는 지도자들이 이와 같은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데 있다. 그들에게는 당장 시급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늘 당장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구하고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인간이 살아갈 지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수많은 자료를 통해 우리에게 세세히 그려주고 있다. 책을 보면서 지구가 낭떠러지를 향해 한발씩 걸어가고 있는 것을 느껴보기 바란다. 저자가 제시한 해법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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