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 캠프 - 최고 중의 최고로 만들어주는 전설의 플레이북
존 고든 지음, 조진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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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고가 된다는 것. 무척 멋진 일이다. 특정분야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곳에서는 베스트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최고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수입도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먹고 살 걱정은 없게 될 것이다. 물론 먹고 산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달라 얼마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특히 젊은이들은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최고가 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저자는 주변에서 최고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관찰하여 최고가 되기 위한 조건 열 가지를 찾아냈다고 하는 데 그것을 보면 평범하게 살아서는 될 수없는 난공불락의 요새같다.

저자가 말한 최고가 되는 열 가지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최고가 된 사람들은 일반사람들과 달리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물론 저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만 한다고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저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말은 자기계발서에 자주 나온다.) 하지만 항상 자신을 관찰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뭐지?’라는 질문을 던지다보면 어느 순간인가 번쩍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날이 온다. 

둘째, 최고들은 언제나 ‘조금 더’라고 외친다.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 달성한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생각하며,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편하게 사는 것을 거부하고 힘들고 어려운 훈련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간다. 

세 번째는 최고들은 평범하고 사소한 일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저자의 말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음식 잘하는 사람치고 칼질을 못하는 사람은 없고, 농구 잘하는 사람 중에서 공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무엇이든지 큰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이 반드시 존재하며 그 일을 터득하지 않고는 큰일도 제대로 해 낼 수 없다. 저자는 최고들의 특징 중 중요한 것 하나가 바로 항상 기본에 충실하고 사소하고 하찮은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네 번째는 이들의 집중력이다. 최고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에 남달리 집중력이 강하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말 같지만 오늘 하루,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최고에 도달하는 과정이라는 의식이 없으면 내 앞에 놓인 일에 집중하기도 어렵다.

다섯 번째는 정신이 강하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력이란 한 군데 집중하거나 생각을 잘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통이 닥쳤을 때,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 또 자신의 마음을 흔드는 뭔가가 있을 때(특히 불안감, 초조함, 근심, 걱정 등) 이를 잘 견딘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일반사람들과 달리 모든 일들을 쉽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고통과 어려움조차도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라 생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점이다.

여섯 번째는 최고들은 두려움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두려움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시할 수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일반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두려움을 직시하기보다 외면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두려움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친다.

일곱 번째는 최고들은 이 순간에 충실하고, 여덟 번째는 최선을 다한 후에 기다릴 줄 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들의 행동 목적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얻고자 갈망하는 순간 우리 몸과 마음은 긴장과 두려움으로 인해 굳어지고, 이런 상황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놓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연스러움. 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놔두는 것, 즉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설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하더라도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었고, 또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홉 번째와 열 번째는 자신의 위대함을 자기 안에만 감춰놓지 말고 이를 통해 주변의 사람들도 함께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것을 남에게 알려주고 배워주면서 함께 성장할 때만이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며, 이와 같은 목적의식을 가진 자만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책 내용을 보면 그 동안 자기계발서에서 본 내용들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의 특징은 이런 내용들을 단계별로 정리해 놨고, 앞 단계에서 생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되는지, 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개별 단계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게다가 스토리텔링방식이라 서술형 문장보다는 좀더 가슴에 와 닿는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토리텔링 책이 원래 이런 것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너무 직선적이고, 저자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는 듯해 교훈을 얻기에는 충분하나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받기에는 1% 부족한 것 같다. 만약 한국 사람이 이런 식으로 스토리텔링 책을 써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면 과연 출판사가 책을 출간해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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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 웰스 : 붐비는 지구를 위한 경제학
제프리 삭스 지음, 이무열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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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웰스. ‘공동의 부’란 뜻으로 인류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저자가 사용한 단어다. 이영선 한림대 총장이 쓴 서문을 보면 ‘공유자신의 비극’이란 말이 나온다. 이 말은 공유자산을 만들면 관리가 안 된다는 의미로, 어떤 마을 한 복판에 마을 전체가 공유하는 호수가 있다면 마을 사람들이 호수의 물고기를 모두 잡아버려 고기의 씨가 말라버릴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현재이득을 위해 물고기가 계속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보다 잡을 수 있는 물고기를 최대한 잡아버리기 때문이다.

공동소유라는 말은 좋게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말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은 항상 나쁜 상황으로, 즉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됨으로써 공동자산 자체가 망가질 확률이 높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어떨까? 개인이 갖고 있는 몇 평 안 되는 땅 이외 거의 대부분이 공유자산으로 인류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하지만 나무가 우거진 산도 자연환경이 그대로 살아있는 아마존 지역도 그것의 모습을 관심 있게 바라보며 내 것처럼 관리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해는 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물고기를 잡을 수 있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먼저 다음 사람의 몫을 생각하지 않은 채 잡아버린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서로 자신이 먼저 이득을 얻고자 최첨단의 기계를 활용해 그 지역의 물고기와 해산물 자체를 멸종시키지 않을까 싶다.

요즘 지구상에서 가장 큰 관심은 환경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기, 물, 나무, 석탄 등의 기초자원이 오염되고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많이 재배하겠다는 욕심 하나로 사용한 살충제와 제초제는 인간에게 득이 안 되는 모든 것을 죽어버림으로써 자연을 황폐하고 만들고 있고, 생각 없이 버린 하수는 강을 폐허로 만들어 버린다.

이 책의 저자는 환경문제는 인구문제와 기술문제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 통제되지 않는 빈민국의 인구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환경을 폐허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와는 달리 인간의 부가 점차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소비는 극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욱 급속도로 자연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 인구가 증가하고, 소비가 증가하고, 게다가 기술이 급속도로 변하는 상황에서 어떤 자연이 남아나겠는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약 40퍼센트 증가하고, 세계의 1인당 소득 역시 4배가량 증가한다. 따라서 세계의 총소득은 대략 6배씩 늘어난다. 인간이 환경에 가하는 영향인 기술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6배로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몇 십 년도 안 되어 당장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물이 부족하게 되고, 우리가 먹어야 할 식량에 문제가 생긴다. 지금 당장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져버리니 말이다.

물론 저자는 이와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옛날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시장경제에는 긍정을, 그러나 시장사회에는 부정을 내세우고 있다. 즉 시장에서의 개인적 동기에 의한 경제발전은 인정하되, 사회전체의 커먼 웰스(인류공동의 부)를 위해서는 사회적 협력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뻥 뚫린 하늘은 내 나라와 남의 나라간의 경계선이 없기에 한 나라의 공해는 바람을 타고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황사는 중국에서 오는 것이고, 북한에서 핵실험을 하면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우리가 맞이해야 하는 미래의 세계는 지금 살아가는 인간들이 어떻게 인구문제와 기술문제, 그리고 환경문제를 처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이와 같은 문제는 한 나라, 한 지역 내의 문제가 아니기에 국제적인 차원에서 공조가 이뤄져야만 가능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세계인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책을 이끄는 지도자들이 이와 같은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데 있다. 그들에게는 당장 시급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늘 당장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구하고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인간이 살아갈 지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수많은 자료를 통해 우리에게 세세히 그려주고 있다. 책을 보면서 지구가 낭떠러지를 향해 한발씩 걸어가고 있는 것을 느껴보기 바란다. 저자가 제시한 해법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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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It! 나를 바꾸는 행동의 힘>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Do It! 나를 바꾸는 행동의 힘
게리 우드 지음, 유영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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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계발서를 보면서 대부분 비슷하다고 말한다. 실제 책을 몇 권보면 책들이 강조하는 주제는 엇비슷하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향해 매진하라는 것이다. 그곳에 몰입할 수 있는 뭔가가 있고, 그런 요소가 당사자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기에 일을 하면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자기계발서를 많이 보는 편인데 책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앞에서 말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책의 목차를 보면 그 부분의 주장이 무엇인지 대략적이나마 짐작할 수 있고, 실제 내용을 보면 대부분 내가 생각한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엇비슷하기에 별 재미가 없다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이런 점이 자기계발서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한다. 자기계발서는 내용의 초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독자가 책 내용에 빠져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해답을 찾는 멀고 먼 과정을 생략하게 해 준다. 마치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이 나무 고르고, 자르고, 못질하고, 페인트칠하는 방법에 대한 책에서 집짓는 법을 배우듯이 자기계발서는 독자가 자신의 변화를 위해 해야 할 일과 가져야할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간단명료하게 전달한다. 그러다보니 책을 볼 때는 ‘아싸~~’하고는 힘을 얻게 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것.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인데, 며칠이 지나면 처음에 가졌던 생각은 서서히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이때가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한 시기인데 그런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예전에 읽었던 책과 유사한 주제이지만 설득방법이 조금 다른 자기계발서다. 유사한 주제, 하지만 다른 표현의 책을 읽음으로써 잊어버렸던 기억과 감정을 되살려 다시 한 번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사한 내용을 다루는 자기계발서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 역시 기존에 나왔던 자기계발서와 주장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필터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기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자 한다면 우선 내가 갖고 있는 필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책이 기존 책과 다른 점은 내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이고,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이며, 이런 것을 실행으로 옮길 때 어떤 방법이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지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말로만 그런 것들이 중요하니 알아서 해 라는 투가 아니라 일정한 질문양식과 표기 방법, 그리고 표기한 후의 해석법을 함께 담고 있어 독자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에 대해 분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싶고, 그것을 통해 세상에서 ‘나만의 자리’를 차지하길 원하며, 동시에 ‘세상에 기여할 수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항상 나를 가로막는 것은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라고 한들, 또 하고는 싶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데 어떻게 하겠는가?

이 책은 그런 상황에 처한 독자에게 질문 몇 가지를, 물론 간단하지는 않지만, 순서에 맞춰 해 나감으로써 자기 스스로 자신의 가치, 태도, 성격, 하고 싶은 일, 강점과 재능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이 책을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보기 바란다. 책 내용을 충실히 따라가 보면 평소 몰랐던 자신의 모습이 하나씩 눈앞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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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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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현명한 판단을 할까? 나름대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니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한두 번은 ‘내가 왜 그때 그런 결정을 했을까?’하며 후회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상사람 누구나 결정을 할 때 백 프로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어려우며, 또 어떤 때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을 이해하려 공부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유전자나 뇌 문제를 거론하게 되는데, 이때 놀라운 것은 평소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의 절반이상을 이성과는 상관없이 결정한다는 점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누가 갑자기 “뒤로 돌아!”라는 말을 하면 우리는 어느 쪽으로 돌까? 어떤 사람은 ‘자기 맘대로’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실상은, 특이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모두 오른쪽으로 돈다. 남자들이야 군대 가서 제식훈련을 받아 그렇다고 치고 여자들은 왜 오른쪽으로 돌까? 이유는 운동신경을 제어하는 뇌가 왼쪽에 있고, 그로 인해 뇌의 반대쪽인 오른쪽으로 도는 것이다.

만약 어떤 가게가 남다르게 상점을 운영하겠다고 맘먹고 일반가게와는 동선을 다르게 만들었다 치자. 만약 이때 고객들이 어쩔 수 없이 왼쪽으로 돌게 만들면 그 가게는 일 년도 못가 문을 닫아야 한다. 고객들이 이유 없이 불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그 가게를 가면 불편해요.” 인간의 행동을 살펴보면 자동화된 기계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아니 프롤로그만 봐도 책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다. 한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의사들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경우다.

책 내용 중에 1950년대 한 병원에서 개심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의사들이 한 남자의 심장에 흰 물질을 붓고 있었는데, 바로 석면이다. 요즘 죽음의 물질이니 어쩌니 하며 난리법석을 떠는 것 말이다. 당연히 석면을 시술받은 환자들은 죽어나가기 시작했지만, 의사들은 석면을 사용한 시술을 계속했다. 왜? 그들은 그게 맞다고 믿었으니까 말이다. 죽은 사람은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우수한 조종사가 있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행사이며,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한 무사고, 정시도착 등의 기록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주변의 상황은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결국 평소라면 할 수 없을 결정을 내렸다. 단 몇 시간 먼저 도착지에 착륙하기 위해서, 자신의 기록을 깨기 싫다는 이유 때문에 비행기를 무리하게 이륙시키다 앞에서 다가오는 비행기와 충돌했고, 결국 비행사에 탄 승객 수백 명이 다 죽었다. 조종사는 당연하고. 조종사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진단에 의해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왜 의사는 자신의 치료방식을 고집하며 계속 진행했을까?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니 거창하게 세상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이 우리 자신만 들여다봐도 우리가 아닌 뭔가가 우리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대방과 이별하는 것이 백번 좋은 결정임을 알면서도 상대방을 포기할 수 없는 경우 같은 것이다. 아마도 그 사람은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외치며 멀어져가는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치지 않을까? ‘나 좀 도와줘.’하면서 말이다. 당사자는 답답하겠지만 이런 상태는 내 마음을 내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내 마음, 뇌, 기억, 감정 어딘가의 작용이다. 단지 내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동안 내가 내린 결정 중에서 온전히 내가 가진 이성과 합리성을 결정한 것이 몇 개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동시에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지나간 일을 지금 알아서 뭐하냐고? 아직도 몇 십 년을 더 살아가야 할 상황에서 늦은 때가 빠른 것이라고 이제라도 내 결정을 이끄는 심리 매카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앞으로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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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발견을 위한 자서전 쓰기
이남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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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자 원하는 내용이지만 언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니를 누구일까 생각해봐야 떠오르는 것은 오늘 아침에 생각했던 고민거리뿐이다. 나란 존재는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기에 평소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의식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가 갖고 있는 사고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도리어 평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 저자의 말에 의하면 무의식과 관련된 것이 더욱 많다.

저자는 자신도 과거에 어려운 적이 있었고, 이때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과 유사한 방식으로 고민을 해결했다고 하면서, 이 책의 내용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다른 사람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상한 강의내용이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고민을 칼 융의 심리학 이론을 통해 해결했기에 강의를 이끄는 논리는 칼 융의 이론에 근거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의 이론에서 특이한 점은 인간은 사회와 연관되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변해가지만 변하지 않는, 개인만의 고유특질도 있다는 부분이다. 동일한 환경에서 자라난 쌍둥이가 서로 다른 태도와 행동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저자는 강의 순서를 몇 가지로 나누고 있다. 우선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유언장 쓰기’다. 이 내용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과정 속에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소망과 바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배우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물론 이 내용은 배우자보고 쓰라고 하거나 배우자에게 물어봐서 정리하라는 것은 아니고, 가능하면 자신이 배우자가 되어 스스로를 되돌아보라는 말이다. 자신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상대방은 나를...’이란 측면에서 자신을 관찰하다보면 뜻밖에도 생각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자신의 욕망을 정리하기’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인 생존에 대한 욕구, 사랑과 소속에 대한 욕구, 힘에 대한 욕구, 자유에 대한 욕구, 즐거움에 대한 욕구로 나눠 정리하기를 원한다.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기’다. 이런 질문에 따라 자신을 되돌아보면 인간의 독특한 유형들 중에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사람 성격의 여덟 가지를 이야기하는데, 외향 사고형, 내향 사고형, 외향 감정형, 내향 감정형, 외향 감각형, 내향 감각형, 외향 직관형, 내향 직관형이다.

그리고 ‘내 집안의 연대표 만들기’, ‘나의 부모에 대한 글쓰기’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쓰기’ ‘청년 시절의 추억쓰기’ ‘중년인 나의 이야기쓰기’ ‘니의 인생관 쓰기’를 순서적으로 진행하도록 요청한다. 이때 저자가 독자에게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하나가 있는데 다른 사람이 쓴 자서전을 한권이상 읽어보라는 것이다. 이유는 타인의 자서전을 통해 자서전의 내용 구성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주제와 소재는 무엇이며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고, 동시에 자신의 자서전을 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장이나 형식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이 책은 평소 읽어본 글쓰기 책과는 조금 다르다. 일상적인 글쓰기 책은 문장론을 중심으로 좋은 문장과 수정이 필요한 문장을 제시하고 저자가 수정한 문장 예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좋은 문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글쓰기를 기본으로 한 ‘나를 발견하는 자서전쓰기’이다보니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함께 들어있다. 앞의 목차를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나’란 사람을 기반으로 삼고 무의식에서 시작하여 의식으로, 어린 시절에서 시작하여 중년으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부분에서 자신의 인생관으로 인간의 모든 경험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나가고 있다.

아마 저자가 진행한 강의를 함께 한 사람들은 이런 과정 속에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자서전 한권을 쓸 수 있는 글감과 기본내용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내용이 그만큼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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