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해야 치유된다 - 중독 심리치유 에세이
선안남 지음 / 신원문화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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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출간되는 숫자만큼은 아니어도 영화 역시 많이 제작된다. 국내 제작편수만 따지면 많지 않지만 해외영화까지 합치면 숫자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특히 영화는 대본에 의해 대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번역해야 할 분량이 많다. 따라서 외국에서 상영된 것이든, 국내에서 상영된 것이든 따지지 않고 저술책보다 손쉽게 영화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나를 사랑해야 치유된다>는 책처럼 영화내용을 근간으로 저자의 생각을 풀어가는 책이 눈에 띈다. 영화, 드라마나 소설 같은 이야기 종류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인 인물 묘사 때문인 것 같다. 모든 이야기는 특정인의 성격과 그 성격으로 인해 야기된 행동의 결과를 추적(과거, 현재, 미래)하는 방식으로 쓰여 져 있다. 따라서 영화를 이해하려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주인공의 성격이 나와 비슷하거나 그의 행동에 공감하면, 또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대리만족할 수 있다면 계속 읽거나 보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만큼 인물 묘사가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심리학 관련자들에게는 자신의 주 전공을 살려 이야기를 풀어가기 아주 좋은 소재일 것 같다. 고전문학 같은 것은 분량도 많고, 이야기 전개도 복잡해 한 권씩 읽고 정리하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이 책도 ‘중독심리’라는 주제를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을 통해 풀어간다. 주인공이 가진 중독심리 장면을 설명하고, 그런 중독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를 간략하게 해설한 후 저자 나름대로 중독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팁을 주는 방식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책에서 소개한 영화를 봤거나 이전에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영화라면 일단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 자신이 영화를 봤을 때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을 저자(심리관련종사자들)가 클로즈업시켜 설명하니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 그때 그 장면이 이런 의미를 갖고 있었구나’하는 지적 만족감도 얻을 수 있다.

이 책 내용들 중에서 인상 깊게 본 부분은 치유 부분에 나온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영화 이야기와 ‘레이첼, 결혼하다’라는 영화 이야기다. 영화 자체가 인상 깊었거나 잘 만들어졌다는 의미보다는 영화를 통해 제시하는 저자의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전자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중독증상으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도 자기 스스로 고통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따라서 주위사람들이 보여주는 필요이상의 관심은 필요악이 될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이다. 이때에 중독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에게 반감을 가질 수 있는데, 이유는 상대방이 갖는 의식 때문이다. ‘당신은 나 없이는 혼자 일어설 수 없어’라는 우월감, ‘내가 당신을 낫게 하기 위해 희생하고 있어’라는 위협적인 도덕심 같은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저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보자. “가족이란 우리에게 가장 큰 기대를 하면서, 우리의 모든 치부를 알고 있으면서, 또 우리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이유로 듣기 어려운 잔소리와 가장 아픈 채찍질을 하기도 하는 존재다. 그러기에 그들은 우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장 많이 해하고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존재일 수도 있다.”

우리는 평소 가족을 행복, 평화, 보호처, 안정감 같은 단어로 묘사한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고, 또 가족만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 보일 곳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이란 이유로 많은 것을 부과하고 자신의 정체성 자체를 바꾸도록 종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랑한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 대한 저자의 논지는 영화 자체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다만, 문제는 이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가족 간의 관계를 어떻게 잘 순화시킬 것인가 인데, 저자는 이 부분에서 영화의 결말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모순덩어리를 안고도 가족은 여전히 굴러간다. 가족이니까.”

영화를 대상으로 저술한 책은 글을 읽으면서 동시에 시각적인 장면을 연상할 수 있기에 일반 책보다 이해하기가 쉽다. 단순히 글만 있는 것과는 달리 영화라는 보조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소재로 한 책을 몇 권보면서 느낀 점은 ‘이렇게밖에 영화를 정리할 수 없는 것인가?’다. 처음 한 권은 호기심으로, 두 번째 책은 그렇구나 하는 마음으로 읽었지만, 세 번째, 그리고 네 번 정도 영화를 소재로 쓴 책을 보니 저자와 주제만 다르지 책 내용이 일정한 모양에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깊은 이론적 배경을 전달하지도 않고, 영화에서 준 감동을 독자에게 보여줄 수도 없고, 다양한 영화 속에서 보여준 공통적인 요소를 찾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영화 한 편에서 하나의 질환을 찾아 주인공 이야기를 해 주고, 그것을 잠깐 설명하는 정도의 내용들이다. 영화라는 조금 소재를 좀 더 잘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이런 식으로밖에 활용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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