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블루>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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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넘기면서 무척 행복했다. 비록 내가 크로아티아에 가 보지는 못했지만 마치 내가 그곳에 가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한적한 길가를 걷는 듯한, 그리고 오래된 옛 골목과 지난날 번창했던 시장터를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받을 수 있었다. 말과  그림, 사진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여행 관련 책 몇 권을 보긴 했지만 이 책처럼 저자의 느낌이 생생하게 와 닿은 적은 별로 없었다. 그만큼 아름다운 사진과 저자의 숨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잘 묘사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도 남았다. 로마시대가 아직도 그대로 존재하는 듯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당시의 생생한 기록이 남아있는 한 도시와 우리나라의 도시들이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는 지날 날의 모습을 간직한 채 고고히 살아가고 있는데 왜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산업발전만 외치며 옛것들을 하나씩 땅속에 묻어버리는지.

나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에 간다. 짧으면 두 시간에서 길면 세 시간 반 정도의 거리를 가는 동안 싫으나 좋으나 창밖을 통해 지나가는 풍경을 보지 않을 수 없는데 우리나라 길을 따라가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파트 밀림 숲을 지날 때까지는 도시 안을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톨게이트를 지나는 순간 보이는 것은 산과 들판, 그러다가 한 도시를 스쳐 지나가면 다시 아파트가 보인다. 사람이 사는 운치도, 멋도 없는, 그저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시멘트공간일 뿐이다.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자연을 멋지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진첩 같은 것을 봐도 우리나라의 산골과 계곡, 절 등은 고고한 운치를 품고 아직도 자연의 맛과 멋을 그대로 전해준다. 그러나 그곳은 사람이 잘 가지 않는, 평소에는 들짐승만 사는 곳이고, 도시로 내려오는 순간 다시 시멘트 천지에 묻혀버린다.

우리는 왜 도시 자체가 문화유산을 간직한 채 발전한 곳이 없을까? 아니 질문을 잘못한 것 같다. 발전한 곳이 아니라 과거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간직한 채 살아남은 곳이 왜 없을까 하는 점이다. 몇 백 년이 된 집 한 채, 들 푸른 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간직한 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곳 말이다.

조선시대 제 2의 한양이었던 전주는 개발한답시고 이곳저곳에서 공사 중이고,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중심지인 경주는 시멘트로 모든 건물을 다시 지어버렸고, 백제의 중심지라고 외치던 공주는 아직도 개발 중이라는 팻말만 붙어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도 분명치 않은 상태로. 하지만 이 모든 곳의 공통점은 과거의 모습을 하나씩 먼지더미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개발이 완료된 곳이든, 개발 중인 곳이든지 간에. 그러다보니 이제 과거, 아니 우리가 살아온 삶의 흔적을 되찾을 곳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 책은 나에게 천국과 같은 모습을 전해줌으로써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었지만, 반면에 책을 덮으면서 왜 우리는 이란 별로 반갑지 않은 고민 속에 빠지게 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을 보면서 독자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겠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그저 여행 책일 뿐이야’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구상에 남아 있는 몇 개 안 되는 멋진 도시를, 그것도 자연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책 한권을 통해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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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
김호기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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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고민했던 경험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경미한 문제라면 크게 고통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인생행로를 바꿀 정도라면 무척 심각하다. 예를 들어 투수의 팔목에 고장이 난다거나, 촬영기사의 눈이 흐려진다거나, 노래를 해야 하는 가수가 목청에 문제가 생기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으로 손가락에 문제가 생겼다. 평상시에는 별 문제없이 지내지만 섬세한 바이올린을 잡고 연주를 시작하면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 음을 따라갈 수 없었다. 물론 저자도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급작스러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손가락은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전문의를 찾아 미국까지 가게 되었고, 의사를 통해 진단한 결과 손가락 자체보다는 허리에 문제가 생겨 손가락을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살아가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저자의 생명과도 같았던 바이올린 연주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움직임과는 달리 매우 섬세한 동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연주자가 되겠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저자에게는 무척 큰 충격이었다. 더욱이 오랜 시간동안 한 분야로만 파고 든 저자에게는 바이올린 연주 이외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다. 당시 저자 머릿속에는 단 두 가지 생각뿐이었다. 지금 상황을 숨기고 어떻게든지 연주를 계속할 것인가?(교향악단 일원이었으니까)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찾을 것인가?(하지만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아는 게 바이올린 연주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일이다. 최소한 바이올린의 소리가 어떠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고, 바이올린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자신의 주 전공을 바꿔도 자신을 지치지 않도록 도와주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저자 앞에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있었다. 악기를 만든다는 게 목공처럼 나무를 자르고, 대패질하고, 못을 박고, 색칠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료선택부분부터 시작하여 마감할 때까지 매우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바이올린제작기술은 별로 높지 않았고, 제작법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남에게 전수하려 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국내에서 배우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고, 마침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탈리아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저자가 이탈리아로 떠나 생면부지인 장소에서 어떻게 오랜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는지, 뭔가를 만들어본 적도 없는 그녀가 힘든 제작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그녀의 결론은 사람이다. 아는 것도 없는, 가 본적도 없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맞지 않은, 게다가 돈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이 지치지 않고 마이세트라 과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함께 공부했던 학생들 간의, 또 공부를 가르쳐 준 교수와 학생과의 우정과 애정, 관심덕분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성공담을 보면 대부분 자신 앞에 닥친 고통과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영웅담을 쓰듯이 정리한 책을 자주 본다. 또 우리도 당연히 어려움을 극복한 책이라 하면 당연히 그런 내용이 실려 있으리라 생각하고.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저자의 영웅담은 없다. 도리어 영웅으로서의 주인공보다 연약하지만(저자가 연약해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 함께 기대어 어려움을 이겨내는 멋진 휴먼드라마를 느끼게 되고, 누구나 가슴 깊이 간직한 인간들의 원초적인 감정을 만난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감정 말이다. 

이 책에서 영웅은 사람이 아니라 음악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인간의 감성이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울리고, 그 울림이 인간과 인간과의 사랑을 만들고, 그 사랑 속에서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이겨내게 만들어준다. 사랑과 열린 마음, 배려라는 감정. 이것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멋진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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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 나를 사랑하게 하는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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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바라보면 개인적인 특질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개인만의 강점, 재능이나 그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성격 같은 것이다. 또 실제로 그럴지도 모르고. 하지만 유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도 특정한 일에 대한 반응이 생각 외로 다를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저 사람은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할까?’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다. 자라오면서 겪는 아픔과 고통이 다르기에 외부의 환경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릴 때 특정한 일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 경우, 사랑하던 사람을 갑자기 자신의 곁을 떠났을 경우, 부모에게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살아온 경우에는 세상에 대한 반응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일종의 열등감 같은 것으로 겉에서는 알 수 없는 인간내면에서 한 인간의 가치관과 태도,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남편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진다]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강의를 많이 하는데)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성격이 달라서 싸우게 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강의 내용의 핵심이다. 그런데 강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부부간의 강등 원인 중 성격차이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한계에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어릴 때 형성된 열등감의 아이‘가 어른이 된 후에도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열등감을 좀 더 극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더 리더]라는 책을 인용한다. 책 내용은 30세의 여성과 15세의 남자가 사랑을 하는 과정을 묘사한 것인데 실제 여기서 저자가 강조한 부분은 여성의 열등감에 대한 부분이다. 주인공 한나는 문맹이라 글을 읽을 줄 모른다. 그러다보니 둘이 만나면 한나는 남자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둘의 관계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유지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는 남자 곁을 떠났다.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 남자는 법관으로, 한나는 죄인으로 법정에서 만났다. 한나의 죄목은 유태인수용소 간수로서 나치에 협력하고 무고한 유태인을 학살한 죄였다. 법정에서는 한나와 나치 여간수들을 처벌하기 위해 증거를 하나 갖고 왔는데 그것은 여간수들이 유태인에게 저질은 범행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었다. 여간수들은 이 내용을 한나가 썼다고 떠들었고, 한나는 무거운 형벌을 받을 상황이 되었다. 물론 상식적으로 문맹인 사람이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일. 하지만 한나는 자신이 문맹이라는 것을 밝히기 보다는 20년의 형벌을 택한다. 문맹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이다.

어떤가? 이런 상황에서 당신 같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은가? 나는 글을 읽을 수 없고, 따라서 쓸 수도 없다고 자백하고 가벼운 형벌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문맹을 숨기고 무거운 형벌을 받을 것인가. 아마도 한나의 선택에 대해 문제 있다고 이야기할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등감이란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기에 한나와 같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열등감을 내 보이기보다 차라리 무거운 형벌을 선택한다. 열등감은 이성차원에서 설명하기보다 감정적인 문제이며, 자신의 열등감을 고백하는 순간 세상에서 버림받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열등감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비롯된다. 자라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에 맺힌 무언인가가 그에게 남과는 다른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이것이 자신이라고 믿게 된다. 즉 남보다 못난 모습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단정짓는 것이다. 나는 못났다, 못 생겼다 등과 같은 자아평가다.

이 책을 보면 무척 다양한 열등감의 예가 들어 있다. 겉으로 봐서는 전혀 문제없을 것 같은 사람이 어릴 적의 가난함이란 기억 하나 때문에 기를 쓰고 돈을 벌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불안하게 사는 사람, 형제가 좀 더 예쁘고 가족들에게 칭찬받는 상황에서 자신을 못난이로 생각하고는 항상 외모 열등감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 학력이 고졸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누군가 자신에게 섭섭한 말 한마디만 해도 학력을 트집 잡아 비꼬는 것처럼 들리는 한 주부의 이야기와 같은 것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상대방이 자신을 보고 고졸이라는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의식하면서도 말이다.

저자는 열등감의 핵심 원인으로 가슴 속에서 크지 못하고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말한다. 즉 내면아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는 어릴 적에 받은 큰 상처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인간심리 속에 남아있다. 그러다가 당시 고통스러웠던 자극을 받게 되면 강하게 반응한다. 화를 낸다거나 심하게 짜증을 부리거나 두려워하는 것이다.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그리고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합리화한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했다거나, 공격하려했다거나, 몸이 안 좋았다거나 하는 식으로.

저자는 열등감이 인간의 가치와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특히 부모의 아이 양육방식에 따라 사람의 자존감과 열등감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열등감. 이는 결코 외적인, 객관적인 문제가 아니며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속을 항상 살펴보며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는 열등감의 원천을 달래줘야 한다. 대부분의 열등감은 원래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인 척도로써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내가 만들어 낸 열등감이고, 따라서 내 자신이 고칠 수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하지만 잘 알 수 없는 내면의 열등감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자 원한다면 이 책을 한번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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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상에 이별하기 좋은 날 - 235명의 지혜로운 인생 선배들이 전하는 행복한 인생의 다섯 가지 비밀
존 이조 지음, 박윤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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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비전을 찾아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멋진 삶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을 넘어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복된 삶이라고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뭐가 맞는지를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질문 같다.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물어보곤 한다. 나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답을 들다보면 왠지 모르게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대답은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먹고 살기도 바쁜 세상에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거나 ‘젊은이들은 직장을 못 구해 쩔쩔매고, 나이든 사람들은 남은 생을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상황에서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묻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한 것이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게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명일 것이고.)

하지만 이 책(오늘은 이별하기 좋은 날)을 보면 그 동안 내가 했던 질문-잘 사는 방법이 무엇이냐?-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잘 사는 법’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삶을 바라보지 말고, 죽음을 생각해야만, 어떻게 죽고 싶은지를 물어야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예전에 게이 핸드릭스가 쓴 ‘다섯 가지 소원’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저자는 행복한 삶이 뭔지를 알고 싶다면 죽음의 사신이 내 앞에 서 있다는 가정 하에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가장 후회스러운 일, 다시 태어난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보라고 한다. 그때만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임사체험, 죽음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도 연구 결과 마지막에 잊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죽음을 연구하는 이유는 죽음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이 책은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의 비밀을 분명하게 깨닫고픈 나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평생토록 내 안에 있던 의문들을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묻게 되었다.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삶을 마감하는 순간 나는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까? 남아 있는 건 시간뿐인데, 이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행복과 의미 있는 삶의 비밀들은 무엇일까?"라고 말한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어떻게 사는 것이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행을 갈 때 무턱대고 가는 것보다 그곳을 다녀온 사람의 말을 들어보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되듯이, 삶도 우리보다 이미 앞서간 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미국 전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1만 5천명의 사람들에게 “당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인생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당신이 아는 어른들 중에서 삶에 대해 중요한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분이 누가 있지요?”라는 질문지를 보냈고, 그들이 추천한 사람, 즉 다른 사람들이 지혜롭다고 인정한 사람 중에서 다양한 집단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253명을 선정해 인터뷰했다. 저자는 이들을 만나 “가장 행복을 안겨주는 것은 무엇이며,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점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들의 답변을 정리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하지만 저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나이 60세를 기점으로 해서 사람들의 생각이 분명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도 처음에는 오십대 초반사람과도 인터뷰를 했는데 20여 명 정도 인터뷰를 하고 보니 예순에 즈음해서야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예순 이전에는 아직 삶의 경험 속에 휩싸여 삶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다 세월이 더 흘러 예순을 넘으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운 어떤 것이 사람들을 한층 지혜롭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나이와 지혜사이에 신비롭거나 혁명적인 어떤 연관성(저자는 이를 죽음과 연관되었다고 한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몇 백 명이나 되는 인생지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은 ‘현관 흔들의자에 않아 있는 노인’이 가진 혜안이었다. 오랜 삶을 통해 인생의 참 의미와 지혜를 가득 갖고 있는,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자신만을 위한 아집보다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후회 할 줄 아는 ‘깨달은 자’의 모습을 말한다.

저자는 253명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자, 죽기 전에 발견해야 할 다섯 가지 비밀, 즉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 인종, 종교, 문화, 성, 사회적 지위를 떠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현을 조금씩 다를지라도 공통된 이야기를 전해줬기 때문이다. 그것은 첫째,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아라.’ 둘째, ‘후회를 남기지 말라.’ 셋째, ‘스스로 사랑이 되라.’ 넷째,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다섯 째, ‘받기보다 주는데 힘써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행하라.’다.

어떻게 보면 뻔한 내용들, 자기계발이나 인생에 대한 책을 몇 권이라도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인간의 삶을 거의 다 거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또 다시 이 말을 전한다. 오랜 세월(인간의 삶으로 계산했을 때)동안 수많은 일을 겪으며 살아왔건만 결론은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함으로써 절대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라’는 말이다.

나이 60세가 넘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삶의 의미를 이해한 자들이 이렇게 말했다면 우리 역시 이 나이가 되어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깝게 느껴졌을 때 이들과 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 우리 중 누군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또 어떤 사람은 ‘내 이럴 줄 알았어’하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삶. 그리고 단 한 번의 삶(다시 태어난다 해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테니까). 어떻게 살던지 간에 자신만이 평가할 수 있는 삶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은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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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살기 - 모든 직장인의 로망
양병무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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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면 이처럼 좋은 일이 어디에 있을까? 누구나 다 바라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말 그런가? 내 생각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먹을 쌀 한 톨 없는 사람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내일에 대한 강한 희망이 있는 사람에게는 가능한 일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 잘릴지 내일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런 말은 동화에나 나오는 환상의 이야기처럼 들릴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반은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는  실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살펴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어부가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길 가던 사람이 ‘조금만 더 노력해서 배를 사면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데 왜 그러고 있냐’고 물었다. 어부는 그 사람에게 물었다. 배를 사고 물고기를 더 많이 잡으면 뭐가 좋으냐고. 그 사람은 물고기를 많이 잡으면 돈을 더 많이 벌고 더 큰 배를 살 수 있다고 대답했다. 어부는 또 물었다. 더 큰 배를 사면 뭐가 좋냐고. 그 사람은 더 큰 배를 사면 돈을 더 많이 벌고, 그러면 당신이 하고 싶은 일, 예를 들면 돈 걱정 없이 한 낮에 부둣가에 앉아 고기를 잡을 수도 있지 않냐고 대답했다. 어부 왈, “지금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소.”

우리는 뭔가 착각하며 살고 있는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리 대단하고, 거대한 꿈이 아닐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마치 그것이 황금궁전을 짓고, 떼 부자가 되어야만 가능한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돈은 중요하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데 필요한 것이 생각처럼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말이다.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기’란 말을 조금만 바꿔보면, 일단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이란 말로 바꿀 수 있고, 그때 이 말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된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3년 후 판사가 되는  꿈을 안고 오늘 공부할 책과 먹고 살 돈을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밤에 열심히 공부하는 그런 모습이다.

나 같은 경우, 내가 좋아하고, 또 하고 싶은 일은 일주일에 하루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배낭 메고 정처 없이 걷는 것이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아무 차나 타고 종점까지 가는 것,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은 가급적 안 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원 없이 사랑하는 것이고.

자.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돈이 필요할까? 아마도 하겠다고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면 생각보다 돈이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먹고사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 그것 하나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 끼니를 때우기 못하며 살아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최소한’ 하루 세끼를 먹을 수 있는 돈은 벌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디딘 사람들이고, 결국엔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했다. 목적지가 저기인데 거기까지 걸어갈 힘이 없겠는가.

비록 그들은 하루일당을 받고 살아갔지만, 자신이 평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자신이 간직한 꿈을 향해 전진한다는 마음이, 또 해 보지 않은 일이지만 열심히 해 보겠다는 마음이 어느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상황으로 그들을 인도했다. 재미있지 않은가.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인생이란 게 무척 단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봤다. 남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저자가 소개한 사람들은 불가능하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않은 채 그저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아 그것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갔고, 결국엔 도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 사이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었겠지만 목적지가 그토록 가슴을 울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면 고통 역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즐거움의 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치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등반대처럼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것. 이렇게 말하면 어떤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이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가슴을 울릴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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